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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김만으론 안돼” 라방 열풍에 ‘영업왕’ 인플루언서 뜬다

중앙일보

입력

뷰티 유튜버 ‘레오제이(본명 정상규)’가 지난달 5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판매한 아이섀도우 ‘레더샵 팔레트 스페셜 키트’는 방송 5분 만에 준비 수량 2000개가 다 팔렸다. 이날 실시간 최대 시청자 수는 2만여명. 방송 중 재입고된 2·3차 물량도 모두 동났다.

유명 유튜버 '레오제이'가 지난달 5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선보인 에뛰드 아이섀도우는 방송 5분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동났다. [사진 레페리]

유명 유튜버 '레오제이'가 지난달 5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선보인 에뛰드 아이섀도우는 방송 5분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동났다. [사진 레페리]

유튜브·인스타→라방…인플루언서 트렌드 바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가에 정보기술(IT)업계가 뛰어들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모바일 속으로 들어온 홈쇼핑, 라이브 방송(라방)이다. 인플루언서 소속사 MCN(멀티채널네트워크)에는 최근 라방 출연자를 찾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 뷰티 MCN 레페리의 올 3분기 ‘라방 매칭’ 건수는 전분기 대비 417% 늘었다. 레페리 관계자는 “지난해 한 건도 없었던 라방 문의가 코로나19 이후 급증해 하반기엔 매달 2배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라방 열풍’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는 급변하는 중이다. 기존엔 본인 인스타그램·유튜브 계정에 제품 광고를 올렸지만, 이젠 네이버·카카오 등 IT 플랫폼에서 실시간 판매 방송을 진행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지난 9월 네이버 라이브쇼핑 거래액은 전월 대비 2.5배 증가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라이브 커머스는 홈쇼핑과는 고객층이나 사용 패턴이 다른 새로운 시장”이라며 “초기 시장이지만 내부 지표를 봤을 때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타일쉐어가 육성하는 패션 인플루언서 '썬'의 멤버 전지원·김은비(왼쪽), 김재윤·연세련이 '스쉐라이브'에서 라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스타일쉐어]

스타일쉐어가 육성하는 패션 인플루언서 '썬'의 멤버 전지원·김은비(왼쪽), 김재윤·연세련이 '스쉐라이브'에서 라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스타일쉐어]

“실시간 소통 능한 영업왕 찾아요”

그렇다면 어떤 인플루언서가 라방에 적합할까. 업계에선 기획자로서의 역량, 입담, 실시간 소통 능력 등을 유능한 라방 진행자의 요건으로 꼽는다. CJ ENM 다이아TV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과 상품의 장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예능감 있는 기획자 겸 발표자로서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페리 관계자는 “어떻게 해야 잘 팔리는지 아는 ‘영업왕’ 인플루언서가 따로 있다”며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매력만으론 라방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시간 소통인만큼 입담도 좋고 임기응변에도 능해야 한다”며 “특히 상품 기획·제조 경험이나 전문성이 있고, ‘말맛’도 살아있는 영업친화적 인플루언서를 주로 매칭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활동 중인 시니어 쇼호스트 '이장우 박사'(왼쪽)와 740만 팔로워를 보유한 먹방 틱톡커 '먹스나' [사진 그립 캡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활동 중인 시니어 쇼호스트 '이장우 박사'(왼쪽)와 740만 팔로워를 보유한 먹방 틱톡커 '먹스나' [사진 그립 캡처]

‘황금알 낳는 인플루언서’ 직접 키운다

라방의 성장으로 플랫폼이 직접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난달 1만개의 라방을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전문 라방 진행자 ‘그리퍼’를 선발 중이다. 현재 연예인 그리퍼 50여명, 공식 그리퍼 5명, 그립에서 판매자를 매칭받는 일반 그리퍼 50여명이 활동 중이다. 공식 그리퍼는 올해 상반기부터 사용자 인기투표를 통해 채용하고 있다. 일반 그리퍼는 수시로 모집한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일반 그리퍼 모집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2000여명이 지원했다. 매주 30여명씩 면접을 본다”고 말했다.

다이아TV도 지난 8월 모바일 쇼호스트를 ‘샵테이너’로 이름 붙이고 전문 쇼호스트 30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샵테이너를 발굴하기 위한 일반인 오디션도 진행 중이다.

다이아TV가 '라방 인플루언서'를 발굴하기 위한 오디션을 열었다. 지난달 31일 접수 마감. [사진 다이아TV 인스타그램]

다이아TV가 '라방 인플루언서'를 발굴하기 위한 오디션을 열었다. 지난달 31일 접수 마감. [사진 다이아TV 인스타그램]

전문가들은 라방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라방의 주요 소비자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생)는 대놓고 광고하는 ‘앞광고’에 거부감이 덜하고, 편집·보정된 영상·사진보단 라방처럼 솔직하고 생생한 소통을 선호한다”며 “특히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는 구독자 10만명 내외의 인플루언서들의 라방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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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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