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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때 아픈 기억이 '중산층 조' 만들었다…성격으로 본 바이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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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현지시간)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 민주당의 조 바이든(77) 당선인은 어떤 인물일까. 바이든이 펼칠 정책과 함께 그의 성격과 인물 됨됨이에 특히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해서 백악관 주인의 의지나, 판단, 주장으로 정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46대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7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당선 연설을 하기 전 환영 인파에 주먹을 쥐고 답하고 있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에 기대가 큰 상황에서 44년에 걸친 화려한 경치 경력 이면에 있는 그의 실제 성격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시절 개인 성격과 언행 실수로 국격이 떨어지고 정책적 실패를 가져온 학습 효과 때문이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46대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7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당선 연설을 하기 전 환영 인파에 주먹을 쥐고 답하고 있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에 기대가 큰 상황에서 44년에 걸친 화려한 경치 경력 이면에 있는 그의 실제 성격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시절 개인 성격과 언행 실수로 국격이 떨어지고 정책적 실패를 가져온 학습 효과 때문이다. AFP=연합뉴스

“2020 대선은 후보 성격 대결”  

미국 ABC방송의 워싱턴DC 지역방송인 WJLA는 최근 “이번 대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성품 대결(personality contest)’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성격과 인간성이 워낙 대조적이기도 하지만,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엉뚱하고 괴팍한 성격에 언행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벼르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재임 중 정치와 외교를 비즈니스와 동일시하고, 사람에 대한 무례한 인신공격과 근거 없는 발언을 일삼으면서 미국의 국가 이미지를 실추하는 장면을 유권자들이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4년간 그 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발언과 행동, 그리고 정책을 쏟아냈다. 기성 체제와 원칙·규범에 대한 반발과 도전, 해체 시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품위가 떨어지고 모욕적이며 차별적인 언행이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트럼프의 인간적인 문제점을 폭로하는 책도 줄줄이 출간됐다. 이번 선거는 그런 트럼프의 퇴장을 원하는 유권자가 재선을 바라는 사람보다 많은 것을 확인하는 정치 행사였다.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건물에 11월 7일 저녁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미국 46대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 20일 바로 이 의사당 앞에서 열린다. 미국 의회는 이미 취임식 준비에 들어갔다. 타스=연합통신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건물에 11월 7일 저녁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미국 46대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 20일 바로 이 의사당 앞에서 열린다. 미국 의회는 이미 취임식 준비에 들어갔다. 타스=연합통신

본인 ‘중산층 조’, 풍자지 ‘보통사람 조’    

이 때문에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움직일 바이든의 인간성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에 대한 궁금증을 선거캠프 공식 홈페이지(joebiden.com)와 미국과 정신분석학·심리학 연구, 그리고 정치 전문 매체와 일반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풀어본다.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바이든의 별명이다. 스스로 ‘중산층 조(Middle class Joe’라고 부르며 노동자와 서민들의 벗을 자처한다. 대중은 그를 ‘조 아저씨(Uncle Joe)’라고 부른다. 일부에선 그의 딱딱한 분위기를 빗대 ‘다이아몬드 조(Diamond Joe)’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풍자신문인 어니언은 그를 블루칼라 노동자층과 친숙한 ‘보통사람 조(Average Joe)’ 또는 ‘둔한 아저씨(Goofy uncle)’로 묘사했다. 노동자 편인데도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스포츠카 앞에서 근육을 자랑하는 남성으로 풍자하기도 했다. 쉰 목소리의 정당인으로 그리기도 했다.

