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하죠" 女의원들과 오찬…유쾌한 정숙씨 靑서 사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0.11.07 05:00

업데이트 2020.11.21 17:23

94주년 점자의 날을 앞두고 3일 김정숙여사가 서울 종로구 국립 서울맹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점자체험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94주년 점자의 날을 앞두고 3일 김정숙여사가 서울 종로구 국립 서울맹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점자체험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나는 남편의 뒤에서 꽃만 들고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편을 도울 생각이다.” 김정숙 여사는 2012년 8월 펴낸 책 『정숙 씨, 세상과 바람나다』에서 이렇게 썼다. 실제 그랬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공개 일정이 있었고, 뉴스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BH 리포트]

김 여사는 지난 9월 말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고 한다. 그간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일정이다.

당시 오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4·15 총선이 끝난 뒤 김 여사가 여성 의원들과 한번 만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좀 늦어져 9월에 만난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새로 당선된 분들도 있으니 인사하자는 차원의 가벼운 식사 자리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 의원 측은 “이번 총선에서 여성 의원이 꽤 많이 당선되다 보니 김 여사가 초청한 것”이라며 “김 여사가 의원들에게 ‘고생하고 있다’, ‘의정 활동 열심히 해달라’는 격려를 했다”고 전했다. 일정 때문에 불참하는 의원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성 의원이 참석했다고 한다.

21대 국회는 당선인을 기준으로 전체 300명 국회의원 중 여성이 57명(19%)으로 역대 최다다. 정당별로는 정의당이 6명 중 5명(83%), 민주당은 180명 중 30명(16%),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103명 중 18명(17%)이다.

김정숙 여사가 서울 중랑구 동원전통종합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만난 후 인근 음식점에서 함께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숙 여사가 서울 중랑구 동원전통종합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만난 후 인근 음식점에서 함께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에도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 식사를 했다. 당시 김 여사는 여성 의원들에게 대선 승리에 힘써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그에 앞서 김 여사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배우자 모임임 ‘민사모’를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엔 민주당 중앙당과 시·도당에서 일하는 여성 당직자 1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대통령 부인이 여성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한 경우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권양숙 여사는 열린우리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을 청와대로 초대해 점심을 먹곤 했다. 당직자들을 초대해 여성·가족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도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김윤옥 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한나라당 여성 국회의원 2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김정숙 여사가 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김정숙 여사가 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다만 김정숙 여사는 과거 영부인보다 적극적 행보를 보여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보완하는 ‘내조 정치’라는 평가도 있다.

김 여사가 보여온 전통적 방식의 내조 정치는 음식이었다.

김 여사는 지난 5월 28일 문 대통령과 민주당 김태년ㆍ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 뒤 두 사람에게 보자기에 싼 음식을 선물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에게는 “문어 한 마리 담았다. 꼭 사모님과 함께 드시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경내에서 딴 감을 직접 손질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경내에서 딴 감을 직접 손질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부인이 대구에 있던 탓에 그날 저녁 원내대표실 직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보자기를 열었다. 문어 숙회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자기 안에는 문어, 전복, 육류, 버섯으로 만든 모듬해물 사태찜이 들어있었다. 직원들은 "꼭 사모님과 드시라"며 보자기를 도로 쌌다고 한다.

김 여사는 2017년 5월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는 직접 만든 인삼정과를 후식으로 냈고, 2018년 11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회의에는 청와대 경내에서 직접 따 손질한 감으로 만든 곶감을 내놨다.

최근 들어서는 김 여사의 단독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달 3일에는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영상 축사를 문 대통령 대신 맡았다. 김 여사는 이미 지난 2018년 11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으로 공군 2호기를 타고 인도를 단독 방문하기도 했다. 대통령 부인의 해외 단독 순방은 2002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후 16년 만이었다.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가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의 단독 해외 방문은 16년만에 처음이었다. 연합뉴스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가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의 단독 해외 방문은 16년만에 처음이었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지난 2월에는 서울 중랑구 동원전통종합시장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을 격려한 뒤 인근 식당에서 함께 오찬을 했다. 지난 7월 집중호우가 발생하자 피해를 본 강원 철원을 예고 없이 찾았다. 비공개 일정이었는데 지역 주민의 제보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집중호우 피해 상황 점검 차 경남 하동군을 찾은 때였다.

 지난 9월 21일 개최된 치매 극복의 날 기념식에는 김 여사의 영상 축사가 공개됐다. 김 여사는 2017년 12월 서울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했을 때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어 대통령이 된 사위도 못 알아본다”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듬해 5월 치매안심센터 방문을 비롯해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도 치매 관련 시설 방문은 김 여사가 도맡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영상을 통해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웨비나 축사를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영상을 통해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웨비나 축사를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달 24일에는 주거 지원 강화대책 발표회에 참석해 보호 종료 아동의 주거복지 현장을 방문했고, 지난 3일에는 청와대 인근 서울맹학교를 찾았다.

특히 서울맹학교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집회로 마찰을 빚었던 곳이다. 김 여사는 맹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너무너무 미안해. 그 얘기를 꼭 전해주고, 나도 꼭 가고 싶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강태화·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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