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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넌 “파우치 참수해 백악관에 걸어야”…트위터는 계정 삭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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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호 05면

미 바이든 시대 눈앞 - SNS 음모론과의 전쟁

지난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시의 주 청사 앞에서 ‘Stop the Steal’이란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AFP=연합뉴스]

지난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시의 주 청사 앞에서 ‘Stop the Steal’이란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초박빙으로 흐르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음모론이 판치자 SNS 업체들은 가짜 뉴스, 조작 영상, 불복종 선동 등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당선 가능성 커지자 #유튜브 ‘워 룸’서 막말 쏟아내 #가짜 투표용지 태우는 영상 확산 #‘샤피펜’ 투표는 무효표 주장도 #페북 ‘#StopTheSteal’ 검색 차단 #트위터, 트럼프 트윗 숨김 처리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표) 도난을 막아라(#StopTheSteal)’ 등의 해시태그 검색을 차단했다. 페이스북은 ‘일부 콘텐트가 플랫폼의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의사항과 함께 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숨김 처리했다’는 설명과 함께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했다.

SNS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건 패색이 짙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5일 백악관 회견에서 “합법적으로 투표하면 내가 이긴다”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지 않는 한 이긴다”고 말해 음모론에 기름을 부었다.

BBC에 따르면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일부를 숨김 처리했다.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경합 주에서 내 표가 마법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내용과 “다른 경합 주에서 나를 찍은 50만 표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적은 트윗 글에 대해서도 비슷한 처리를 했다.

스티브 배넌

스티브 배넌

트위터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운영하는 ‘워 룸’ 트위터 계정도 삭제했다. 배넌이 5일 자신의 유튜브 팟캐스트 ‘워 룸’에서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참수해 머리를 백악관에 걸어둬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해당 발언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나간 뒤 ‘워 룸’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위터는 “폭력 미화와 관련한 정책을 위반한 이유로 계정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는 폭력이나 온라인 학대와 괴롭힘, 혐오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배넌은 유튜브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레이와 파우치를 해고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하지만 대통령이 마음씨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나는 옛날 튜더 왕조 시대 잉글랜드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나는 그들의 머리를 창에 꽂아 백악관 양 모퉁이에 갖다놓고 연방 관료들에게 경고할 것이다. 프로그램대로 하든지 아니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들을 향해 대통령과 백악관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플로리다 유세에서 군중이 “파우치를 해고하라”고 외치자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파우치 소장과 번번이 부딪혀왔다. 봉쇄조치(shutdown) 등은 경제 상황을 악화시켜 트럼프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레이 FBI 국장이 대통령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이미 SNS에는 가짜 뉴스나 조작된 영상이 급속히 퍼졌다. 대표적인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찍은 투표용지가 불타는 영상이다. NBC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상에는 한 남성이 투표용지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태우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에서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이 남성은 ‘투표용지는 80장이고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상 속 투표용지는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의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비치 시 당국은 영상 속 투표용지가 ‘가짜’라고 밝혔다. 공식 투표용지라면 있어야 할 바코드가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펜인 ‘샤피펜’으로 투표하면 무효표가 된다는 음모론도 대선 이후 퍼지기도 했다. 개표 기계가 샤피사의 잉크를 인식하지 못해 ‘트럼프 표’가 대거 누락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샤피 게이트(#Sharpie Gat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퍼졌고 유튜브에선 샤피펜 음모론을 제기하는 주장을 담은 영상의 조회 수가 821만회를 넘었다. 마크 브르노비치 애리조나주 법무부 장관이 ‘샤피펜게이트’와 관련, 샤피펜으로 투표해도 무효표 처리되지 않는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앞선 애리조나주에선 샤피 게이트를 수사해달라는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 카운티 당국은 “샤피펜으로 투표해도 아무 문제는 없으며 설령 번진다고 하더라도 엉뚱한 사람으로 기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주 국무장관, 마크 브르노비치 애리조나주 법무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샤피펜을 써도 투표용지가 무효 처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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