흙수저 출신…소탈한 서민친화형 #‘중산층 조’ 자처, 고용안정에 힘써 #첫부인·1남1녀 잃은 인간적 슬픔 승화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연민과 연대로 #풀뿌리로 시작해 44년 선출고위직 #소탈한 태도로 남의 말 귀 기울여 #JFK 이후 60년 만 아일랜드계 가톨릭 #레이건 40년 뒤 아일랜드계 ‘패밀리맨’ #서민친화형지만 딱딱한 이미지 교차 #대통령제는 지도자 성격 정책에 영향 #바이든, 서민친화·소통·통합의 리더십 #트럼프 시절 추락한 국격 만회할 리더

미국의 조 바이든 46대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11월 7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서 환영 인파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바이든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는 존 F 케네디 이후 60년 만에, 아일랜드계로는 로널드 레이건 이후 40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했다. 해리스는 유색인종으로도, 여성으로도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부통령이다.EPA=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46대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11월 7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서 환영 인파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바이든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는 존 F 케네디 이후 60년 만에, 아일랜드계로는 로널드 레이건 이후 40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했다. 해리스는 유색인종으로도, 여성으로도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부통령이다.EPA=연합뉴스

‘사교적이고 외향적, 개방적이고 타협적’

심리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성격과 인간성을 어떻게 볼까? 정치인의 성격을 탐구하고 분석하는 ‘성격 정치학 연구집단(USPP)’이 바이든을 정신 분석한 결과는 사뭇 긍정적이다. 바이든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사교적이고 개방적이다.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고 남의 말을 잘 경청하며 다른 사람을 돕기를 좋아한다. 아울러 융통성이 좋고 협력적이다. 여기에 더해 야심적이며 도전적이고 자신만만하며 대담하다. 타협적이고 외향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조정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형이다.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인 에니어그램으로 바이든을 분석한 블로거도 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은 ‘충실한 인물’로 분류된다. 여기에 속한 사람은 남들의 마음을 끌며,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인물이다. 이런 성격은 안전을 추구하고 외부의 위협을 회피하는 경향이다. 아울러 다른 사람들이 의존할 수 있는 성격이며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직설적이고 즉효를 얻는 발언보다 길고 깊은 대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미국에서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심리학 잡지인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지난 9월 29일 게재된 정신과 의사 존 마틴조이 박사의 칼럼도 비슷한 결과를 전했다. 심리학자들이 MIDC라는 성격 분류기법을 이용해 바이든의 심리를 분석했더니 융통성이 강하고 남의 편의를 잘 봐주는 성격으로 분류됐다. 이는 버락 오바마와 닮았다. 오바마가 당선하기 전 심리학자들은 이런 성격을 지닌 오바마가 대통령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단호하고 강인한지를 우려했지만, 기우로 끝났다. 오바마는 인내력과 결단력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바이든은 8년간 오바마의 부통령으로 일하며 실제로 이런 성격을 보여줬다.

미국의 조 바이든 46대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부인 질과 함께 11월 7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당선 행사에 참석해 환영 환영 인파에 답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46대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부인 질과 함께 11월 7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당선 행사에 참석해 환영 환영 인파에 답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말실수로 인지 문제 거론됐지만 대선 토론으로 불식

마틴조이 박사는 트럼프가 제기한 인지 문제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유세에서 반복해서 바이든을 ‘슬리피 조(Sleepy Joe)’라고 불렀다. 슬리피는 꾸벅꾸벅 졸거나, (지루해서) 잠을 오게 한다는 뜻과 함께 머리가 멍하고 활기가 없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심지어 트럼프는 바이든을 향해 ‘몬트리올 인지 검사’를 받아보라고 야유했다. 이 검사는 치매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알아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실제로 바이든은 잦은 말실수로 수시로 구설에 올랐다. 영국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와 테리사 메이를 헛갈리기도 했다. 이미 1997년 세상을 떠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을 2016년 파리기후협정에서 만났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미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연방하원을 다음 선거에서 되찾겠다는 말실수도 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과 토론 도중 미국에서 2007년 이후 총기 사고로 1억5000만 명이 숨졌다며 엉뚱한 수치를 대기도 했다. 현재 미국 인구는 약 3억2800만 명이다.
이로 인해 바이든의 건강, 특히 인지장애를 지적하는 일은 그 전부터 있었다. 바이든은 1988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1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몇 달 뒤 두 번째 수술까지 받았지만,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잦은 말실수는 이로 인한 뇌 혈류 문제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그 정도 나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애교 있는’ 실수라는 주장이 교차한다.
바이든은 대선 토론 과정에서 보여준 논리적인 발언과 트럼프의 트집 잡기에 단호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 치매 논란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본인과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제기된 적이 있는 낡은 정치적 공격 수단이다.

