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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등 찍은 秋···"법무부 검찰국, 검찰 특활비 10억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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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추 장관이 제기한 대검과 법무부의 특활비 내역을 열람했다. 김상선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추 장관이 제기한 대검과 법무부의 특활비 내역을 열람했다. 김상선 기자

대검찰청에 매년 배정되는 특수활동비 예산 중 일부가 법무부 검찰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검찰국은 수사나 첩보 활동과는 무관해 특활비가 본래 용도와 다르게 편법 사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 올해 특활비 지급 내역 공개 #수사 않는 검찰국 편법 사용 의혹 #법무부 “추미애 장관은 안 썼다” #국민의힘 “안 썼다는 증거 없다” #추, 윤석열 공격하다 오히려 역풍 #야당 “특활비는 수사·첩보에 쓸 돈 #검찰국 사용내역 상세히 밝혀야” #대검 거쳐 배정되는 검찰 특활비 #법무부, 일선 지검 직접 지급 검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법무부와 대검 특활비 검증 과정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법무부 검찰국에 12차례에 걸쳐 검찰 특수활동비 10억3000만원이 지급됐다. 대검이 국가 예산으로 받은 94억원 중 일부다. 구체적으로 보면 1월 20일 1억원, 8월 2차례 1억5000만원, 11월 2일 3000만원 등이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이 확보한 법무부 운영지원과에서 검찰국에 배정한 지출내역은 날짜는 다르지만 액수는 엇비슷하다. 총 규모가 8차례에 걸쳐 10억6400여만원이다.

조 의원은 “김도읍 법사위 간사가 확인한 올해 특활비 액수는 7억5900만원으로 서로 다르다”며 “이는 갑자기 현장 검증에 나가자 각 부서마다 준비 자료가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10일 법사위 예결소위에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수사의 기밀성 등을 고려해 비공개가 원칙이다.

야당 의원들은 “매년 10억원대의 특활비가 법무부 검찰국에 흘러들어가 교정본부 등에서 사용된다고 하는데 2017년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연루된 ‘돈봉투 사건’에서 보듯 쌈짓돈처럼 사용될 소지도 있다”며 “검찰국이 집행한 특활비 사용 내역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검에서 올해 (특활비를) 94억원 일괄 수령해 임의로 집행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에는 특활비가 지급되지 않아 애로가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이날 2018년부터 지난 10월까지 2년10개월 치의 특수활동비 집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 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낸 특활비는 2018년 16.6%, 2019년 18.6%, 올 들어 14.4%(10월 현재)에 달했다. 추 장관의 언급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2018~2019년에 상대적으로 많았던 건 미투 폭로 사건, 계엄사 문건 수사, 적폐 수사 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은 최근 원전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해 대대적 수사에 나선 대전지검에 특활비가 많이 배정된 것은 아닌지 따졌다. 하지만 검증 결과 2018년부터 현재까지 대전지검이 해마다 지원받은 특활비는 전체의 3% 선으로 비슷했다.

매년 검찰 특활비 10%, 인사·예산 담당 검찰국 넘어갔다 

윤 총장의 측근인 이두봉 대전지검장에게 특활비를 더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은 근거가 없어졌다.

올 법무부 검찰국에 지급된 검찰 특활비

올 법무부 검찰국에 지급된 검찰 특활비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로써 추 장관의 주장이 헛발질로 확인됐고 오히려 법무부가 대검에 갈 특활비를 일부 떼어 쓰는 관행이 확인되며 불똥이 추 장관 쪽으로 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후 2~5시 법무부·대검찰청 소관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문서 검증 과정에선 여야가 ‘아전인수’식 정치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윤석열 검찰을 겨냥했고, 국민의힘 측에서는 법무부가 부실했다고 맞섰다. 검증반장은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맡았고, 총 13명의 법사위원이 참석했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조남관 대검 차장의 보고 및 문서 열람 등으로 진행됐다.

김도읍 의원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앞서 이뤄진 정기 사무 감사 과정 중 특활비 관련 문제가 있었는지 질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부장은 “(특활비) 집행에 대해서는 감찰부가 대략적으로 보는데 기밀성 때문에 깊이 있게 못 보는 한계가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가 내려가지 않았다는 추 장관의 발언도 거론됐다. 김 의원은 “결론적으로 특활비는 서울중앙지검에 제대로 내려가고 있다. 전체 특활비의 한 16% 정도”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백혜련 의원은 “전체 특활비가 준 부분도 있고, 총액 기준 작년 대비 서울중앙지검 특활비가 절반으로 줄었다. 충분한 문제 제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증이 끝난 뒤 알림을 보내 “금년 초에 취임한 추 장관은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상기·조국 등 전임 법무부 장관들은 검찰 특활비를 사용해 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법무부가 낸 설명 자료에는 2018년 법무부에 유보된 특활비 15억원 중 2억4300만원, 2019년 15억원 중 3억3500만원이 장관에게 배정된 것으로 기재됐다. 다만 올해 배정된 10억원 중 장관 배정분은 없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장관이 특활비를 안 썼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맞섰다. 또 김도읍 의원이 “법무부 각 국이나 교정본부 등에서 기본 경비로 특활비를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자 고기영 차관도 잘못을 인정했다. 고 차관은 “내년부터는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해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특활비 대부분을 대검에 배정하고 대검이 각급 검찰청 및 부서에 정기적으로 배정하거나 검찰총장이 수시로 지정해 지급하는 방식을 고쳐 특활비를 일반 예산과 같이 전액 또는 상당액을 법무부에 유보한 후 대검을 포함한 일선 검찰청에 직접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특활비 감찰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향후 검찰총장의 특활비 배정 및 사용의 적정성에 관한 법무부 장관의 점검 및 조사 지시에 관해서는 대검 감찰부로부터 신속히 결과를 보고받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민상·현일훈·나운채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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