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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샤워, 피부로 감동…성악 어벤져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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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호 19면

[아티스트 라운지] 팬텀싱어 우승팀 라포엠

기다림이 길었다. JTBC 팬텀싱어 시즌3의 우승팀 ‘라포엠’이 코로나19를 딛고 드디어 콘서트를 연다. 라포엠의 ‘러브포엠’ 콘서트(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성악 어벤져스’의 내공을 다 쏟아내 팬들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무대다. 전원 성악가로 구성된 팀답게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최고의 무대를 꾸민다. 테너 유채훈(32)과 박기훈(26), 카운터테너 최성훈(31), 바리톤 정민성(29)은 똘똘 뭉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18일 예술의전당서 ‘러브포엠’ 콘서트 #유채훈·박기훈·최성훈·정민성 #꿈의 무대서 노래, 설렘 가득 #환상 화음으로 희열 전달 각오 #올해 안에 앨범 출시 계획도

“풀 오케스트라와 함께 정통 클래식을 보여드려요. 예술의전당은 아무나 설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학교 합창제 때 솔리스트 교수님들 뒤통수 보면서 부른 적은 있지만, 그 무대의 주인공으로 선다니 진짜 떨리네요.(웃음)”(채훈) “예술의전당 바로 옆에 있는 학교를 다녀서 매일 지나다니며 꿈을 키운 무대거든요. 그런 공간에 형제 같은 멤버들과 같이 서게 됐네요.”(성훈)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여는 라포엠. 왼쪽부터 박기훈, 정민성, 유채훈, 최성훈. 김현동 기자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여는 라포엠. 왼쪽부터 박기훈, 정민성, 유채훈, 최성훈. 김현동 기자

솔로는 뜻 깊은 곡들로 골랐겠죠.
기훈=예심 때 불렀던 투란도트 ‘네순도르마’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노래죠. 성악 하면서 처음 접한 노래기도 해요. 1990년 로마월드컵에서 스리 테너가 이 노래 부르는 영상을 처음 봤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부르던 꿈의 아리아로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 몰랐죠.

성훈=저도 예심 때 부른 ‘로델린다’의 아리아를 부릅니다. 유학중 많은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곡이거든요.
민성=저는 중앙음악콩쿠르에서 불렀던 오페라 ‘죽은 도시’의 아리아를 골랐어요. 카르멘 ‘투우사의 노래’는 제가 첫 주자라 흥을 돋우려고 선곡했고요. 객석에 꽃도 좀 뿌릴까 싶어요.(웃음)

채훈
=고등학교 때 처음 본 오페라가 ‘사랑의 묘약’이었고, ‘우나 푸르티바’는 대학 입시곡으로 불렀던 제일 좋아하는 아리아죠. 사실 오랜만에 불러서 떨려요. ‘일몬도’는 팬텀에서 신고식을 치뤘던 곡이니, 제 노래인생 전·후반기를 대표하는 두 곡을 다 들려드리게 됐네요.

“클래식 포기 아닌 새로운 차원 디벨롭”

‘팬텀싱어’는 시즌1 때만 해도 클래식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공급과잉 상태의 성악 전공자들은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었고, 라포엠 멤버들도 모든 걸 뒤로 하고 도전했다.

“시즌 1부터 나가고 싶었는데 타의에 의해 못 나갔었죠. 시즌1 우승팀의 김현수 형과 전부터 같이 행사 다니고 공연했거든요. 이번에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큰 힘이 됐어요.”(채훈) “스위스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 올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팬텀’ 소식에 다 정리하고 돌아왔어요. 그렇다고 뭔가를 포기한 건 아니에요. 그동안 공부하고 경험했던 걸 새로운 환경에 맞춰 디벨롭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성훈) “정말 들어가기 힘든 독일 대학원 입학을 포기할 때 심리적 압박감이 있긴 했어요. 주변 선배, 선생님들이 걱정하셨죠. 그래서 8개월간 미친 듯이 매달렸어요. 이거 아니면 죽으니까요.”(민성) “노래만큼은 항상 꿈이 컸거든요. 어떤 도전이든 계속 도전하고 싶었어요. 첫 심사 때 프로듀서 지용씨가 ‘음악이 있어서 삶의 의미를 찾은 것처럼 노래해줘서 고맙다’고 했는데, 정말 저한테 음악은 그런 것이거든요. 노래만 듣고 알아주셔서 감사했어요.”(기훈)

크로스오버팀이 많이 생겼지만, 성악가들만의 무기는 또 다르겠죠.
기훈=아무리 좋은 녹음기가 있어도 자기 소리는 절대 못 듣거든요. 선생님과 동료들이 들어주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죠. 우린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멤버들이라 좋은 것 같아요.