미국의 조 바이던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은 연방상원의원과 부통령 시절 여야 정치인과 두루 친하게 지낸 소통과 화합의 정치인이었다. 바이던이 야인 시절이던 지난 2017년 10월 필라델피아에서 특히 친하게 지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애리조나)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하는 장면이다. 베트남전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다 격추돼 호된 포로 생활을 했던 매케인은 트럼프에게 "가자 영웅"이라고 조롱을 당하다 2018년 세상을 떠났다. 매케인의 부인인 신디는 이번 대선 기간 중 반트럼프 운동을 펼쳤으며 오랫동안 공화당의 아성이던 이곳은 이번에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던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은 연방상원의원과 부통령 시절 여야 정치인과 두루 친하게 지낸 소통과 화합의 정치인이었다. 바이던이 야인 시절이던 지난 2017년 10월 필라델피아에서 특히 친하게 지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애리조나)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하는 장면이다. 베트남전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다 격추돼 호된 포로 생활을 했던 매케인은 트럼프에게 "가자 영웅"이라고 조롱을 당하다 2018년 세상을 떠났다. 매케인의 부인인 신디는 이번 대선 기간 중 반트럼프 운동을 펼쳤으며 오랫동안 공화당의 아성이던 이곳은 이번에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AP=연합뉴스

풀뿌리 정치인으로 시작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  

이러한 전문적인 분석과 함께 바이든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것도 그의 성격과 마음을 읽는 요긴한 방법일 것이다. 바이든의 공직 경력을 보면 한 마디로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동안 부통령을 맡았다. 46세 때인 1988년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20년 만인 2008년에도 나왔다가 중도에 하차했다. 당시 후보로 결정된 버락 오바마의 부탁으로 부통령을 맡았다. 일리노이주 초선 연방상원의원이던 오바마는 외교 분야에서 경험이 없었는데 이 분야에 밝은 바이든에게 부통령을 맡겨 보완했다.

 2008년 8월 23일 민주당의 버락 오마바 대통령 후보와 조 바이든 부통령 후보 부부가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대선 유세를 하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바이든과 부인 질, 오바마 부인인 미셸과 오바마. 로이터=연합뉴스

2008년 8월 23일 민주당의 버락 오마바 대통령 후보와 조 바이든 부통령 후보 부부가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대선 유세를 하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바이든과 부인 질, 오바마 부인인 미셸과 오바마.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은 앞서 1973년에서 2009년까지 36년간 델라웨어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냈다. 내리 6선을 했으며 상원의 노른자위라는 외교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지냈다. 평생 정치 한 우물만 판 인물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바이든은 제2의 고향인 델라웨어에서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이웃 뉴욕 주에 있는 시러큐스 법대를 거쳐 1969년 변호사가 됐다. 그는 정치 경력을 지역 의원으로 시작했다. 1970~72년 군의원에 해당하는 뉴캐슬 카운티 의원으로 일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풀뿌리 정치인 출신인 셈이다. 1972년 29세의 나이에 델라웨어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뒤 내리 6선을 기록하며 36년간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풀뿌리 정치인에서 워싱턴의 주류 정치인이 됐다. 자칫 거만해질 수도 있을 정도로 44년간 승승장구한 정치 경력이다. 하지만 상원의원을 6선이나 계속했는데도 ‘거만하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소탈하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유쾌하다’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왼쪽에서 둘째)이 대선일인 지난 11월 3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 있는 생가를 찾고 있다. 바이든이 10살 때 이웃 델라웨어주로 윌밍턴으로 이사가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왼쪽에서 둘째)이 대선일인 지난 11월 3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 있는 생가를 찾고 있다. 바이든이 10살 때 이웃 델라웨어주로 윌밍턴으로 이사가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AP=연합뉴스

