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입고, 재활용하고…겨울 패딩 사기 전 알아야 할 것

중앙일보

입력 2020.11.07 11:01

하루가 다르게 매서워지는 찬바람에 겨울 준비를 서두르게 되는 요즘.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플리스 재킷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지만, 보온력 면에서는 어떤 외투보다 독보적인 패딩의 계절이 곧 온다. 올해는 롱 패딩보다 숏 패딩이 강세다.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되면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딩’도 눈에 띈다. 뒤집어 입을 수 있는 ‘리버시블 패딩’도 주목할 만하다.

레트로 감성 타고, 패딩이 짧아졌다

무릎까지 혹은 발목까지 새카만 패딩으로 온몸을 감쌌던 일명 ‘김밥 말이’ 패딩도 옛말이 됐다. 유난히 포근했던 지난해 겨울을 기점으로 패딩보다 코트로 멋을 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올해는 어떻게 될까. 날씨는 예측할 수 없지만 롱 패딩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추위를 막는다는 실용적 성격이 강했던 롱 패딩보다 스타일을 강조한 숏 패딩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길이는 짧아지고, 컬러는 다양해졌다. 초경량 소재로 몽글몽글하게 부풀어오른 패딩 재킷과 조끼를 선보인 '나우' 제품. 사진 나우

길이는 짧아지고, 컬러는 다양해졌다. 초경량 소재로 몽글몽글하게 부풀어오른 패딩 재킷과 조끼를 선보인 '나우' 제품. 사진 나우

엉덩이를 덮는 정도의 짧은 길이에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색으로. 올겨울 패딩을 선택할 때 기억하면 좋을 두 가지 트렌드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 외투의 길이가 짧다. 다만 디자인은 과거 1980~90년대에 유행했던 펑퍼짐한 스타일의 숏 점퍼 스타일부터, 얇게 누벼 허리띠를 더할 수 있는 퀼팅 경량 패딩까지 다양하다. 부풀어 오른 볼륨감을 강조하는 ‘푸퍼 다운’도 많이 보인다. 여성복 브랜드 ‘지컷’은 경량 숏 패딩을 주력으로 한 캡슐 컬렉션을 냈다. 일부 인기 상품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판매율 80% 이상을 기록했다. ‘앳코너’는 담요처럼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풍성한 실루엣의 숏 패딩을 내놨다. 주력상품은 아이보리 컬러로 화사한 색감을 자랑한다. ‘에잇세컨즈’는 베이지·핑크·아이보리 컬러의 짧은 푸퍼 다운 제품을 출시했다.

충전재로 인해 부풀어오른 형태를 의미하는 '푸퍼 다운'도 올해 출시가 두드러진다. 베이지, 핑크, 아이보리 등 뉴트럴 컬러가 인기다. 사진 에잇세컨즈

충전재로 인해 부풀어오른 형태를 의미하는 '푸퍼 다운'도 올해 출시가 두드러진다. 베이지, 핑크, 아이보리 등 뉴트럴 컬러가 인기다. 사진 에잇세컨즈

짧은 패딩의 유행은 상당 부분 날씨에 기인한다. ‘멋’을 부려도 충분한 추위란 얘기다. 한파가 기승을 부렸던 예년과 달리, 지난해 겨울부턴 다소 높아진 기온 덕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짧고 얇은 패딩이 겨울철 주력 아이템이 됐다. 최근 두드러진 복고 패션 열풍도 한몫했다. 최은진 앳코너 디자인실장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복고 트렌드가 소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면서 80~90년대 유행하던 쇼트 패딩이 주목받고 있다”며 “또한 롱 패딩의 획일적인 유행으로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의 수요가 반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짧고 두툼한 오버핏 실루엣 패딩 제품의 인기는 복고 트렌드에서 기인한다. 사진 MLB

짧고 두툼한 오버핏 실루엣 패딩 제품의 인기는 복고 트렌드에서 기인한다. 사진 MLB

동물 깃털 쓰지 않아요, 재활용 패딩도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은 100% 애니멀 프리 패딩이다. ‘오리를 살린다’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모든 제품에 동물 유래 소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다운 패딩에 사용되는 오리털이나 거위 털 대신 브랜드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신소재 ‘플룸테크’를 주요 충전재로 사용한다.

