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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협박으로 갈취 않겠다"…바이든 시대 한미동맹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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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당선 확정되면서 꼬였던 한ㆍ미 현안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내려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한미군 철수를 외쳤다.

반면 바이든 당선자는 ‘동맹 퍼스트’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뉴욕 시립대학에서 “미국의 안보ㆍ번영ㆍ일상은 미국이 동맹·우방과 단단하게 엮여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당선자는 양국 사이 껄끄러운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 철수’ 협박 안 해 

바이든 당선자가 지상군 위주로 2만 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주한미군에 대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연합뉴스에 보낸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 기고문에서 “우리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썼다.

2013년 12월 당시 미국 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대장에게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3년 12월 당시 미국 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대장에게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는 미국이 ‘호구’는 아니라며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내렸다가 주변의 반대로 거둬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당선자는 자신이 분명히 밝혔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ㆍ철수안을 폐기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병력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미세 조정’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주한미군 문제는 펜타곤(미 국방부) 내부의 컨센서스가 중요하다”며 “미 국방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효율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가급적 해외병력을 줄이거나, 아니면 분산 배치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도 펜타곤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던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바이든 당선자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병력 재배치 검토 계획에 따라 규모가 일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2013년 12월 미국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했던 조 바이든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손을 꼭 잡고 인사를 나누며 방명록 작성대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3년 12월 미국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했던 조 바이든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손을 꼭 잡고 인사를 나누며 방명록 작성대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전작권 전환은 협상해봐야

바이든 당선자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으로 전환하는 데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하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범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능력에 대한 검증이 미뤄진 상황에서 조기 전환에 동의해 줄 가능성은 작다”며 “특히 바이든 당선자가 현지 사령관의 의견을 많이 참고할 텐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 연합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부정적이라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원곤 교수는 “버웰 벨 전 연합사령관과 같은 미 예비역 장성들이 바이든 캠프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특히 벨 전 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에 반대한다. 이런 의견이 바이든 당선자에 전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바이든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안에 전작권을 전환하려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면서도 “북핵 협상이 늦어져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전작권 전환에 대해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훈 책임연구위원은 “바이든 당선자가 한국이 미국의 중국 세력 확장 대응에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먼저 파악하려 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전작권 전환의 시기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한범 국방대학교 교수도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참여하는 수준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기도 연계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핵 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바이든(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2010년 핵 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바이든(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민주당에서 시작한 사드, 성능 개량할 듯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를 추가로 한국에 배치하거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어떻게 나올까.

전재성 교수는 “사드 배치는 전임 민주당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했고, 군사적 관점에서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한범 교수는 “바이든 당선자는 주한미군을 지키기 위해 사드 성능 개량이나 추가 배치를 추진할 것이다. 단, 한국 내 여론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호 서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당선자가 취임하면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경제에 신경을 챙겨야 하므로 당장 외교·안보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면서 “나중에 여유가 돼 외교·안보를 들여다보더라도 중국과 유럽ㆍ러시아가 미국으로선 시급한 문제이며, 한국과 한반도는 우선순위가 한참 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같이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한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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