이젠 쇠락한 공업지대가 된 펜실베이니아 출신

이보다 그의 마음을 더욱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자료가 그의 성장 과정일 것이다. 바이든은 한 마디로 자수성가형이다. 숱한 고난을 헤치고 잡초처럼 건강하고 강인하게 살아왔다. 바이든은 1942년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번 대선 당일 스크랜턴의 옛 고향 집을 방문해 주민들에 둘러싸여 소형 확성기를 손에 들고 인사를 했다. 2015년 세상을 떠난 큰아들 보의 묘지를 찾기도 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일인 지난 11월 3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 있는 생가를 찾아 그 앞에서 몰려든 주민들에게 확성기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일인 지난 11월 3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 있는 생가를 찾아 그 앞에서 몰려든 주민들에게 확성기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펜실베이니아의 지역적 성격이다. 펜실베이니아는 미시간·위스콘신·오하이오 등과 함께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가리키는 ‘러스트 벨트’의 동쪽 끝에 해당한다. 철강과 자동차 공업 등 제조업의 쇠퇴로 일자리와 활기를 읽은 이 지역 백인 유권자들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러스트 벨트의 북부에 해당하는 위스콘신·미시간이 개표 초반 트럼프가 우세했지만, 후반에 우편투표가 본격적으로 개봉되면서 바이든에게 넘어왔다. 4년 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던 러스트 벨트, 쇠락한 공업지대의 제조업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트럼프에 등을 돌리고 바이든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들어 트럼프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응으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러스트 벨트는 오히려 바이든의 승리를 견인한 주요 지역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연방상원의원으로 일하며 매일같이 170km 거리를 출퇴근하며 아들 둘을 돌보던 시절의 조 바이든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연방상원의원으로 일하며 매일같이 170km 거리를 출퇴근하며 아들 둘을 돌보던 시절의 조 바이든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노동자 가정 출신의 고용안정 중시한 ‘중산층 조’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중고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노동자 가정 출신이다. 그는 “바이든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대학에 들어간 건 내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평범한 가정 출신이다.
바이든은 10살 때 실직한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 이웃 델라웨어 주의 윌밍턴으로 이주하면서 함께 옮기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2007년에 펴낸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들: 인생과 정치에서(Promises to Keep: On Life and Politics)』에서 바이든은 “다니던 학교에 다시는 가지 못하게 됐고 친구들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괴로운 심정을 회고했을 정도다. 이사는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지닌 어린 조에게 평생 심리적 상처로 남았다.
어린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쓰라렸던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훗날 정치인 바이든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는 바이든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개인의 경험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바이든은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가진 중산층이 미국의 튼튼한 허리’라고 굳게 믿게 됐다. 이런 중산층이 많아야 미국 경제에 활력을 주고 사회에 안정을 가져온다는 신념이다. 그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바이든은 선거 유세에서 자신을 ‘중산층 조’라고 불렀다.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가 미국의 가치와 명예를 실추했다고 강조하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의 영혼을 부활하자(Restore the soul of America)’는 구호를 들고 나왔지만, 상원의원 시절에는 더욱 현실적인 ‘중산층 부활’을 선거구호로 주로 내세웠다. 유행하는 말로 바이든은 흙수저 출신인 셈이다.

1972년 여름 델라웨어주 민주당 당대회에 참석한 조 바이든 가족의 모습. 오른쪽부터 차남 헌터(로버트), 바이든, 장남 보(조셉), 첫 부인 넬리아. 당시 델라웨어 주지사 당선인인 셔만 트리비트와 그의 부인 진(왼쪽부터)이 함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1972년 여름 델라웨어주 민주당 당대회에 참석한 조 바이든 가족의 모습. 오른쪽부터 차남 헌터(로버트), 바이든, 장남 보(조셉), 첫 부인 넬리아. 당시 델라웨어 주지사 당선인인 셔만 트리비트와 그의 부인 진(왼쪽부터)이 함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개인적 불행 딛고 연민과 연대의 정치인으로  

