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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난치성 심장 질환 해결책 찾아 머리 맞대는 ‘명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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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센터 탐방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고려대안암병원 유철웅 교수(왼쪽 둘째)가 심혈관 시술실에서 관상동맥 조영술을 진행하고 있다. 심혈관센터는 감염 관리를 위해 모든 시술실에 헤파필터 등 공기 정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고려대안암병원 유철웅 교수(왼쪽 둘째)가 심혈관 시술실에서 관상동맥 조영술을 진행하고 있다. 심혈관센터는 감염 관리를 위해 모든 시술실에 헤파필터 등 공기 정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인체를 가족에 비유하면 심장은 어머니와 같다. 60조에 이르는 세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 10만 번 이상 일하며 묵묵히 소임을 다한다. 아파도 티내지 않고 남을 돌보다 정작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다. 실제로 나이 들어 흉통·호흡곤란 등 증상이 느껴질 땐 부정맥·협심증과 같은 심장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의 24시간 상주, 60분 내 처치 #심장의 미세혈관 문제까지 잡아내 #심장 질환 예방법 연구 더욱 주력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는 이런 난치성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해 명의(名醫)보다 ‘명팀(名 TEAM)’ 육성에 주력해 왔다. 다학제 협진과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한 진단·치료로 국내 최초·최다 타이틀을 숱하게 거머쥐었다. 유철웅(순환기내과) 교수는 “신관 개원에 맞춰 규모를 두 배 이상 확장하며 검사·치료·관리에 이르는 ‘토털 케어’ 시스템을 강화했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베스트 병원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 공간 확장, 토털 케어 시스템 강화

심장 질환이 한국인 사망 원인 2위까지 올라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증상이 모호하고 일반적이라 스스로 알기 어렵다.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걸 나이 때문이라 여기기 십상이다. 둘째, 치료가 까다롭다. 심장 질환은 도미노처럼 한 질환이 또 다른 질환으로 이어진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혈전을 만들고, 관상동맥이 막히는 협심증은 심장 기능 저하(심부전)를 부른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날 땐 이들 질환이 만성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두 개 이상 심장 질환이 동반됐을 경우단순히 ‘원인 질환’만 해결한다고 심장 건강을 회복할 수 없다.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가 진단부터 전력을 다하는 이유다. 박성미(순환기내과) 교수는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는 순환기내과 교수가 증상 청취부터 심초음파, 심장 기능검사 등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한다”며 “혈전 여부와 몸 상태, 심장의 구조·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을 정확히 찾아낸다”고 말했다.

진단의 정교함을 더하는 것은 다학제 협진이다. 순환기내과·흉부외과·재활의학과 등 심장 질환 전문가들이 함께 최선의 치료 방법과 순서를 모색한다. 박 교수는 “심장이 너무 지쳤거나 혈전이 있을 땐 혈관·판막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도 기능이 정상화되지 않고, 오히려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각 진료과의 전문성을 살려 예상되는 치료 효과·문제점을 꼼꼼히 따진 후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병원에서 알기 어려운 심장의 미세혈관 문제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정확히 잡아낸다. 미세혈관이 막히면 초음파·X선 등 영상 진단 결과는 정상이어도 흉통을 포함한 이상 증상이 지속해서 나타난다. 특히 젊고 만성질환이 없는 여성에게 이런 미세혈관 협심증·심근경색이 흔하다. 가슴이 답답한 ‘화병’도 사실은 미세혈관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젊은 여성의 심근경색은 전 연령대에서 예후가 가장 나쁜데, 이는 미세혈관 문제를 진단·치료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라며 “아데노신을 이용한 특수 약물을 활용해 미세혈관 문제를 찾고 약물·심장 재활 등 적합한 치료를 시행하면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열린 대한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성과를 담은 여성 심장 질환 관련 빅데이터 연구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관상동맥 환자 위한 일일입원실 운영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의 치료 속도·실력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이다. 갑자기 심장 혈관이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정부 권고 시간(90분)보다 훨씬 짧은 60분 이내에 모든 처치를 완료한다. 환자 안전을 위해 심장내과·외과 전문의가 하루 24시간 상주하며 심장마비뿐 아니라 대동맥·말초동맥 질환의 신속한 처치를 주도한다. 유 교수는 “이 밖에 관상동맥 질환자는 당일 시술·퇴원할 수 있는 ‘심혈관 일일입원실’을 운영해 신체·심리적인 부담을 최소화한다”고 덧붙였다.

개복수술에서 절개를 최소화한 최소침습 ‘시술’로 심장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곳도 바로 고려대안암병원이다. 특히 부정맥 중 심방세동의 전극 도자 절제술은 국내 최초이자 가장 많은 시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극 도자 절제술은 가느다란 전극을 심장에 삽입한 뒤 고주파 열에너지를 이용해 심장의 전기신호를 조절하는 치료법이다. 얽히고설킨 전기회로 중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내고, 직경 2~4㎜의 얇은 전극을 이용해 이를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전극의 위치·깊이를 정교하게 계산하지 못하면 치료 성적이 떨어질뿐더러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최고난도 시술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의 전극 도자 절제술 완치율은 90%에 달한다. 20여 년간 50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시술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최종일(순환기내과) 교수는 “10종류 이상 심전도 결과와 심장 내 초음파, 심장 MRI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3차원으로 ‘심장 지도’를 그린다”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해 내고 이를 경험 많은 의료진이 정교하게 해석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관상동맥이 막히는 협심증·심근경색이나 심장판막 질환 역시 환자 부담을 줄인 시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한다. 예컨대 노화로 심장의 ‘문’인 판막이 굳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가슴을 열지 않고 경피적 대동맥판막 이식술(TAVI 시술)로 해결한다. 허벅지 부위를 작게 절개한 뒤 인공판막을 이동시켜 망가진 판막을 대체하는 시술이다. 치료 노하우가 쌓이면서 지난해엔 아시아 최초로 국소마취만으로 TAVI 시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의 다음 목표는 치료를 넘어선 심장 질환의 ‘예방’이다. 심혈관센터는 앞서 2016년 국내 최초로 유전성 심장 질환 클리닉을 개설하며 ‘정밀 의학’의 문을 열었다. 최 교수는 “이른바 ‘부정맥 유전자’의 유무를 파악하면 나뿐 아니라 가족도 맞춤 처치를 통해 돌연사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가족 중에 급사한 사람이 있거나 심폐소생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한번쯤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외에도 심장 건강을 언제,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도록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의 개발과 임상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 교수는 “환자를 위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은 고려대의료원의 전통”이라며 “향후 구로·안산병원과 심혈관 질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빅데이터 기반 정밀 의학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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