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정선거 주장→연방대법원→연방하원 표 대결 노림수

중앙선데이

입력 2020.11.07 00:39

업데이트 2020.11.0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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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호 02면

미 바이든 시대 눈앞 - 개표 중단 줄소송 왜

5일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관계자들이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관계자들이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치러진 2020년 미국 대선이 개표 과정에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선거를 치른 뒤 첫 주말이 찾아왔지만, 패자의 승복은 없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승리를 선언했지만, 실제 승자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중 누구도 과반인 270명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편투표자만 6537만9247명
초반 우세 지역도 줄줄이 역전
뒤늦은 도착분 감안 땐 치명타

연방대법원, 6대 3 유리한 구성
연방하원 표결도 승리 가능성

트럼프는 6일(한국시간) 현재 개표가 덜 끝난 상태에서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모든 주에서 소송을 걸었다. 중북부 위스콘신의 재검표를 요구했으며 미시간·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등에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준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이든은 “모든 표가 개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부정선거이므로 개표가 중단돼야 한다”며 “선거는 연방 대법원에서 끝날 것”이라는 말을 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개표 중지를 요구해 최종적으로 연방 대법원으로 가기를 원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임기 중 임명한 3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의 보수 성향과 3명의 진보 성향 연방 대법관으로 이뤄졌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겠다는 트럼프의 속셈이 엿보인다.

미국 대선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 일부 이란인이 SNS에 “내 평생 펜실베이니아를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내용을 포스팅할 정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당선인이 신속하게 결정되지 않는 일차적 이유는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 최대 규모의 사전투표 등을 꼽을 수 있다. 투표율 집계 사이트인 ‘미국 선거 프로젝트(United States Elections Projects)’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전체 투표자는 1억 6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등록유권자 2억3900만 명의 3분의 2가 넘는 66.9%다. 73.7%를 기록했던 1900년 대선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높은 최고 투표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했던 2016년의 59.2%보다 7.7%P가 높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국 선거 방식은 선거일의 현장투표와 그 이전에 개인이 투표소에 가서 표를 던지는 부재자투표, 그리고 우편투표의 세 가지가 있다. 부재자투표와 우편투표가 사전투표에 해당한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올해 부재자투표자는 3593만5583명, 우편투표자는 6537만9247명으로 사전투표 참여자가 1억131만 4830명에 이른다. 기록적인 수치다. 우편투표는 주마다 도착 인정 시기가 다양해 네바다의 경우 투표일 1주일 뒤에 도착한 것도 인정한다. 개표지연 요인이다.

게다가 남부 대부분은 사전투표를 먼저 개표했고, 현장투표를 뒤에 열었으며 북부는 그 반대였다. 문제는 사전투표 유권자 중에는 바이든 지지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사전투표 성향을 공개하는 20개 주에 대한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자가 44.8%, 공화당 지지자가 30.5%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접전 중인 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펜실베이니아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사전투표를 먼저 개표한 남부에선 일시적으로 바이든이 선전하는 것으로 나오다 곧 바뀌었다. 경합이 치열한 북부 러스트 벨트, 즉 쇠락한 공업지대에선 이와는 반대로 현장투표를 우선 개표하고 사전투표를 나중에 개봉하는 바람에 초기에 트럼프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다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를 놓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개표 중단과 재검표를 요구하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초기에 15%P 가까이 이기다 6일이 되면서 1%P 이하로 격차가 좁혀졌다.

트럼프는 2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유효할 뿐이라며 그 뒤에 도착한 나머지를 무효로 선언하고 개표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개표는 중단돼야 한다”, 바이든은 “모든 표가 개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핵심적인 이유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올해의 경우 12월 8일까지 각 주에서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하며, 12월 14일엔 전국의 선거인단이 대통령 후보에게 최종 투표해 당선자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선거로 구성되는 117차 미국 연방의회가 내년 1월 3일 개원하며 이들은 1월 6일 선거인단이 투표한 대선 결과를 공개하며 대통령 당선인을 확정한다. 그 후보는 내년 1월 20일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대통령의 선출방식을 규정한 미국 연방헌법 제2조 제1항과 수정헌법 12조가 선거인단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연방하원 표결로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트럼프의 계속되는 부정선거 주장, 소송전으로 개표가 지금 상황에서 더는 진행될 수 없다고 연방대법원이 결정할 경우 연방하원에서 당선자를 선출할 수 있다. 트럼프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방하원의 대통령 선출 방법도 독특하다. 전체 하원의원의 표결로 정하는 게 아니라 주별로 한 표를 행사하는데, 해당 주의 다수당이 그 한 표를 독점한다. 연방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번 선거로 구성되는 117대 연방하원이 투표하게 된다. 개표가 끝나지 않아 구성도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현 116대 연방하원의 경우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전체의석은 232석 대 198석으로 민주당이 앞서지만, 각 주의 연방하원 다수당 비율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24대 26으로 오히려 공화당에 유리하다. 117회 연방하원이 새롭게 구성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최후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개표 상황이 연방의회에 당선인 결정권을 넘겨야 할 만큼 심각한지는 누가 판단할 것인가. 미국 사법체계로는 일단 각주 법원이 맡는다. 트럼프의 개표 중지 소송은 각 주에서 잇따라 기각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측은 집요하게 새로운 내용을 발굴해 소송전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의 소송전을 살펴보면 연방대법원에서 유리한 결정을 얻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연방의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것 외에 트럼프가 저렇게 집요하게 개표에 불만을 제기하고, 부정선거라고 비난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자국의 부정선거를 대놓고 주장하는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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