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폐차대금 현금봉투로 빼돌렸다" 서울버스 횡령 의혹

중앙일보

입력 2020.11.09 05:00

업데이트 2020.11.09 10:43

前 직원 “폐차 대금, 실제보다 낮춰 입금” 

과거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이 버스 폐차 매각대금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전직 직원의 증언을 통해 불거졌다. 최근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버스요금 인상을 검토 중인 상황이어서 버스업체가 횡령한 돈을 환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전 직원, 버스회사 경영진 횡령 의혹 제기
회사 측 “그런 적 없다, 잘못된 내용” 반박

폐차대금, 준공영제 속 혈세와 직결돼
시, 2018년 제도 개선…이전 상황 묻혀

 서울 A 버스회사에서 폐차 업무를 담당하던 전 직원 B씨는 “2018년 당시 9~10년 된 버스 5대를 폐차하면서 받은 대금 가운데 일부를 현금화해 경영진에게 건넸다”고 8일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회사 측은 대당 수백만 원의 매각대금을 폐차장에서 받기로 구두 계약을 한 뒤 실제로는 일부만 회사 통장에 입금하고 나머지는 봉투에 넣어 현금으로 받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폐차량 매각액 입금 지침’에 따르면 버스회사가 버스를 폐차하면 이 대금을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에 수입으로 입금해야 한다. 준공영제 시행에 따라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수입과 실제 투입된 비용의 차액을 매년 지원하고 있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6월 전까지는 폐차 매각대금을 전액 버스회사가 가져갔다. 하지만 2015년 국정감사 등에서 “신규버스 구입비를 서울시가 지원하는데, 폐차 매각대금은 왜 버스회사가 챙기느냐”는 논란이 일자 제도를 바꿨다.

A 버스회사와 당시 거래한 폐차장 모습. [사진 독자 제공]

A 버스회사와 당시 거래한 폐차장 모습. [사진 독자 제공]

 B씨는 “폐차장에서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돈을 빼돌린다는 얘길 듣고 회사 이사에게 말하니 우리 회사도 그렇게 하라고 해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경영진이 이를 지시했으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버스회사와 거래한 폐차장 관계자는 “대당 매각대금이 25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 측에 따르면 2018년 7·9월 폐차한 이 회사 버스 5대의 매각대금은 대당 120만~160만원으로 실제 폐차한 금액보다 100만원가량 적다. B씨는 “수출되는 버스는 매각대금이 250만원보다 훨씬 많아 5대에 대해 현금으로 챙긴 돈이 1000만원을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관해 A 회사 측은 “폐차 매각대금을 따로 챙기는 일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B씨가 “당시 사측이 모든 정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잘못된 내용”이라며 “매각대금을 받아서 바로 (조합 측에) 입금했고, 그렇게(현금으로 전달) 하라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A 버스회사가 서울버스조합에 제출한 폐차 매각대금 내용. [자료 서울시]

A 버스회사가 서울버스조합에 제출한 폐차 매각대금 내용. [자료 서울시]

 이 회사뿐 아니라 당시 일부 버스회사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폐차장 관계자는 “서울 시내버스 회사 60여 곳 중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돈을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폐차 매각과 관련한 버스회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환수 등의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제보가 들어와 2018년 8월부터 조달청 공개 매각을 통한 폐차로 제도를 개선했다”면서도 “어느 업체인지 몰라 자세히 조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A 회사 건에 대해서도 서울시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횡령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버스업계 안팎에서는 “시민들의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는지도 모르는데 서울시가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5년 동안 매년 평균 2900억원가량의 지원금을 시내버스 업계에 지급했다. 올해 지원금은 6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실제 앞서 대구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수년 동안 폐차 대금을 낮춰 적은 뒤 차액을 폐차 구매자에게 받는 수법으로 폐차대금 5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구시 모 버스회사 대표와 관계자들을 2018년 구속기소 했다.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전경. [사진 뉴시스]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전경. [사진 뉴시스]

우형찬 서울시의원(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가 지급하는 지원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조금 횡령, 채용 비리, 족벌 경영 등의 버스업계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며 “시민들의 혈세로 준공영제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문제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고발이나 환수 조처 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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