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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공부 왜 하지’ 자신에게 질문…답 찾아 스스로 공부에 빠졌죠

중앙일보

입력

“학창시절 ‘왜 학교를 다녀야 하지, 공부는 왜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계속했었어요. 청소년이라면 저처럼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어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스스로 찾아보고 또 공부해야 하죠.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은 좀 덜 들으면 좋겠어요. 부모님 또는 선생님이 제시하는 것은 그분 한 사람만의 생각일 뿐이니까요. 그분들이 지금 결정해 준 것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는 하나도 적용되지 않아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35 AI(인공지능) 개발자 정원석

2013년 미국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Baruch College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을 직접 창안했고, 현재는 인공지능 기반 피트니스 서비스 OPCT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커넥젼ai(Connexionai)의 정원석(34) 대표 이야기입니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 없다면 직접 만들자”
중·고교 시절 학교에서는 ‘왜 공부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고2 때 호주로 유학을 떠난 후 다양한 문화 사람들과 영감을 주는 건축물을 접하면서 답을 찾을 수 있었죠. 이를테면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지어졌다고 알려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보며 수학·음악·역사 같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죠. 스스로 납득이 되니 그때부터 자신만의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정원석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전국 웅변대회에 여러 번 참여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웅변대회에서 발표할 원고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작성했다.

정원석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전국 웅변대회에 여러 번 참여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웅변대회에서 발표할 원고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작성했다.

당시엔 건축 분야에 관심이 컸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이 겪는 크고 작은 문제를 디자인으로 푸는 것에 몰두했죠.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 있는 유명한 건축(디자인) 분야 대학으로 유학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한국에 돌아와 먼저 군 복무를 했어요. 건축자격증을 갖고 있었기에 산업기능요원으로 군에 복무하며 건축설계 일을 배웠죠. 하지만 4년간 힘겨웠던 건축 일은 그를 병들게 했어요. 제대 후 유학을 코앞에 두고 더이상 건축 공부를 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이르렀죠.

진로 방향을 바꿔야 했습니다. 2011년 종합대학인 뉴욕시립대에 입학해 본격적인 진로 탐색에 들어갔죠. 경제·회계·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전공을 경험하면서 전과를 5번이나 시도했어요. 결국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 없다는 결론을 얻은 원석씨는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전공을 만들기로 했어요. 마침 학교에 학생 스스로 전공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죠.

2007년 9월부터 3년6개월간 건축설계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며 군복무를 했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7년 9월부터 3년6개월간 건축설계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며 군복무를 했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을 새로 만드는 일은 위험한 도전이고 과정 역시 복잡했어요. 혼자서 학교의 커리큘럼을 모으고 분석해 4명의 학과장에게 프레젠테이션(PT)하고, 설득해 최종 서명을 받아야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죠. 결국 수학·컴퓨터공학·커뮤니케이션 3가지 과목을 조합해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전공 커리큘럼을 만들었어요. 2013년 당시 미국 내 어떤 대학에도 그런 전공은 없었죠. 그가 설계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은 데이터를 가지고 어떠한 결과를 내고, 그에 맞게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주로 개발자들의 연구 영역이지만 반드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습을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인공지능 연구, 석·박사보다 사이드프로젝트로
전공을 직접 창안하기까지 6년간 공부했고 2016년 6월, 한국으로 돌아왔죠. 당시 알파고 쇼크로 인해 인공지능·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어요. 원석씨는 국내에 드문 데이터과학 전공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주목받았죠. 하지만 비즈니스 컨설팅을 시작한 그가 배우고 실현하고자 했던 것과 현실은 매우 달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컨설팅은 데이터를 가지고 결과를 낸 다음 그걸 설득하는 작업인데,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좀 달랐어요.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에 맞게 데이터를 만들어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을 해야 했죠. 제가 공부했던 것과 현업에서 마주친 문제점의 괴리감이 매우 컸습니다. 그때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죠.”

미국행을 고민하던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인의 제안으로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 제조 공장의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를 맡게 된 거죠. 원석씨는 공장 안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재료로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적화 모델을 찾고자 했죠.

2008년 6월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구성해 홍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2008년 6월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구성해 홍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6개월간 인공지능을 돌려보며 관찰한 결과, 두 가지 문제점을 도출했어요. 중간 관리자의 위압적인 태도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불행했고, 이는 높은 퇴사율로 이어져 회사는 계속 신규 직원을 뽑아 교육해야 하는 비효율이 악순환되는 문제였죠. 원석씨는 2가지 해결책을 제시했어요. 우선 객체 탐지(Object Detection) 기술을 사용해 용기 제작 과정을 매뉴얼화했고, 두 번째는 챗봇을 만들어 연차휴가·급여 확인 등 보장된 권리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행사할 수 있도록 소통 장벽을 허물었죠. 1년 8개월 동안의 성과였습니다.

