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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라이스는 국무장관, 플러노이는 첫 여성국방 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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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 내각 구성 어떻게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 복원을 의미한다. 이는 실력이나 가치관, 도덕성이 아닌 충성심과 친분을 기준으로 인선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내각과는 등용할 인재의 질부터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링컨 부장관 때 첫 출장지가 한국 #라이스, 안보문제 현실주의 매파 #플러노이·라이스 조합 현실화 땐 #해리스 부통령과 ‘여성 트로이카’ #재무엔 브레이너드 Fed 이사 전망 #남편은 전 동아태차관보 커트 캠벨 #샌더스는 노동장관 관심 보이지만 #인수위, 상원의원 내각 합류 막을 듯

바이든 당선인을 직접 만나본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그는 ‘톱다운’을 좋아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르다. 정상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이 작동하고 그만큼 행정부 인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팀 바이든’의 상당수는 ‘오바마의 사람들’이라서 한국에서도 잘 아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바이든 캠프 외교·안보 진용의 핵심이다. 데일리비스트는 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국무장관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무장관이 더 높은 직위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오랜 측근인 그를 백악관에서 곁에 두고 싶어 한다면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링컨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 때 외교정책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실패로 끝난 바이든 당선인의 2008년 대선 도전 때도 옆을 지켰고,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기용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그를 ‘수퍼스타’로 부르며 “오바마가 나와 함께 4년 동안 일하더니 깨달음을 얻고 블링컨을 훔쳐갔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방한 때 리퍼트 대사와 삼계탕 저녁

2015년 2월 방한해 삼계탕을 먹고 있는 토니 블링컨 당시 국무부 부장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대사 트위터]

2015년 2월 방한해 삼계탕을 먹고 있는 토니 블링컨 당시 국무부 부장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대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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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동북아 이슈에 해박하다. 그는 2015년 1월 부장관이 됐는데, 첫 국외 출장지로 택한 게 한국이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중동 문제에 집중하고 블링컨은 동북아 문제를 맡는 것으로 모종의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결과였다. 당시 블링컨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 삼계탕을 저녁으로 먹고 “따뜻한 환영에 감사한다. 그리고 첫 일정은 바로 삼계탕 저녁 식사”라고 트윗에 올리는 등 친근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광화문 대로를 걷고 세종대왕상 앞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도 트윗에 올렸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내며 카운터파트인 블링컨과 수차례 한·미 간 고위급 북핵 전략협의 등을 했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선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인데 업무에 대해서는 집중도가 대단하고 매우 진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2016년 한·미 간 고위급 전략협의체가 출범했을 때 일이다. 처음 한국은 상·하반기에 한 번씩 1년에 두 차례 정도를 생각했는데, 블링컨이 먼저 “우리 3개월에 한 번씩은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실제로 1년에 네 차례나 협의를 하게 됐다. 일정이 바쁠 텐데 괜찮겠냐고 하자 블링컨은 “이 일이 매우 중요하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는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잇따라 감행하던 때라 대북 제재 강화가 주된 협의 대상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제3국 국적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소유인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의 등록 취소를 회원국에 촉구했다. 회원국들이 이런 선박을 일일이 잡아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안보리 결의 이후 실제로 북한 선박의 등록을 취소하는 국가들이 의외로 많이 나왔는데, 그 뒤에는 블링컨이 있었다고 한다. 부장관인 그가 수시로 국무부 각 지역국의 차관보들을 불러 계속 상황을 확인했고, 이에 국무부 관료들은 우호국들을 적극 설득해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닐런도 국무장관 후보에 올라

2010년 12월 유엔본부에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가운데)과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을 만나고 있는 수전 라이스 주유엔 대사.[AP=연합뉴스]

2010년 12월 유엔본부에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가운데)과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을 만나고 있는 수전 라이스 주유엔 대사.[AP=연합뉴스]

블링컨은 동맹의 가치도 중시한다. 그는 지난 7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을 감축하기로 한 데 대해 “어리석고 악의적이며 전략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비난했다.

역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핵 비확산 등 안보 사안에서 미국의 강한 힘과 리더십을 강조하는 현실주의 매파”라고 외교관들은 말한다. 흑인 여성인 그는 행정부의 다양성 측면에서 국토안보부 장관 등 여러 자리에 이름이 오른다.

