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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났지만, 승복은 남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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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호 01면

바이든 시대 앞둔 미국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왼쪽)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TCF 센터 개표장 앞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모든 투표지 개표를 주장하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충돌하자 주 정부는 폭동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왼쪽)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TCF 센터 개표장 앞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모든 투표지 개표를 주장하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충돌하자 주 정부는 폭동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 후폭풍이 거세다. 투표는 끝났지만 사흘이 지난 6일(현지시간)에도 당선인을 확정하지 못한 채 미 전역이 혼란에 빠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대선을 ‘사기’라고 주장하며 개표 중단과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승리를 자신하며 ‘선거 조작설’을 강하게 반박했다.

조지아·펜실베이니아까지 역전 #트럼프는 “사기”라며 잇단 소송 #민주주의 역주행 국민 갈등 심화 #쪼개진 민심 봉합이 우선 과제

두 후보 지지자들이 거리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이번 미 대선이 국민 갈등을 심화시켜 오히려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둘로 갈라진 민심을 봉합하는 게 당면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에 “개표 집계 중단(Stop The Count)”이란 글을 올렸다. 우편투표 집계로 격전지 판세가 바이든 후보쪽으로 급격히 기울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이 선거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놔둘 수 없다”며 “소송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증거를 갖고 있고 아마 대법원에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측은 이날까지 6건의 선거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선거는 신성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권자의 의지”라며 “모든 표가 개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그 누구도 우리에게서 민주주의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놔두기에는 미국은 너무 멀리 왔고, 너무 많은 싸움을 했으며, 너무 많이 견뎠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판세는 바이든 후보에게 매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을 253명이라고 전제할 때 승리할 경우의 수가 17가지나 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경우의 수는 4가지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과반에 불과 17명을 남겨두고 있다. NYT와 CNN 방송은 개표가 90% 진행된 애리조나주(11명)를 바이든 후보 승리 지역에 아직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눈여겨볼 경합주는 조지아(16명)와 펜실베이니아(20명)다. 개표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앞서던 이들 2개 주는 도심 지역 투표함과 우편투표함이 속속 개봉되면서 초박빙 격전지로 바뀌었다. 6일엔 바이든 후보가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앞질렀다. 바이든 후보가 2개 주를 차지할 경우 선거인단 36명을 더해 과반이 훨씬 넘는 289명을 확보하게 된다.

최종 개표 집계 결과 바이든 후보가 조지아에서 재역전을 당해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면 273명을 확보해 역시 과반을 넘기게 된다. 조지아에서 이기고 펜실베이니아에서 패할 경우엔 현재 앞서고 있는 네바다(6명)와 애리조나 중 한 곳만 승리하면 대권을 거머쥐게 된다. 설령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에서 모두 지더라도 네바다와 애리조나에서 모두 승리하면 백악관행을 확정짓게 된다. 이처럼 바이든 후보가 최종 승리로 가는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선거인단 214명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은 갈 길이 험난하다. 56명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는 물론 승리가 유력한 노스캐롤라이나(15명)와 알래스카(3명)에 더해 애리조나와 네바다 중 한 곳에서도 이겨야 한다. 하지만 애리조나와 네바다의 경우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어 역전이 쉽지 않은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펜실베이니아·미시간 등 격전지마다 소송을 통해 개표 중단과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표를 둘러싸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 지지자들의 시위도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지난 5일 피닉스·애틀랜타 등의 개표소로 몰려가 “4년 더” 를 외치며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AP통신은 “일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바이든 지지자들은 100% 개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뉴욕에선 경찰과 충돌한 바이든 지지자 25명이 체포됐다.

최익재 기자,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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