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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김봉현 옥중편지로 두 차례 간청···'전자보석'이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3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강호성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전자보석)'제도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3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강호성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전자보석)'제도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보석이니 뭐니 만들어놓고 활용도 못 할 거면 뭐하려고 만드셨습니까.”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21일 옥중 자필 편지에 쓴 내용이다. 지난 4월 구속된 이후 정치권 로비와 현직 검사 술 접대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김 전 회장은 그동안 보석(조건부 석방)을 요청해왔다. 특히 그는 두 차례에 걸친 옥중 편지에서 ‘전자보석’을 언급해 시선을 끌었다.

정경심도 원한 ‘전자보석’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전자보석은 법무부가 지난 8월 5일부터 시행한 ‘전자장치 조건부 보석 제도’다. 스마트워치 형태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로 구속된 피고인을 석방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하는 것이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실시간 위치 추적을 통해 24시간 감독받는 것과 비슷하다. 제도 도입 후 6일 현재까지 피고인 71명이 전자보석으로 풀려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도 법정에서 비슷한 보석을 요청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11일에 열린 본인의 재판에서 피고인 발언 기회를 얻은 정 교수는 “내일모레면 60인데 굉장히 힘들고 몸이 안 좋다”며 “보석을 허락해주시면 전자발찌라도 차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시에는 전자보석 제도를 도입하기 전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련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보석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다”며 정 교수 측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김봉현 “전자보석 신청하겠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6일 공개한 첫 번째 옥중 자필 편지에서 “적극적인 피해회복과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 보석을 요청할 예정이다”며 “기존에 도주 우려가 있으므로 최근 시행 중인 전자보석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보석 신청 과정에서 전자보석을 별도로 신청하는 절차는 없다.

법원의 직권 또는 피고인·피고인 변호인 측의 청구로 이뤄지는 보석 절차에서 피고인 측이 전자보석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 다만 피고인 측이 보석을 청구할 때 전자보석을 희망하는 의견을 제출할 수는 있다. 법원은 피고인의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보석 청구를 기각하거나 일반 보석 또는 전자보석을 허용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석 허용 여부의 판단은 전적으로 판사에게 달려있다”며 “도주의 우려로 인해 일반 보석이 허용되지 않을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판사의 판단에 따라 전자보석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위치 파악 가능한 전자보석

법무부가 전자보석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독 낮은 우리나라의 보석 허가율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2018년 구속기소자 중 보석을 청구해 법원에서 허가받은 사람은 전체의 3.9% 수준이다. 전자보석 제도를 운용하는 미국(47%), 영국(41%), 유럽연합(EU) 평균(30.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2018년 기준).

지난 8월 법무부는 전자보석 제도를 설명하면서 “실시간 위치 파악을 할 수 있는 전자보석은 재택구금, 외출제한 등 조건을 부과해 도주 우려 등에 대처하고 위반 시 이를 전자적으로 즉시 확인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다”며 “전자보석 제도가 피고인의 구금으로 인한 가족관계 단절 예방, 자기방어 기회의 실질적 보장, 불구속 재판의 실현 등 인권보장을 위해 일반화한 정책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봉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봉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실제로 전자보석을 요청하더라도 허용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사 출신 신중권 변호사(법무법인 거산)는 “법원에서 보석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여부”라며 “이미 한 번 달아난 사람의 경우 일반보석이든 전자보석이든 다시 풀어주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이 사건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보석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해 5개월간의 도피 끝에 지난 4월 경찰에 붙잡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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