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주류' 정성호 "이재명에 '밤늦게 혼자 SNS 하지마라' 조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3분짜리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3분 만남’으로 정리해드립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선 중진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다. 2006년 원내부대표를 시작으로 수석대변인·민생본부장·사법개혁특별위원장 등 중요 직책을 맡았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스스로를 ‘비주류’로 칭한다. “비주류라는 건 친문그룹 등 특정한 정파 그룹에 속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신을 버린 채 정파를 쫓을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다.

[정치언박싱]

정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이다.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둘은 30여년 절친이다. 정 의원은 “내가 이 지사의 최측근이 아니라 이 지사가 내 최측근이다. 나이도 내가 세 살이나 많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인터뷰에서 그는 이 지사의 대권 행보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달 16일 이 지사는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 선고를 받으며 사법 족쇄를 벗었고,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당 대표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달 29일 그의 의원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했다.

정성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30여년째 막역한 사이다. 이 지사의 대권 행보에 정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이 지사를 도울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1

정성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30여년째 막역한 사이다. 이 지사의 대권 행보에 정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이 지사를 도울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1

이재명 지사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다.
이 지사는 현실주의자고 법치주의자다. 그러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을 추구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 의견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직접 듣고 직접 답한다. 그런 직설적인 모습이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솔직함 아니겠나.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와 이낙연 대표의 선두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두 분 모두 장단점이 있다. 이 대표는 중후하고 안정적이다.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거치며 경륜도 쌓였다. 하지만 때론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 대표의 치밀하다는 장점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정책적 비전이 선명하지 않다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이 지사 역시 솔직함과 과감한 추진력 등이 장점이지만 자칫 불안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지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나.
단체장의 참모는 쓴소리하기 어렵다. 시장·지사의 정책적 확신이 강한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쓴소리’다. 또 나는 원내에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이재명을 도울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최근 이 지사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이 지사가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보고서로 한 판 붙었을 땐 너무 과격하다, 진중해져라 이런 말을 계속했다. 정치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과하게 반응하면 포용력이 적어 보인다. 그리고 자주 하는 조언은 밤늦게 혼자 페이스북에 글 쓰지 말라는 것,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야권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떠오른다.
검찰 수장이 대선주자로 물망에 오르는 상황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윤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보여준 능력과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일치할지는 의구심이 있다.  

인터뷰 직전 민주당은 내년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치겠다고 결정했다. 정 의원은 지난 5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에 대해 “당헌에 따라 공천을 안 하는게 옳다”고 했었다. 당의 공천 방침에 대해 물었다. 정 의원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초 정도의 적막을 거치고 나서야 정 의원은 입을 뗐다.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는 수순이다. 당헌에 위배되는 결정 아닌가.
곤란하고 어려운 문제다. 처음에 이 당헌을 만들 때 오거돈 시장, 박원순 시장과 같은 그런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사건이 터져서 상황이 발생했는데, 당헌을 고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어려운 문제다.
전당원투표가 명분 쌓기용 절차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 지도부가 이미 모든 결정을 해 놓고 사후적 절차로 전당원투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당 대표가 당원과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어쩌겠나. 좀 이해를 해 주십사 부탁드리는 그런 마음이다. 

인터뷰=정진우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dino87@joongang.co.kr
영상‧그래픽=여운하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