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센다이 총영사 제안'은 무죄…김경수 항소심이 뒤집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댓글조작 혐의에 유죄(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어 김 지사를 구속하진 않았다. [뉴스1]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댓글조작 혐의에 유죄(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어 김 지사를 구속하진 않았다. [뉴스1]

6일 항소심에서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이 선고된 김경수(53) 경남지사는 드루킹 측에 지방선거 운동을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무죄를 받았다. 1심 재판장인 성창호(48) 부장판사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김 지사의 피선거권을 10년간 박탈했던 형량이 무죄로 바뀐 것이다.

1심 판결문엔 "그러면 어떤 경우도 처벌못해"

'센다이 총영사 제안' 왜 무죄 나왔나  

항소심 재판장인 함상훈(53) 부장판사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의 이유로 "선거운동이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키기 위한 행위"라고 전제한 후 김 지사가 대선 직후 드루킹에게 댓글조작을 부탁했을 땐 여당 지방선거 후보가 특정되지 않아 댓글 조작을 선거운동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지사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인 함 재판장은 "특검이 공직선거법을 너무 넓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의 판결과는 상반되는 판단이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2018년 재판을 받던 모습. 김씨는 올해 초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씨가 2018년 재판을 받던 모습. 김씨는 올해 초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1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에서도 김 지사의 변호인은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이에 성창호 부장판사는 "만일 그렇게 해석하면 장래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어떤 이익을 제공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른다"고 배척했다. 김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후보가 특정되기 전 뇌물이나 센다이 총영사와 같은 공직이 선거판에서 오가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우려였다.

김 지사의 항소심 판결을 지켜본 전직 특검 수사팀 관계자들은 성 부장판사의 우려에 공감하며 항소심의 무죄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향후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된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더 치열하게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특검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대선 전 드루킹에게 댓글조작 지원을 받은 김 지사는 대선 직후에도 드루킹에게 2018년 6월 지방선거까지 도움을 요청하며 공직을 제안한 혐의를 받았다.

김 지사는 2017년 6월 "일본 대사를 달라"는 드루킹의 요청을 거절하며 "그러면 오사카 총영사는 어떠냐"는 요청은 받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어렵게 되자 드루킹에게 비밀 메신저인 시그널을 통해 센다이 총영사를 역으로 제안했다. 드루킹이 이를 거절하며 두 사람은 멀어졌고, 결국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게 됐다.

드루킹은 대선 전에도 댓글조작을 대가로 김 지사를 통해 자신의 측근인 윤모 변호사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법률특보로 앉혔다. 대선 전 혐의들은 특검 수사 때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성창호 판사와 함상훈 판사의 판단 

1심 재판부는 "센다이 총영사 제안은 단순한 국민추천의 일환이었다"는 김 지사의 주장에 대해 ▶센다이 총영사가 싫다는 드루킹에게 김 지사가 재차 추천 의사를 밝힌 점 ▶김 지사가 여당 내 실세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점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드루킹의 측근을 직접 만나 총영사 등을 원하는 이유를 물어본 점을 들어 단순 추천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직을 제공하려 한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항소심과 달리 장래의 선거와 관련한 이익을 제공한 경우라면, 후보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선거운동의 대가를 표시한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대선 직후엔 지방선거 후보가 특정되지 않았기에 댓글조작은 법적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본 대사→오사카 총영사→센다이 총영사로 이어진 공직 제안의 흐름도 지방선거가 아닌,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대선에 대한 대가로 봤다. 드루킹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주며 이중의 방어막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8월 특검 사무실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수사의 최종 결과 발표 후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8월 특검 사무실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수사의 최종 결과 발표 후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경수 지사와 특검의 숙제  

아직 선거운동과 관련한 이익제공 시점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는 없다. 1심과 2심 판단 중 무엇이 옳은지 대법원에서 한번 더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김 지사와 특검 측 모두 항소심 판결에 대해 '남은 절반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무죄를 유죄로, 김 지사는 유죄를 무죄로 바꿔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