동물 깃털을 사용하지 않는 '착한 패딩'도 트렌드의 전면에 떠올랐다. 사진 세이브더덕

동물 깃털을 사용하지 않는 '착한 패딩'도 트렌드의 전면에 떠올랐다. 사진 세이브더덕

‘RDS’ 인증을 받은 거위 털 충전재를 사용한 브랜드도 많다. RDS인증은 오리와 거위의 사육부터 도축, 다운 생산과정에서 안정성 및 동물 학대 여부를 확인해 부여되는 인증으로 ‘책임 있는 다운’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앳코너의 프리미엄 퀼티드 패딩 컬렉션은 RDS 인증을 받은 거위 털 충전재를 사용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올해부터 모든 쇼트 패딩에 RDS 인증을 받은 충전재를 사용한다. ‘코오롱스포츠’도 이번 시즌 모든 다운 상품에 RDS 인증 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했다.

동물권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패딩도 등장했다. 프리미엄 패딩을 주로 내는 이탈리아 브랜드 ‘에르노’는 올해부터 친환경 프로젝트 ‘에르노 글로브’를 시작했다. 에르노 글로브 라벨이 부착된 아우터는 분해가 가능한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다. 일반 나일론은 분해되는 데 50년 이상이 걸리는 반면, 이 소재는 5년 만에 완전 분해가 이뤄진다. 폴리우레탄 소재에 옥수수에서 추출한 소재를 섞어 만든 나일론으로 양파 껍질이나 숯 등 천연 재료에서 얻은 염료로 염색한다.

기존 제품을 해체해 확보한 충전재를 새로운 상품에 적용해 만든 패딩 제품. 사진 코오롱스포츠

기존 제품을 해체해 확보한 충전재를 새로운 상품에 적용해 만든 패딩 제품. 사진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의 친환경 상품 라인인 '노아 프로젝트' 컬렉션의 다운 제품은 재활용 충전재를 사용했다. 기존 코오롱스포츠의 다운을 해체해 확보한 충전재를 새로운 상품에 적용한 것이다. ‘빈폴레이디스’는 폐어망을 활용한 재생 나일론과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겉감을 사용한 패딩 제품을 출시했다.

실용성 중시, 뒤집어 입는 패딩

‘리버시블(reversible)’ 의류는 겉감 안감 구분 없이 양면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뒤집어 입는' 의류를 말한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확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플리스 재킷이 인기를 끌면서 겉은 플리스, 안쪽은 나일론 소재로 마치 패딩처럼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다.

플리스 재킷과 패딩 재킷을 한 벌로 연출할 수 있도록 뒤집어 입는 외투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 질스튜어트뉴욕 남성

플리스 재킷과 패딩 재킷을 한 벌로 연출할 수 있도록 뒤집어 입는 외투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 질스튜어트뉴욕 남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에서도 리버시블 아우터의 인기는 확인된다. 11월 첫째 주 기준 아우터 부문 주간 랭킹 1위에는 ‘후아유’의 리버서블 보아 숏푸퍼가, 5위에는 ‘커버낫’의 리버시블 플리스 웜업 재킷이 올라가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와 협업해 양면으로 입을 수 있는 플리스 소재의 리버시블 재킷을 선보였다. 플리스와 바람막이가 별도로 분리돼 두 가지의 외투를 한 번에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오롱스포츠도 겉에는 경량 패딩을 안쪽엔 단단한 플리스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냈다.

겉은 경량 패딩, 안쪽은 플리스 소재를 사용한 리버서블 롱 재킷. 사진 코오롱스포츠

겉은 경량 패딩, 안쪽은 플리스 소재를 사용한 리버서블 롱 재킷. 사진 코오롱스포츠

한 제품에 패딩과 플리스 등 여러 소재가 함께 있으면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소재와 패턴 디자인에 따라 캐주얼룩부터 오피스룩까지 소화할 수 있다. 류재혁 질스튜어트뉴욕 남성복 디자인실장은 “과거에도 리버시블 의류는 있었지만, 안감을 바깥으로 노출시키기에는 품질이 엉성한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출시되는 리버시블 의류는 안감과 겉감의 완성도와 디자인이 모두 높아 실질적인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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