중·고교 시절부터 교육문제는 그의 삶을 관통하는 화두였죠.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국에서 교육문제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일에 기여해보기로 했어요. 자신의 연구분야인 인공지능 강화학습 방식을 사람에 대한 교육·학습 방법에 접목해보고 싶었던 원석씨는 2019년 초 혁신적인 교육 스타트업 ‘모두의연구소’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했죠. 모두의연구소와의 인연은 2년 전 인공지능을 함께 공부하던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에서 시작됐어요. 당시 국내에는 인공지능 교육기관이 없었고 미국 스탠포드대 강의 과정밖에 없었기에 국내 일부 연구자들이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모였거든요.

원석씨는 이곳에서 AI컬리지와 딥러닝컬리지 2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총 140명의 연구자와 함께 인공지능 강화학습 관련 연구를 했어요. 성과도 좋았죠. 2019년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에 3개의 논문을 제출했어요. 또 삼성전자 등 국내 6개 기업에 인공지능 연구원 30여 명을 매칭하는 성과도 이뤘죠.

2020년 1월 개최된 Microsoft Ignite The Tour 세션에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모습.

2020년 1월 개최된 Microsoft Ignite The Tour 세션에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모습.

“저는 연구원·개발자들에게 대학 석·박사보다 사이드프로젝트를 많이 해볼 것을 조언합니다. 자신이 고민하는 어떤 문제를 사이트프로젝트 형태로 풀어내 증명할 수 있다면 석·박사 과정에서 4~6년 보내는 것보다 값진 경험이 될 겁니다. 또 개발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 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깃허브(GitHub)에 오픈소스로 자기 프로젝트를 올리고 홍보해 보세요. 자신을 알리고 협업하기 위해서라도 개발자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보 비대칭 해결 위해 인공지능 강화학습 활용 
2020년 7월 모두의연구소를 퇴사하고 본격 창업의 길에 들어섰어요. 당장의 관심사는 피트니스 정보의 심각한 비대칭 문제였죠. 많은 개발자·연구자 등 지인들이 젊은 나이에도 몸이 아파 고통스러워 하거나 일도 제대로 못 할 지경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원석씨가 볼 때 그들의 문제점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운동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고가의 비용 때문에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였죠.

정 대표는 피트니스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2020년 5월 열린 글로벌 피트니스대회에서는 커머셜 모델 부분 2위를 기록했다.

정 대표는 피트니스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2020년 5월 열린 글로벌 피트니스대회에서는 커머셜 모델 부분 2위를 기록했다.

호주 유학시절부터 운동으로 삶의 변화를 체험한 원석씨는 그들에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운동했고, 운동으로 인해 몸이 바뀌고 성적이 오르고 일도 더 잘하게 돼 인생이 달라진 경험을 일찌감치 해봤기 때문이죠. 그의 경험과 철학을 기반으로 탄생한 온·오프라인 피트니스 서비스가 바로 ‘OPCT(Optimal PoliCy Training)’입니다.

OPCT은 인공지능 연구법인 강화학습 기반으로 설계됐어요. 예를 들어 게임을 하면서 최고 득점을 받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강화학습의 목표라면,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잘살 수 있는 점을 옵티멀 폴리시(Optimal Policy)라 보고 OPCT는 그 점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죠. 특히 적은 비용으로 피트니스 트레이닝과 식단 관리를 할 수 있어 이용자가 몸의 변화는 물론 삶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죠.

“운동과 공부, 또는 일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OPCT는 이용자가 몸짱이 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운동을 통해 이용자들이 스스로 삶을 바꿔나가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이 같은 철학을 공유합니다. 노력으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경험은 여러 가지지만 피트니스를 통해 가장 손쉽게 해볼 수 있어요.”

2020년 10월 촬영한 보디프로필. 정원석 대표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자신의 몸 사진을 남겨둔다. OPCT 운영자로 대표인 자신이 직접 피트니스 영상에 코치로 등장하는 만큼 항상 최고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다.

2020년 10월 촬영한 보디프로필. 정원석 대표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자신의 몸 사진을 남겨둔다. OPCT 운영자로 대표인 자신이 직접 피트니스 영상에 코치로 등장하는 만큼 항상 최고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미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살게 됐습니다. 원석씨는 빠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무너지지 않고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코어(core·중심)가 단단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코어를 단단하게 다져야 하고 그 방법이 운동이라는 거죠. 기존 헬스케어 서비스와 OPCT의 차별점은 인공지능으로 짧은 시간에 신체를 발달시킬 수 있는 운동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트레이너 없이도 이용자들이 운동 방법을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는 커뮤니티 시스템을 지향한다는 점이죠.
“인공지능 연구자가 되려면 먼저 개발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 컴퓨터 개발, 수학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이 4가지를 열심히 공부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놔야죠. 인공지능 트렌드는 빠르게 바뀝니다. 기본이 안 돼 있으면 자칫 트렌드만 따라가는 사람이 돼버려요. 하지만 기초가 되는 학문을 공부하면 세상이 급변해도 적응할 수 있어요. OPCT에도 이러한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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