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미래 농업의 첨병 한국산 커피나무 키우는 농부들

중앙일보

입력 2020.11.07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82)

어쩌다 도시에서 회의가 있어 들어가 보면 참석자들이 한잔씩 커피를 홀짝거리고 앉아 있다. 어느 회사건 집이건 방문하면 커피 할 거냐고 묻는다. 선택지는 차가운 커피, 뜨거운 커피 정도다. [사진 pxhere]

어쩌다 도시에서 회의가 있어 들어가 보면 참석자들이 한잔씩 커피를 홀짝거리고 앉아 있다. 어느 회사건 집이건 방문하면 커피 할 거냐고 묻는다. 선택지는 차가운 커피, 뜨거운 커피 정도다. [사진 pxhere]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미국과 유럽 못지않다. 하루 세 번 정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평범한 축에 낀다. 도시 거리에는 커피가 들어 있는 텀블러나 종이 잔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어쩌다 도시에서 회의가 있어 들어 가 보면 참석자들이 한잔씩 커피를 홀짝거리고 앉아 있다. 어느 회사건 집이건 방문하면 커피 할 거냐고 묻는다. 선택지는 차가운 커피, 뜨거운 커피 정도다. 녹차는 그전보다 덜 찾는다.

시골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할머니가 걸쭉하게 커피와 크림을 타서 사발로 마시던 풍경은 사라졌으나 설탕을 타지 않은 아메리카노는 흔하다. 커피 머신을 들여와 드르륵 소리를 내며 커피를 갈고 볶는 농가가 많아졌다. 농사일을 마치고 마시는 커피가 인생의 낙이라는 농부도 있다. 커피 공화국이다.

늘 커피를 수입하기만 하던 우리도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양이 적어서 그렇지 우리도 커피 생산국이다. 커피나무에 열매를 맺게 해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커피 농장이 전국 곳곳에 제법 있다. 전라남도 고흥군과 강원도 강릉시가 대표적이다. 경기도 고양시에도 커피 농장이 있다. 모두 커피가 좋아 커피를 즐기다가 커피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이다. 애착이 강해 그런지 그들의 커피를 마시면 맛이 매우 좋다. 커피를 좀 안다고 커피 품종을 따지고 향이 어떠네, 산도가 어떠네 하지만 나는 그냥 ‘좋다’, ‘아니다’ 라고만 평가한다. 다들 그럴 것이다. 사과를 먹을 때 맛있으면 맛있는 거지 식감과 컬러, 당도, 산도니 하는 걸 따지며 먹는가. 커피도 마찬가지다.

비닐하우스에서 나무를 키우는 한국 커피 농장. [사진 김성주]

비닐하우스에서 나무를 키우는 한국 커피 농장. [사진 김성주]

한국 커피 농장을 가면 여느 농장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좀 실망한다. 왜냐하면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기 때문이다. 농장 입구부터 비닐하우스가 펼쳐지는데, 그 안에 커피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다. 체리 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열매도 체리 모양이다. 열매를 따서 먹어 보면 신맛이 올라온다. 씨알이 굵다. 그 씨를 볶아 갈아 마시는 게 커피다. 막상 실제 모습을 보니 무척 신기하다. 커피 음료와 원두만 봐왔던 터라 열매와 씨앗을 보니 그동안 무엇을 마셔 왔는지 알게 되었으니 반가운 것이다. 커피 농장을 검색해 보면 전국 여러 곳에 있으니 체험 삼아 가 볼 만하다.

커피 농장이 많아진 까닭은 소비자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기후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되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 덕에 평균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비닐하우스라는 탁월한 농업 문물을 가진 한국은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기에 커피 농장이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커피 애호가들이 호기심으로 관상용으로 심었지만, 후에 커피 전업농이 늘어났다. 고양시에서 커피 농장을 하는 뜨렌비팜 정현석 대표도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점점 올라가는 현상을 보고 커피 대박을 예감했다”라고 말한다. 2008년도부터 커피 농업을 시작한 그는 지금 커피와 함께 파파야, 구아바, 패션프루트, 스타프루트, 아노나, 올리브, 사탕수수, 스테비아 등의 열대작물을 기른다.

일산 신도시 내에 있는 농장은 카페와 함께 커피 재배 시설이 들어 서 있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면 자그마한 열대 식물원에 들어간 듯하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가 커피 농장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 복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농장을 시작했는데, 열대작물이 가능해진 기후를 보며 커피 농업을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농장을 ‘온난화 대응 농업 일번지 뜨렌비팜’이라 소개한다.

커피 열매. [사진 김성주]

커피 열매. [사진 김성주]

우리나라에서 커피와 같이 재배에 성공한 열대작물이 적지 않다. 제주도 망고는 이미 유명해졌고 전라남도에서 패션푸르트, 구아바, 용과를 재배하는 농가가 생겨났다. 패션 푸르트는 경기도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전국의 많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대 식물 종자를 시험 재배하는 시설을 가지고 있다. 경남 거제시 농업기술원은 아예 열대 식물원인 ‘정글 돔’을 올해 개장했다. 규모를 보면 여느 식물원 못지않다. 기후 변화에 따른 미래 농업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맛도 아열대나 열대작물에 점차 익숙해지는 듯하다. 아열대 채소인 ‘얌빈’, ‘카사바’와 같은 새로운 작물이 시험재배를 마치고 시장에 풀리고 있다. 요즘처럼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열대 과일의 수입도 많아지고, 국산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국산 열대작물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아직도 수입 열대 과일의 가격을 따라가지 못한다. 역시 대량 생산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의 과일값이 싸다. 국내 농장은 재배 비용을 아무리 절감하여도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섣불리 재배에 뛰어들기 어렵다.

지금 잘 되어 있는 농장은 그럭저럭 몇 년간 고객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국산이라고 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므로 신규로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열대작물을 재배할 때 예상치 못한 병충해가 발생한다. 원래 그 작물에 발생하던 병이라면 대책이 있으나 새로운 토양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라면 개인이 대응하기 어렵다.

옆 동네 농장에서 재배한 커피 원두를 가지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세상이 와서 반가운 마음은 있으나, 기후 변화 탓에 가능해진 것이니 조금 찜찜하다. 그래서 일산의 커피 농장은 자신을 ‘온난화 대응 농업 일번지’라고 소개하였나 보다. 향긋한 커피 맛에 감동해 직접 재배까지 하는 한국 커피 농부를 보며 그 수고에 감사하며, 한편으로 지구 온난화도 걱정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감사한다.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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