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생 개정판’ 써야 할 50대 ‘미 비즈니스’판을 벌이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0호 22면

세컨드 라이프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지난주 햇살 가득한 서울 연남동 카페에서 평소 만나고 싶었던 분을 만났다. 스타트업 CEO들에게 잘 알려진 창업 멘토이자 글로벌 투자회사의 임원인 K씨다. 그 자신도 스타트업 창업을 여러 차례 성공시켜 본 분이다.

‘나’라는 콘텐트가 사업 모델 #감 오는 일 가볍고 작게 시작 #실패도 염두, 3~5개 동시 도전 #세상과 통하는 것 찾으면 투자 #아직 쓸모 있다는 자존감 중요

나는 오랫동안 ‘콘텐트 자영업자’로 살던 사람이라 직원이 20명을 넘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부터 회사를 집중적으로 키우다 보니 벌써 직원이 50명이 다 돼 간다. ‘강사 김미경’에서 ‘CEO 김미경’으로의 변신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날마다 시행착오다. 묘수가 없을까 하는 답답한 마음에 K씨에게 회사를 키워 온 과정을 한참 설명했더니 돌아온 말이 의외였다.

“정확히 요즘 스타트업 회사가 성장하는 방식으로 이미 잘하고 계신데요? 지금의 온라인 대학인 ‘MKYU대학’을 ‘린(Lean) 스타트업’으로 가볍게 시작하신 것도 그렇고, 될 것 같은 모델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시장에 던지고, 반응을 봐서 안 되는 건 버리고 되는 건 과감하게 투자하신 것도 그렇고요. 공부하신 것도 아닐 텐데 아마 원장님이 살아온 방식 자체가 스타트업인가 봅니다(웃음).”

내 가치와 사회적 가치 계속 연결을

그러고 보니 나는 평생 ‘나 자신(me)’을 ‘사업 모델로 만드는 일(business)’을 해 왔다. 나는 이를 ‘미 비즈니스(me business)’라고 부른다. 성격은 급하고 체력과 열정은 차고 넘쳐서 나는 늘 5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벌였다. 내가 꽂히고, 뭔가 해보면 될 것 같다는 감이 오는 일들은 일단 하고 본다. 대신 시작은 매우 가볍고 작게 하는 게 원칙이다.

지금은 120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이 된 MKTV도 3년 전 나 혼자 휴대폰 하나로 동영상을 찍고 편집한 것으로 시작됐다. 현재 4만여 명이 공부하고 있는 MKYU대학은 지난해 네이버 카페로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됐다. 취미였던 재봉으로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패션쇼까지 해 봤고, 재미로 만들어 본 다이어리는 쇼핑몰 창업까지 연결됐다. EBS 교재를 혼자 공부하는 독학으로 시작했던 영어는 지난해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고 종종 외국 저자들을 인터뷰할 정도까지는 됐다. 이 모든 것이 2~3년 안에 동시다발로 벌인 일들이다.

물론 다 성공했을 리 없다. 패션 브랜드는 조용히 혼자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실패들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주변에서는 내가 일을 벌일 때마다 묻는다. 하던 강의나 하지 그런 건 힘들게 왜 하냐고.

나는 평생 나만의 콘텐트를 만들어 나 자신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왔던 사람이다. 조직에 속해 본 적 없이 나 자신이 1인 기업으로 오래 살다 보니 본능에 저장된 게 있다. 늘 세상은 나보다 빨리 변하고, 그 변화를 따라잡으려면 내가 일하고 살며 쌓고 만들어 온 ‘내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계속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게 ‘속도’다. 무엇이 세상에 통하고 안 통하는지 빨리 알아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10%의 가능성만 있어도 일단 뭐든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할 가능성도 있으니 하나에 올인해서는 안 되고 적어도 3개에서 5개까지 동시에 키워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적어도 나와 세상이 연결되는 하나 정도는 발견하게 된다. 전력투구해도 괜찮다는 하나의 ‘데이터’가 나오고 난 다음에는 사람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것이 김미경의 ‘미 비즈니스’ 방식이자 내가 지금 스타트업 회사를 키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만약 회사를 창업하지 않고 강사 김미경으로만 계속 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는 길을 잃었을 것이다. 나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면 가만히 있어도 길을 잃고 뒷방 신세가 된다. 칠십까지 살고 끝나는 인생이라면 뒷방도 쿨하게 받아들였을 텐데, 요즘 나이 오십이면 앞방이나 뒷방이나 사이즈가 비슷하다.

