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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두 아들은 '싸우자'…사위 쿠슈너는 '우아한 승복' 설득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스털링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골프 도중 바이든의 당선 확정 보도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 성명을 내고 "선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월요일(9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정 다툼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스털링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골프 도중 바이든의 당선 확정 보도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 성명을 내고 "선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월요일(9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정 다툼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승리 연설에서 "치유와 통합"을 외쳤지만 "선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응수했다. 2016년 대선 땐 패자 승복 연설 뒤 당선인이 연설하던 전통을 깨고 승리 연설을 먼저 했던 트럼프 자신이 승복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폭스뉴스, "우아한 퇴장, '레거시'가 가장 중요" #트럼프·가족기업 겨냥, 수사·소송 줄줄이 대기 #뉴욕법원 계류 성폭행 소송엔 DNA 증거도 내야 #"불복" 바이든에 '사면 거래' 전략 해석도 #FT "부채 11억 달러 연장 안 될 경우 파산" #바이든측 "백악관 침입자 완벽 퇴거 가능"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9일)부터 법정 다툼을 시작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소송전을 예고했지만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우아한 승복을 설득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공화당부터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가장 강경한 가족 내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11시 24분(한국시간 8일 오전 1시 24분) 펜실베이니아 승리와 함께 바이든의 46대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 보도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접했다.

그는 몇분 만에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성급하게 가짜 승자 행세를 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우리 선거캠프는 월요일부터 선거법을 완전히 준수하고, 정당한 승자가 자리에 앉도록 법원에서 사건을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은 깨끗한 선거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모든 합법적인 투표용지를 집계하되 불법 투표는 세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0.6%p)·조지아(0.2%p)·미시간(2.7%p)·네바다(2.2%p) 등 바이든 후보가 초박빙의 승리를 거둔 지역에서 대선일(11·3일) 이후 접수한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 각주 법원이 개표중단 소송은 줄줄이 기각한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 접수 사흘 연장 무효 소송에 6대 3으로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개입하는 데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주의회-주지사 당적.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국 주의회-주지사 당적.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7일 저녁 5시(한국시간 오전 7시)엔 트위터에 "7100만표의 합법적인 표를 얻은 내가 대선에 승리했다"며 "수백만표의 우편투표 용지가 요청하지도 않은 사람들에 보내졌다"며 우편투표 부정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면서 "7100만표는 역대 현직 대통령이 얻은 최다 득표 기록"이라고도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오른쪽)이 지난 3일 버지니아 알링턴의 캠프 사무실에서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쿠슈너 고문은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과 달리 "대선 결과에 우아하게 승복해야 한다"고 트럼프를 설득하고 있다고 CNN방송과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오른쪽)이 지난 3일 버지니아 알링턴의 캠프 사무실에서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쿠슈너 고문은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과 달리 "대선 결과에 우아하게 승복해야 한다"고 트럼프를 설득하고 있다고 CNN방송과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미 확정된 선거결과를 마냥 불복할 수만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한 공화당은 물론 트럼프 최측근 이너서클인 가족 구성원에게서도 '우아한 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CNN은 8일 두 명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선거 결과 승복을 설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측도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AP통신도 "이너서클 가운데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두 아들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이 계속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위 쿠슈너 고문은 '선거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결과엔 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기업과 별도로 뉴욕시에만 60여채 빌딩을 보유한 부동산회사 '쿠슈너 컴퍼니'의 사주다.

폭스뉴스 내 트럼프 충성파인 로라 잉그러햄도 방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수용해야 할 때가 되면 우아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이 나라가 전진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유산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탈세 의혹을 포함한 각종 소송에 직면한 트럼프에게 남은 선택지는 나라를 위한 우아한 승복이 아니면, 내년 1월 20일 정오 임기 만료 후 강제 퇴거밖에 없기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면책 특권이 없는 민간인으로 돌아갈 경우 가족의 명성과 사업에 위해가 갈 수 있는 각종 수사와 소송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위협이 맨해튼 연방검찰의 트럼프와 그의 회사 트럼프 기업(Trump Organization)의 사업 관련 수사와 뉴욕주 검찰총장의 트럼프 본인과 회사의 세금 사기 수사다. 특히 2016년 대선 때부터 약속한 세금 환급 내역을 4년 임기 내내 공개하지 않을 만큼 수상한 납세내역 때문에 퇴임 후 트럼프가 처벌될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로 부동산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이 총부채 11억 달러(1조 2335억원) 중 상환 기한이 다가오는 9억 달러를 연장해주지 않을 경우 파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뉴욕 법원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선 DNA 증거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대선 불복 소송으로 버티는 이유가 퇴임 이후 각종 수사와 소송으로부터 자신과 가족, 기업을 지키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과 거래하기 위한 수단이란 분석도 나온다. 1972년 대선 도중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당선된 이후 사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처벌하지 않는 등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캠프 측은 하지만 이날까지도 대선 승복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측과 아직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앤드루 베이츠 캠프 대변인은 "우리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 정부는 무단 출입자를 백악관 밖으로 완벽하게 퇴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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