그와 같은 시기에 유엔 주재 대사로 있었던 김숙 전 대사는 “굉장히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안보 문제에서는 중국, 러시아 대사와 정면으로 맞붙는 것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 한·미 동맹의 가치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되돌아봤다. 두 사람은 서로 퍼스트 네임인 “수전” “숙”으로 부르는 사이였다.

실제 라이스는 아랍의 봄 사태 때 리비아에 무력 개입이 가능하도록 유엔이 국민보호책임(R2P) 규정을 발동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도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2014년 9월 중앙일보를 방문해 홍석현 회장(맨 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토머스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맨 오른쪽). 블링컨, 라이스, 도닐런은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거론된다. [중앙포토]

2014년 9월 중앙일보를 방문해 홍석현 회장(맨 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토머스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맨 오른쪽). 블링컨, 라이스, 도닐런은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거론된다. [중앙포토]

이 밖에 바이든의 델라웨어 지역구를 승계한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토머스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국무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른다.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된다. 이제 44세지만, 그를 만나본 이들은 하나같이 “진정한 브레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이미 4년 전 클린턴 캠프에 참여했을 때 당선 시 국가안보보좌관 1순위로 꼽혔다.

아시아 문제에도 정통하다. 2018년 5월 더 디플로맷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문제 접근에 대해 “지역 전체를 놓고 보다 넓게 접근하면서 북핵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의 핵심은 동맹과 파트너십, 다자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2017년 중앙일보-CSIS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왼쪽)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2017년 중앙일보-CSIS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왼쪽)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그는 2017년 중앙일보-CSIS 포럼에 패널로 참석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이슈와 관련된 거래를 북핵 문제 해결에 활용하려 하는데, 이런 방법이 원하는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될 것이다. 동맹의 힘과 효과는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책차관을 지낸 미셸 플러노이는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유력하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국방장관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했다. 블링컨과 함께 워싱턴 안보 싱크탱크인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의 공동 설립자로, 바이든의 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플러노이 국방장관-라이스 국무장관 조합이 현실이 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여성 트로이카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대선 기간 동안 바이든 캠프 측이 내각 구성의 원칙으로 “하나의 국가로서 우리의 이념과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성별과 인종 등의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담당엔 존 케리 전 국무장관 거론

바이든 당선인 내각·백악관 인선 예상

바이든 당선인 내각·백악관 인선 예상

이라크전 참전 경력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태미 더크워스는 보훈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선 경쟁자였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도 마찬가지인데, 그는 주유엔 대사로도 이름이 나온다. 만약 성소수자인 부티지지가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 유엔대사에 임명되면, 바이든 정부에서 큰 상징성을 지니게 될 것이란 평도 나온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역시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노동부 장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을 탈환하지 못한 가운데 입법 전쟁을 고려해 바이든 인수위가 상원의원의 내각 합류를 금지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가 기후·환경·에너지 문제에 전권을 갖는 ‘기후 담당 차르(절대 군주)’ 임명을 검토하고 있는데, 여기엔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선 주요 일정

미국 대선 주요 일정

자기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바이든 당선인의 스타일 때문에 오랜 기간 그를 보좌해온 론 클라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나 스티브 리체티 전 보좌관 등은 백악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곧 막이 오를 ‘바이드노믹스’의 실행자들도 주목된다. 경제 내각의 핵심은 재무장관이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부터 미국 시사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까지 다수의 매체가 선두주자로 꼽는 인물은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1962년생으로 웨슬리언대에서 학사, 하버드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정통 경제 엘리트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으로 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국제업무 당당 재무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Fed의 이사로 임명된 건 2014년이다. 그의 성향은 중도 진보로 분류된다. 그를 만난 적 있는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소장은 “스마트한 엘리트 경제관료이면서 화려한 언변까지 갖춘 인물”이라고 전했다.

경선 때 싸움닭 워런, 재무장관 후보로

남편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한국 담당 업무를 맡았던 커트 캠벨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싸움닭’ 이미지로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사실 그는 파산법이 전공인 법학자로, 경제에도 조예가 깊다. 본인도 야심이 있다. 폴리티코는 지난달 “워런 측이 바이든에게 당선되면 내각 자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가 입각할 경우 민주당이 상원의원 한 명을 잃게 된다는 게 변수다.

중도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 수석경제보좌관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 예산정책우선주의센터(CBPP) 수석연구원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그를 중용하기 위해 부통령 경제보좌관 자리를 신설하는 공을 들였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의 신봉자다.

현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벤 해리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2014년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바이든이 특히 신뢰하는 인사로,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도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전수진·이유정 기자,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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