바이든은 가족에게 애틋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인물이다. 바이든은 평생 2남 2녀를 뒀지만, 그중 장남과 장녀 1남 1녀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대선을 맞아 고향에 있는 장남의 묘지를 찾았다. 먼저 떠난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의 표시다. 이 일로 새삼 그의 일상 역정이 화제가 됐다
바이든이 처음으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직후인 72년 12월 18일 첫 부인 네일리아와 딸 나오미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함께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장남 보와 차남 헌터를 돌보다 이들의 병실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바이든은 엄마를 잃은 아들들의 마음을 헤아려 매일 윌밍턴의 집에서 175㎞가 떨어진 워싱턴DC의 의회까지 출퇴근했다.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2시간, 기차로 1시간 36분이 걸리는 거리다. 바이든의 세심함을 보여주는 일화다.
어려서 이사로 인해 환경이 변하면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바이든은 5년 뒤 질 제이컵스와 재혼하기 전까지 장남 보와 차남 헌터를 직접 키웠다. 재혼 뒤 딸 애슐리를 얻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변호사로 델라웨어 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장남 보가 2015년 뇌종양으로 46세에 세상을 떠났다. 바이든은 인간으로서 견디기 쉽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그런 과정에서 고통받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연대감을 보여왔다. 고통과 불행이 그를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시킨 셈이다. 현재 5명의 손주까지 둔 할아버지 바이든은 전형적인 ‘패밀리맨’이다. 가족 중시는 아일랜드계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자택에서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이 사진은 질 바이든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에는 바이든이 '바이든 박사(질 바이든을 가리킴)와 바이든 부통령이 이곳에 거주한다'(Dr. & Vice President Biden Live Here)는 표지를 들고 있고, 질 여사가 손으로 '부(Vice)'를 가리고 있다. 이제 대통령에 당선했다는 의미다. 질 바이든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자택에서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이 사진은 질 바이든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에는 바이든이 '바이든 박사(질 바이든을 가리킴)와 바이든 부통령이 이곳에 거주한다'(Dr. & Vice President Biden Live Here)는 표지를 들고 있고, 질 여사가 손으로 '부(Vice)'를 가리고 있다. 이제 대통령에 당선했다는 의미다. 질 바이든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JFK 이후 60년 만의 아일랜드계 가톨릭 당선인  

바이든에 대해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는 정체성이다. 바이든은 캅카스계 미국인(백인)이지만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비주류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까지 45대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는 35대 존 F. 케네디가 유일하다. 제40대 로널드 레이건은 아일랜드 가톨릭 이민자의 후손이지만 자신은 개신교도였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취임하면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는 케네디 이후 처음이며, 아일랜드계로는 레이건 다음이다. 미국은 센서스 등에 따르면 인종적으로 76.5%의 백인과 11.4%의 흑인, 그리고 5.9%의 아시아계 등으로 이뤄졌다. 종교적으로는 개신교 48.5%, 가톨릭 22.7%, 유대교 2.1%, 모르몬교 1.8%, 이슬람 0.8%의 분포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 한 주민이 조 바이든의 당선 소식을 전하는 영어 신문을 들어 보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 한 주민이 조 바이든의 당선 소식을 전하는 영어 신문을 들어 보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AFP=연합뉴스

“붉은 주도 푸른 주도 없다”…소통과 단합 리더십

바이든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소통과 단합의 리더십일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계속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월 25일 경찰 폭력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을 6월 8일 1시간 이상 만나 대화하며 위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족 측 변호사인 벤저민 크럼프는 트윗에서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미국을 치료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과 한 시간 넘게 함께한 이유”라고 적었다. 정치인 바이든과 함께 인간 바이든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가족 중시가 돋보이는 바이든이 백악관 주인이 되면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더욱 돋보일 전망이다. 트럼프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그의 얼룩을 지우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은 7일 밤 당선 연설을 하며 “붉은 주(공화당 트럼프 지지 주)도, 푸른 주(민주당 바이든 지지 주)도 없으며 단지 단합된 미국만 있을 뿐(No red state or blue state but united states)”이라고 했다. 그는 “이 나라의 가능성을 굳게 믿는다(I believe in the possibility of this country)”라고도 했다. 바이든의 연설이 수사를 넘어 현실이 되기를 기원하는 사람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을 것이다. 세계가 미국을 걱정하는 시대를 끝내고 미국이 세계를 위해 할 일을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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