인생 전반전이나 후반전이나 주어진 시간이 비슷하다면 후반전도 기획부터 다시 해야 한다. 후반전은 투자할 수 있는 리소스도 다르다. 경제적 리소스, 경험의 리소스가 더 풍부해졌기에 뭔가를 시작하기에 더 좋은 나이다.

그런데 많은 중년이 출발선에서 서성인다. 아니 서성거리려고 작정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노후고, 노후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 그만큼의 속도와 스케일로 산다.

물론 그런 속도와 스케일이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수십 년간 열정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쉽게 우울해진다. 아직 너무 젊고 기운은 넘치는데 갇힌 느낌 때문에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 성장이 멈춰 버렸으니 현재 내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욕구는 상대적으로 커진다. 작은 손해에 울게 되고 불만 많은 꼰대가 돼 간다. 나 역시 그렇게 변해 가던 찰나에 다행히 세상과 통하는 아이템을 발견하고 창업의 기회가 왔다. 그때 자신에게 가장 먼저 했던 게 바로 ‘셀프 IR’이었다.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설득에 나서는 IR에 앞서, 나 자신을 설득하는 셀프 IR이 내겐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인생 후반전, 재발견·재확장의 과정

‘나의 가장 큰 강점, 나만 갖고 있는 독점적인 능력은 뭘까? 내가 살고 싶은 10년 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갖고 있는 현재의 가장 큰 결핍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을 리셋해야 하고, 공부할 양도 어마어마하고, 20~30대들과 협업해야 할 텐데 정말로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나에게 수없이 던졌다. 그리고 나는 57세에 스타트업 CEO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지금의 부딪치고 깨지는 에피소드들이 새로운 강의 콘텐트가 돼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예전의 나와 같은 답답함과 갈증을 느끼고 있다면 스타트업의 성장 방식을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나오는 순간,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미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취미로 가볍게 시작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작고 소박하게나마 시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취미로 글을 썼으면 글쓰기 플랫폼에 자신의 글을 올려 보고, 공부를 시작했으면 몇 명이라도 가르쳐 봐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완성도를 높이느라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30년간 한 가지 커리어를 완성해 본 사람은 기준을 출발이 아닌 완성에 맞추려고 한다. 소박하게 출발선에 서야 하는데 결승점부터 자꾸 생각하면 지금의 자신이 초라해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사무실, 직원, 명함 다 없어도 된다. 그냥 ‘나’라는 콘텐트 하나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뭐라도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인생 공부이자 나를 비즈니스로 확장시키는 과정이다. ‘이 나이에 뭘 해?’라는 생각이 ‘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바뀌는 순간, 확장은 곧 나에 대한 확신이 된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나는 쓸모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을 만나게 된다.

얼마 전 나는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디지털 치매 치료제를 만든 연세대 김진우 교수다. 50대에 스타트업 회사 ‘하이(HAII)’를 창업한 그는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개최한 ‘IR 대회’에 나갔다가 2등을 거머쥐기도 했다.

“50대 중반에 스타트업 창업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교수의 정년은 정해져 있잖아요. 죽기 전날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만의 일터를 만들게 되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냈는데 초판은 잘 안 팔려도 개정판은 많이 팔았어요. 지금의 모습은 김진우의 개정판인 셈이죠. 어쩌면 인생도 개정판처럼 다시 써야 완성되지 않을까요?”

책에도 개정판이 있듯, 우리의 세컨드 라이프는 끊임없는 재발견과 재확장의 과정일지 모른다. 오늘의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꿈꿀 수 있는 나를 깨워 주자.

김미경 유튜브 김미경TV 대표
사람들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50대 중반부터 유튜브 채널 ‘김미경TV’ 크리에이터이자 국내 최초 유튜브대학인 ‘MK유튜브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어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