민성=손혜수 선생님이 제게 ‘처음부터 끝까지 성악만 했는데 크로스오버 같다’는 말을 하셨는데, 알고보니 엄청난 칭찬이더라고요. 제 소리 그대로 크로스오버와 잘 묻어난다는 얘기라, 제 발성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훈=저의 무기는 저만의 소리라고 생각해요. 성악과 대중 창법의 경계에 있는 게 제 소리죠.

성훈
=저는 소통이 무기라 생각해요. 자기만족도 중요하지만, 음악은 누군가 들어줘야 하죠. 뭘 했을 때 팬들이 좋아하시는지 연구하는 모습이 저와 우리 팀의 무기인 것 같아요.

남성4중창에 특히 힐링된다는 분들이 많은데, 화성학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채훈=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의 매력이죠. 좋은 노래는 많지만 ‘팬텀’에는 소리공부를 10년 이상 한 프로들이 나와서 합을 맞출 때 퀄리티에서 오는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단순한 화음이라도 기본기가 탄탄한 소리들이 쌓아지니 안정감이 드는 거죠. 실제로 콘서트를 가면 음압에 샤워한다는 말을 하는데, 사운드를 피부로 느끼는 경험들은 팬텀의 성악가만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성훈=여럿이 부르며 감정이 일치했을 때 느껴지는 부분도 굉장히 크거든요. 화음을 넘어 그 전달력에서 오는 희열이 있지 않나 싶어요.

정말 그랬다. 유튜브 촬영을 위해 잠시 합을 맞춘 노래 한소절의 울림은 구경꾼의 피부를 감전시키고 천장도 뚫을 듯했다. 인간적인 호흡도 하나였다. 매력덩어리 리더 유채훈을 중심으로 함께 앞만 보고 직진하면 된다는 믿음도 단단했다. 방송 당시 많은 싱어들이 팀이 되려 줄을 섰던 유채훈에게 인기 비결을 물으니 “저도 모르겠어요~”라며 수줍어 한다.

“형은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보컬 능력도 탁월하지만, 배려가 많거든요. 누구나 같이 하고 싶었을 거예요.”(기훈)“모든 출연자가 다 실력은 뛰어나죠. 하지만 채훈 형은 어떤 조합으로든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포용력을 보여줬거든요.”(성훈) “너무 잘하니까요. 형 연습하는 걸 구경하다가 제 연습을 잊을 정도였어요.”(민성) “친형제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동생들이 잘 따라줘서 그래요. 오히려 민성이가 ‘만인의 원픽’이었는데 모르셨죠. 이번에 민성이와 듀엣으로 ‘러브포엠’을 부르는데, 저희 듀엣 데뷔인 셈이니 기대해 주세요.”(채훈)

“팬텀싱어의 매력은 소리 자체의 감동”

유튜브 QR코드

유튜브 QR코드

개인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도 팀웍을 강조한다. “같이 다니는 게 너무 좋아서 팀활동만 하고 싶다”(민성)는 것이다. “넷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라포엠 속에 있는 제가 안정감이 있고, 그만큼 멤버들에게 의지하고 있죠.”(성훈) “라포엠으로서 활동 꾸준히 하는 게 꿈이예요. 코로나가 없어지면 공연 많이 하고 팬들도 많이 만나고 싶어요.”(기훈) “개인적인 욕심은 없어요. 무슨 야망을 갖고 나온 게 아니라 좋은 동료들 만나서 중창팀을 하고 싶었던 거라서요. 오히려 멤버들 독창회나, 개인활동을 제가 기획해주고 싶어요. 저는 사회보고, 제가 듣고 싶은 노래 다 시키는 거죠.(웃음)”(채훈)

올해 안으로 앨범을 낼 계획으로 녹음중이지만 자세한 얘기는 비켜갔다. “완전히 새로운 곡들”(민성)로 “성악 어벤져스 타이틀에 걸맞는 앨범”(채훈)을 만들고 있다고만 했다. 사실 라포엠을 3기 팬텀싱어로 만들어준 것은 팬덤이다. 문자투표로만 결정되는 결승 2라운드에서 대역전극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런 팬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부탁했다.

“결승 1라운드에서 3위를 하니 팬분들이 걱정이 많으셨어요. 그때 제가 ‘돈 워리’라고 했었는데, 그 말에 전투력과 자신감이 느껴져 힘을 많이 얻었다고들 하시거든요. 라포엠의 메시지는 ‘돈 워리’로 하겠습니다.”(채훈)

유주현 기자 yjjoo@joongnag.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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