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게 "날 쏘세요" 하는 꼴…中해병대의 스머프 위장복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0.11.07 05:00

해군육전대(海軍陸戰隊)

[소후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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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판 해병대다. 그런데 중국 네티즌들이 부르는 이름은 다르다.

란징링(藍精靈)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파란 정령, 우리가 잘 아는 만화 캐릭터 ‘스머프’다. 왜 이런 별명이 붙었을까.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전투복 때문이다. 정확히는 전투복의 ‘위장색’ 때문이다. 사진에 나온 중국 해군육전대 전투복 무늬를 보자. 맑은 가을 하늘에 하얀 구름을 찍어 놓은 것 같다. 파란색과 흰색이 전투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부에만 초록색이 쓰였다. 흔히 생각하는 군복 위장색과는 차이가 크다. 산림이나, 사막, 도심 등에서 손쉽게 눈에 띌 법하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중국 해군 육전대가 외국 군대와 합동 훈련을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속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외국군도, 수풀도 아니다. 중국 해군육전대일 수밖에 없다. 멀리서도 한눈에 모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전투복만 그런 게 아니다. 장갑차 같은 장비도 비슷한 색을 칠했다.

"위장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이건 오히려 적에게 ‘날 쏘세요’ 하는 거 아냐?"

[소후닷컴 캡처]

[소후닷컴 캡처]

중국 네티즌의 심정이다. 해병대에 ‘스머프’란 별명을 붙인 이유다.

이 복장, 사연이 있다.

중국 드라마 '화람도봉'의 한 장면.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드라마 '화람도봉'의 한 장면.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해군육전대는 다른 중국 군대보다 역사가 짧다. 1957년 중국이 대만 침공 계획을 폐기하면서 해체됐다가 1980년 재창설됐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남중국해 일대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의 소규모 섬이나 암초에 진입해 전투를 벌이는 것을 주 임무로 삼았다. 주 작전 지역이 바다란 얘기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군망 캡처]

이에 중국 해군육전대 초대 여단장 양난전(楊南鎭)은 해군육전대 전투복 색을 푸른색 형태로 정한다. 이른바 해양미채(海洋迷彩)라고 불리는 중국군 ‘해양 위장색’의 탄생이다.

미국 해군 NWU 복장. [진르터우탸오 캡처]

미국 해군 NWU 복장. [진르터우탸오 캡처]

유일무이한 발상도 아니다. 사실 양난전은 미 해군 복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 해군이 입은 NWU(Navy Working Uniform) 전투복 말이다. 이름 그대로 선상에서 작업하는 해군 수병이 적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군함과 바다 색깔과 유사하게 만든 것이다. 작업 시에 페인트나 기름 등 얼룩이 묻어도 눈에 잘 띄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문제는 해병대에도 이 색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해병대는 해군이 아니다. 작은 섬이라도 땅에 상륙한다. 뭍에 발을 딛는 순간 곧바로 지상전을 하는 것이 해병대의 역할이다. 당초 목적이던 남중국해의 섬만 들어가도 수풀과 모래가 많아 지금 복장으론 곧바로 눈에 띈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군망 캡처]

궁여지책으로 전차나 장갑차엔 녹색 도색을 하고, 병사들 복장은 주변 풀을 덮은 길리슈트(Ghillie suit) 형식을 취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았다.

지난해 변화가 생겼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2019년 10월 중국은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전투복인 19식 전투복을 공개한다. 이른바 ‘성공미채(星空迷彩)’란 위장색을 갖추고 있다. 밤하늘의 별처럼 하얀 점들이 흩뿌려졌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열병식에선 해군육전대도 성공미채를 탑재했다. 중요한 건 색깔도 황토색과 갈색 등의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삼림, 정글, 사막, 황토 사막, 도심 등 5가지 버전으로 착용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중앙방송(CCTV) 등에선 새 전투복을 입고 훈련하는 중국 해군육전대의 모습이 비쳤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다만 아직 신식 복장은 모든 부대에 보급되지 않았다. 기존 전투복 재고도 많다. 당분간은 ‘스머프’로 활동하는 중국 해병대 모습을 조금 더 볼 수 있단 뜻이다.

중국 해병대의 변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해군육전대의 주요 임무는 이제 바다 위 작은 섬이나 배 위에서 싸우는 게 아니다. 육지, 또는 육지와 같은 큰 섬에 상륙해, 지상전을 벌이는 것이다.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이 커진 탓이 크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은 더 커지고 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만일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난다면, 직접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바로 중국 해병대다. 전투복 업그레이드도 그래서 필요했다. 중국 해병대가 스머프에서 벗어난 걸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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