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네 여론조작" 김어준 띄우고 추미애 고발…뚜껑여니 김경수

중앙일보

입력 2020.11.08 15:18

업데이트 2020.11.08 15:48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6일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으로 2심에서도 실형(징역 2년)을 선고 받으면서 방송인 김어준씨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그(김 지사)가 형을 받는데 크게 기여한 분”(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라는 이유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분(김어준씨)은 방송까지 동원해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한분은 추미애 장관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는데 김어준의 말을 믿고 수사를 의뢰했다가 이 사달이 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2018년 드루킹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당시, 추 장관과 김씨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국민청원→김어준 “얘네들 여론조작”

방송인 김어준씨가 2018년 1월27일 방송된 '다스뵈이다'에서 보수진영의 조직적 댓글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방송인 김어준씨가 2018년 1월27일 방송된 '다스뵈이다'에서 보수진영의 조직적 댓글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보수진영의 댓글조작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2018년 1월18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아래는 당시 첨부된 유튜브 영상 [청와대 캡처]

보수진영의 댓글조작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2018년 1월18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아래는 당시 첨부된 유튜브 영상 [청와대 캡처]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의 발단은 2018년 1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건의 청원 글이었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정부ㆍ여당 비판 댓글이 비정상적으로 추천을 많이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게시자는 추천수가 올라가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첨부, “매크로 등으로 추정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비판 댓글이 과대 대표된다는 의심인만큼 사실상 보수진영을 겨냥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네이버 측도 청원 이튿날(1월19일) 분당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포털 댓글 추천수가 이슈가 되면서 방송인 김어준씨 역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씨는 1월27일 방송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9회 방송에서 “올해 들어 얘네들(보수진영)이 여론공작에 본격 돌입했다. 매우 일사불란한 하나의 체계다. 국정원 심리전단 수준으로 계층이나 연령을 세분화해 타겟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는 “저쪽에서 대단한 위기감을 가졌다. 안 그래도 (대통령) 지지율이 60~70% 왔다갔다 하는데 굳어져서 지방선거까지 가면 끝장이다. 문재인 정부도 방심했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김씨는 2월1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3화에서 관련 의혹을 8분 가량 다루며 “댓글 부대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정황을 최근에 문제 제기한 사람이 바로 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수사의뢰 “매크로 의심”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측에 제보된 댓글조작 정황. 국민청원 역시 이같은 내용을 첨부해 ″댓글조작이 의심된다″며 네이버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포토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측에 제보된 댓글조작 정황. 국민청원 역시 이같은 내용을 첨부해 ″댓글조작이 의심된다″며 네이버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포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8년 2월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8년 2월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도 1월31일 매크로를 통한 댓글 조작이 의심된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새벽시간대 ‘좋아요’와 ‘나빠요’ 급증 ▶네이버 아이디 구매 및 댓글조작 웹사이트 존재 ▶몇몇 특정기사에 과도하게 댓글 몰린 점 등을 감안하면 매크로가 사용된 것으로 충분히 의심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추미애 당시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2월12일 이와 관련한 상세보고를 받기도 했다. 사실상 보수진영의 조직적 댓글 조작으로 보고 당 차원에서 총공세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4월13일 “댓글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구속한 3명 가운데 2명이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히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엿새 뒤인 4월19일,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경수 경남지사(당시 민주당 의원)가 2017년 대선에서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민주당은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의 특검 주장을 수용, 드루킹 특검법은 5월2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드루킹 특검법 관철을 위해 단식투쟁에 나섰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미애 장관의 문제제기가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고 회고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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