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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빨강·노랑·파랑···이번엔 어느 색을 피해 도망갈까

중앙일보

입력

놀사와 같이 놀자 9화. 발잡기  

술래가 놀이기구에 있는 색깔 중 빨강·초록·노랑 등 3가지를 부르면 아이들은 이 색을 제외한 색깔만 밟으며 이동할 수 있다.

술래가 놀이기구에 있는 색깔 중 빨강·초록·노랑 등 3가지를 부르면 아이들은 이 색을 제외한 색깔만 밟으며 이동할 수 있다.

요즘은 아이들이 눈에 띄면 같이 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혹시 놀이 중독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놀이에 빠져 행복한 하영순이라고 해요. 어렸을 때 가졌던 놀이의 즐거움과 행복을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옛 놀이를 찾아보고 때로는 저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합니다. 최근 고무줄놀이에 대해 알아보면서 ‘과연 지금의 아이들이 그 시절의 노래를 알까? 지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도 있는데 요즘 부르는 노래로 가르쳐 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아이들에게 맞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죠. 그 와중에 ‘요즘 아이들의 놀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줄 수 있냐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맙소사! 내가 어렸을 때 놀았던 추억과 그동안 배워왔던 놀이만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했지, 아이들이 어떤 놀이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놀이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던 거죠. 그저 요즘 아이들은 휴대전화 게임, 컴퓨터 게임만 한다고 생각했고, 놀이터에서 놀다 왔다고 해도 어떤 놀이를 했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저 자신을 반성하며 요즘 아이들의 놀이에도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에서 주로 무슨 놀이를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발잡기’ 놀이를 한다며 재미있다고 했죠. “오늘 해 볼까?” 했더니 고개를 돌려 쭈욱 돌아보고선 “색깔이 없어서 안 돼요. 놀이터에서 해야 해요”라고 하는 겁니다. 어떤 놀이인지 모르는 저로서는 왜 안 된다고 하는지 의문을 품은 채 ‘발잡기’ 놀이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죠.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면 술래를 제외하고 모든 아이는 놀이기구에 오른다. 술래가 색을 정해 외치면서 놀이가 시작된다.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면 술래를 제외하고 모든 아이는 놀이기구에 오른다. 술래가 색을 정해 외치면서 놀이가 시작된다.

설명을 듣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직접 놀이터에 가서 놀아보기로 했어요. 드디어 놀이 시작! 가위바위보로 술래가 정해지자, 술래만 남고 모두 빠르게 놀이기구에 올라갑니다. 술래가 “회색, 노랑, 파랑”을 외치고 또 2, 5, 10을 외친 후 놀이기구로 달려갑니다. 아이들은 술래에게 발을 잡히지 않으려고 놀이기구 위에서 회색·노랑·파란색을 제외하고 다른 색을 밟으며 이리저리 이동합니다. 술래는 회색·노랑·파란색을 밟으며 친구의 발을 잡으려고 하죠. 술래가 다가오면 발을 잡히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리고 발을 감싸지만 결국 술래에게 발을 잡혀서 술래가 됩니다. 발을 잡힌 아이가 술래가 되어 놀이기구의 색깔 중 3가지 색을 부르면 다시 놀이가 시작되죠.

놀이를 지켜보면서 어릴 적 놀던 색깔찾기 놀이가 떠올랐어요. 색깔찾기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색깔 중에서 술래가 특정 색깔을 외치면 다른 아이들이 그 색을 찾아야 하는 놀이입니다. 색깔을 찾지 못한 채 술래에게 잡히면 다음번 술래가 됩니다. 지금 아이들이 하는 발잡기 놀이는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처럼 제한된 장소에서 가능한 놀이 형태지만, 색깔이 관련된 놀이라서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단순놀이를 하면서도 아이들은 연신 까르륵까르륵 즐거워하죠. 처음에는 놀이를 지켜보다가 “선생님도 같이해요” 권유를 받아 놀이에 참여했습니다. 지켜볼 때는 “과연 재미있을까?” 했는데, 막상 놀이에 참여하니 은근 긴장감도 있고 역동적이면서 재미도 있었죠.

놀이를 하면서도 밀려오는 아쉬움은 지금의 발잡기 놀이는 대형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에요. 이 놀이를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놀이를 좋아하고 놀고 싶어 하는 누군가, 그러면서 다양한 놀이를 접해보지 못한 누군가가 놀이터에서 놀면서 우연히 해 본 놀이가 이렇게 퍼진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발잡기 놀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떻게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발잡기는 아이들이 연령에 관계없이 아무런 도구 없이 즐기는 놀이니만큼 함께 경험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발잡기 놀이

1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합니다.
2 술래를 제외하고 모든 아이는 놀이기구에 오릅니다.
3 술래는 놀이기구에 있는 색깔 중 3가지 색을 크게 부릅니다.(예: 빨강, 초록, 노랑~)
4 색깔을 부른 후 술래는 2, 5, 10을 외친 후 놀이기구에 오릅니다. 이때부터 술래 포함 모두가 놀이터 바닥을 밟으면 아웃이 됩니다.
5 술래는 자신이 부른 색을 밟으며 이동해야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놀이기구에 있는 색깔 중 술래가 부르지 않은 색깔만 밟으며 이동할 수 있습니다.
6 술래에게 발목이나 발을 잡히면 아웃이 되고 술래가 바뀝니다.

글=하영순(놀이하는사람들 충북충주지회), 사진=소년중앙, 정리=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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