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선 중진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다. 2006년 원내부대표를 시작으로 수석대변인·민생본부장·사법개혁특별위원장 등 중요 직책을 맡았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스스로를 ‘비주류’로 칭한다. “비주류라는 건 친문그룹 등 특정한 정파 그룹에 속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신을 버린 채 정파를 쫓을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다.
[정치언박싱]
정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이다.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둘은 30여년 절친이다. 정 의원은 “내가 이 지사의 최측근이 아니라 이 지사가 내 최측근이다. 나이도 내가 세 살이나 많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인터뷰에서 그는 이 지사의 대권 행보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달 16일 이 지사는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 선고를 받으며 사법 족쇄를 벗었고,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당 대표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달 29일 그의 의원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했다.
- 이재명 지사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다.
- 이 지사는 현실주의자고 법치주의자다. 그러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을 추구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 의견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직접 듣고 직접 답한다. 그런 직설적인 모습이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솔직함 아니겠나.
-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와 이낙연 대표의 선두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 두 분 모두 장단점이 있다. 이 대표는 중후하고 안정적이다.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거치며 경륜도 쌓였다. 하지만 때론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 대표의 치밀하다는 장점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정책적 비전이 선명하지 않다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이 지사 역시 솔직함과 과감한 추진력 등이 장점이지만 자칫 불안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 이 지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나.
- 단체장의 참모는 쓴소리하기 어렵다. 시장·지사의 정책적 확신이 강한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쓴소리’다. 또 나는 원내에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이재명을 도울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 최근 이 지사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 이 지사가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보고서로 한 판 붙었을 땐 너무 과격하다, 진중해져라 이런 말을 계속했다. 정치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과하게 반응하면 포용력이 적어 보인다. 그리고 자주 하는 조언은 밤늦게 혼자 페이스북에 글 쓰지 말라는 것, 이런 이야기를 한다.
- 야권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떠오른다.
- 검찰 수장이 대선주자로 물망에 오르는 상황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윤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보여준 능력과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일치할지는 의구심이 있다.
인터뷰 직전 민주당은 내년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치겠다고 결정했다. 정 의원은 지난 5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에 대해 “당헌에 따라 공천을 안 하는게 옳다”고 했었다. 당의 공천 방침에 대해 물었다. 정 의원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초 정도의 적막을 거치고 나서야 정 의원은 입을 뗐다.
-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는 수순이다. 당헌에 위배되는 결정 아닌가.
- 곤란하고 어려운 문제다. 처음에 이 당헌을 만들 때 오거돈 시장, 박원순 시장과 같은 그런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사건이 터져서 상황이 발생했는데, 당헌을 고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어려운 문제다.
- 전당원투표가 명분 쌓기용 절차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 당 지도부가 이미 모든 결정을 해 놓고 사후적 절차로 전당원투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당 대표가 당원과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어쩌겠나. 좀 이해를 해 주십사 부탁드리는 그런 마음이다.
인터뷰=정진우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dino87@joongang.co.kr
영상‧그래픽=여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