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결정적 이유…기온 아닌 인구밀도 때문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08 06:00

업데이트 2020.11.08 06:13

지난달 10일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긴급 진료센터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긴급 진료센터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가 연일 새 기록을 내고 있다.
북반구의 가을이 깊어가면서 기온이 떨어진 탓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탓일까.

계절과 상관없이 조건 맞으면 확산
집 밖 밀폐된 공간에 모이는 게 문제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 연구팀은 최근 '환경 연구와 공중보건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온과 습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외 환경이 덥든 춥든 간에 코로나 전파는 거의 전적으로 인간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리 분석에 따르면 날씨 자체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날씨를 고려할 때에는 도시의 형태와 기능, 밀도를 설명하는 미세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온도·습도 중요도는 3%에 불과

지난달 30일 영국 잉글랜드 북부 웨스트 요크셔의 리즈 중심지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영국 잉글랜드 북부 웨스트 요크셔의 리즈 중심지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지난 3~7월 미국 주(州)와 카운티, 세계 다른 나라 등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식을 분석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날씨를 온도와 습도를 결합해 단일 값인 '등가(等價)기온'으로 정의하고, 이것이 코로나19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휴대전화 데이터로 여행 습관을 연구해 인간 행동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이의 관계도 조사했다.

분석결과, 연구팀은 지역 규모에 상관없이 날씨가 코로나19 확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통계적 분석에서 날씨의 상대적 중요성은 3% 미만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비해 외출 등 여행하는 것은 34%, 집을 떠나 시간을 보내는 것은 26%의 상대적 중요성을 보였다.
또, 전체 인구 규모는 23%, 인구 밀도는 13% 중요도를 나타냈다.

기온의 경우 미국에서는 등가 기온이 상승하면서 감염자가 늘어났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반대로 나타났다.

같은 남반구에서도 호주와 브라질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가로 축은 등가온도, 세로 축은 각 국가별 감염자 숫자다. 국가별로 온도.습도를 나타내는 등가온도와 감염자 숫자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위의 세 나라는 등가온도가 상승하면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지만, 아래 세 나라는 등가온도가 상승할수록 신규확진자 숫자는 줄었다.

가로 축은 등가온도, 세로 축은 각 국가별 감염자 숫자다. 국가별로 온도.습도를 나타내는 등가온도와 감염자 숫자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위의 세 나라는 등가온도가 상승하면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지만, 아래 세 나라는 등가온도가 상승할수록 신규확진자 숫자는 줄었다.

브라질은 3월부터 7월까지 일일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호주는 4월부터는 낮아져 5월과 6월에는 발생자가 크게 줄었다가 7월에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온도별로는 영하 10~0도에서 가장 높은 감염률을, 20~30도에서 가장 낮은 감염률을 보였으나, 관찰 사례 빈도가 들쭉날쭉해서 통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동부 지중해 지역을 제외하고는 등가 온도와 코로나19 감염률과는 상관관계가 없었고, 동부 지중해도 상관관계는 낮았다"며 "일부 연구에서는 위도(緯度)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으나, 유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구밀도 1400명/㎢ 이상 확산 빨라

연구팀이 미국 뉴욕 카운티와 비교한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서퍽 카운티. 이 서퍽 카운티에 속한 보스턴에서 시위대가 과거 보스턴 경찰 총격 사건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약 500 명의 시위자들은 보스턴 시내를 행진하여 블랙 라이브 매터 슬로건을 외쳤다. EPA=연합뉴스

연구팀이 미국 뉴욕 카운티와 비교한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서퍽 카운티. 이 서퍽 카운티에 속한 보스턴에서 시위대가 과거 보스턴 경찰 총격 사건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약 500 명의 시위자들은 보스턴 시내를 행진하여 블랙 라이브 매터 슬로건을 외쳤다.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미국으로 범위를 좁혀 도시 면적과 인구 밀도의 영향을 평가했다.

인구 규모가 비슷하고, 날씨가 비슷한 뉴욕 주의 뉴욕 카운티(인구 162만 명)와 보스턴이 속해 있는 매사추세츠 주(州)의 서퍽 카운티(인구 148만 명)를 비교했다.
이 두 카운티는 인구 밀도는 뉴욕 카운티가 ㎢당 3만2000명, 서퍽 카운티가 5800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지난 3월 대유행 초기에는 뉴욕 카운티에서 감염 사례가 3배에 이르렀다. 대유행 초기 빠르게 진행된 전파에는 인구 밀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대유행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확산해 7월에는 서퍽 카운티 감염자가 뉴욕 카운티보다 더 많아졌다.

연구팀은 "인구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구 밀도가 ㎢당 1400명보다 높을 때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인구가 많다는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잠재적 숙주가 많다는 의미이고, 인구 밀도가 높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나 노출, 상호작용 가능성을 높여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여명이 발생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간 이후 타임스퀘어 광장이 텅비다시피 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여명이 발생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간 이후 타임스퀘어 광장이 텅비다시피 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사람들의 이동 상황과 홈스테이(집 안에 머물기) 영향도 분석했다.

3월과 4월에는 지역 사회 확산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사람들 이동성이 줄고 홈스테이도 늘었고, 덕분에 지역 사회 확산 속도가 늦춰졌다.
5월에는 다시 이동성이 증가하고 홈스테이가 줄면서 지역사회 확산이 가속했고, 미국 전체적으로 5월에는 확진 사례가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동성이 크고 홈스테이가 적을수록 바이러스 전파가 늘어났다"며 "대부분의 바이러스 확산은 여행 데이터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스크 착용의 경우 감염이 많은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비율이 더 높았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겨울 기온이 더 떨어진다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전염병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뉴욕의 통근자들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전염병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뉴욕의 통근자들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과 기온·습도가 무관하다면 올겨울 추운 날씨가 코로나19 확산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파악된 내용에 따르면 바이러스 자체가 사람이 생활하는 수준의 온도·습도 범위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디고, 건조한 상태에서도 이틀을 버틸 수 있다.

그래서 오스틴 대학 연구팀의 주장처럼 날씨보다는 사람의 행동이 더 중요한 요인이다.

결국 바이러스 확산은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이동하면서, 집이 아닌 실내 공간에서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가깝게 접촉하는 등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상황이 되면 계절과 상관없이 코로나19가 퍼질 수 있디는 것이다.

그나마 전체 인구의 80%가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국 뉴욕에서는 예상 사망률의 17~45%, 워싱턴주에서는 24~6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오스틴 대학 연구팀은 전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