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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없는 미국서, K-배터리 훨훨 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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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선언을 하면서 친환경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미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친환경 바이든 행정부…전기차용 배터리 업계 전망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LG화학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K-배터리’ 업체에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환경 사업보다는 기존 석유 화학 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쳐온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2조 달러 규모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친환경 관련 정책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기차와 관련 앞서 ▶전기차 보급 가속화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 및 생산 가속화 지원 ▶미국 내 자동차 산업에서 신규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 부조금을 부활해 전기차 보급을 가속하고, 2030년까지 전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개를 설치한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개발, 제조,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조금도 투입한다. 새로 판매되는 중소형 트럭을 100% 전기차 화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LG화학의 자동차용 배터리 연구진들. 사진 LG화학

LG화학의 자동차용 배터리 연구진들. 사진 LG화학

미국, 시장 크지만 친환경차 판매 비중 작아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올 8월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2만8317대로 전체 판매 자동차의 2.1% 선이다. 반면 중국은 이 비중이 5.4%(9만3297대), 유럽은 11%(9만7482대)에 이른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관련 기술전시회 '인터배터리2020'에서 선보인 삼성SDI의 배터리 부스. [중앙포토]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관련 기술전시회 '인터배터리2020'에서 선보인 삼성SDI의 배터리 부스. [중앙포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미국 내에는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기차 공장 자체가 없다. 새 행정부가 미국 내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투자를 유도하려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건 필수다. 미국 자체적으로는 배터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 배터리 제조사에 당분간 의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배터리 사업은 최소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본과 장기간 쌓아온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란 점이다.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업체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정도다.

자료: SNE리서치

자료: SNE리서치

배터리 업체, 지난주에만 15% 이상 주가 올라

하지만,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거래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 CATL은 미ㆍ중 무역 분쟁으로 발목이 잡혀있다. 실제 CATL은 2022년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소재 볼보(Volvo)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으나, 미ㆍ중간 힘겨루기로 인해 제대로 된 공장 건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에 가장 큰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 2일 주당 12만2500원이던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6일 14만1500원으로 15.5%가 올랐다. 같은 기간 62만3000원이던 LG화학의 주가 역시 72만원(15.6% 상승)이 됐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연구진의 모습.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연구진의 모습. 사진 SK이노베이션

국내 업체들은 미국 현지생산 거점 마련을 위한 투자도 꾸준히 해왔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미국 내에 총 5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연간 약 90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LG화학은 GM과 손잡고 오하이오 로즈타운에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가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총투자비 약 3조원을 들여 21.5GWh 규모 공장을 조지아에 짓고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 50억 달러(약 5조 6000억원)까지 투자액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혀왔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에너지, 환경 부문에서 미국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기업의 사업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며 “관련 업계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국내 그린뉴딜정책과 연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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