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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뒤 사라졌다 돌아온 20대…뺑소니 가를 '의문의 14분'

중앙일보

입력

경기 시흥의 한 고속도로에서 시속 189㎞로 달리다 앞차를 들이받은 A(23)씨. 그는 사고 14분 뒤 사고현장에 돌아왔습니다. 음주 상태로요. 지난 6월 새벽에 발생한 이 사고로 앞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5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운전자인 남편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A씨는 뺑소니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A씨가 현장을 떠난 14분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슈언박싱]

"차 고장 나 못 멈췄다"

A씨는 지난 8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A씨가 교통사고 이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보고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43%.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도 함께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A씨의 재판은 지금까지 두 차례 열렸는데요. A씨 측은 재판에서 “달아나지 않았다. 구호 조치를 다 했다”고 도주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CC(폐쇄회로)TV엔 A씨 차량이 사고 이후 정지하지 않고 계속 운행하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A씨 측은 “차량에 문제가 있어서 멈출 수 없었고, 정지한 이후에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재판에선 도주가 아니란 증거를 제출하겠다며 재판 기일을 미뤄달라고도 했습니다.

사고 당시 부부는 충남 논산에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남편 고향인 논산에서 바람을 쐬려고 했습니다. 차량 정체를 피하기 위해 새벽 시간을 택했다고 합니다. 사고 직전 차량 내 블랙박스엔 트로트 음악을 들으며 무엇을 먹을지 대화하는 모습도 찍혔습니다.

사과했다는데…유족 "못 받았다"

음주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유족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명백한 뺑소니다. A씨 주장이 받아들여져 형량이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아직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유족은 “A씨의 변호사가 첫 재판에서 ‘사과를 시도했는데 유족이 거부했다’고 얘기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직접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뺑소니냐 아니냐는 법원의 형량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검찰이 A씨를 기소하며 적용한 도주치사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개정된 음주치사는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합니다.

법은 엄격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합의·반성 등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일이 잦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인터넷방송 BJ는 지난 7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사고 전후 상황과 재판 과정, 유족의 이야기까지 자세한 내용은 이슈언박싱 영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진호ㆍ박사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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