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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경제]바이든 당선돼도 보호무역 계속…약달러 가속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백악관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섰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264명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는 ‘매직 넘버’ 270명까지 단 7명을 남겨뒀다. 214명 선거인단을 확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멀찍이 따돌리는 중이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의 이동에 따른 미국 경제와 통상 정책 변화는 세계 경제와 산업을 뒤흔들 변수다. 경제 규모와 영향력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 호(號)’의 기수가 바뀌는 일이라서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한국 경제ㆍ통상 부문 영향을 전망해봤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에서 연설을 마치고 뒤돌아 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에서 연설을 마치고 뒤돌아 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한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을 중시한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WTO 체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이 미국 우선주의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국 산업을 지키는 차원에서 보호무역주의 틀 자체를 전면적으로 깨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중심의 제조업 공급망 구축, 리쇼어링(해외 나가 있는 자국 기업 공장의 본국 회귀) 정책도 강도 높게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만큼은 아니지만…보호무역 유지 

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후보는)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 다자주의 무역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이나 대선 국면에서 보호무역주의적인 색채도 동시에 드러냈다”고 짚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직접 관여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도 힘을 실었다. 기본적으로는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행보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의 대(對) 중국 통상정책을 비난하며 보호무역주의 성격의 주장도 함께 펼쳤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제품에 부과한 과도한 관세로 미국 내 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선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 수출과 산업을 지키기 위해 바이든이 쓸 수단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만을 겨냥한 관세 부과나 수입 장벽이 아닌 WTO 등 다자간 무역 체제를 통한 공동의 압박 전략이다.

KIEP는 “(바이든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며 “WTO와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KIEP는 또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의료장비 등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주효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바이든 후보는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사회적 책임 등을 꾸준히 강조해온 만큼 이에 대한 국내 산업계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앞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앞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WTO 체제 옹호, 한ㆍ일 수출규제 분쟁 변수  

KIEP는 “WTO 규정 준수를 강조해온 바이든이 현재 공석인 상소기구 위원을 조속히 임명해 WTO의 분쟁해결 기능을 하루빨리 복원시키고자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놓고 WTO 분쟁해결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놓고 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중국의 편을 들어왔다며 대립각을 세웠고, WTO 상소기구 신규 위원 선임도 막았다. 한ㆍ일 수출 분쟁 결과를 판가름할 WTO 상소기구 위원이 공석이라 한ㆍ분쟁해결 절차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바이든이 백악관을 차지하게 되면 한ㆍ일 수출 규제 분쟁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바이든 정부가 분쟁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중 누구의 편을 들지는 별개의 문제다.

달러 약세, 원화 강세 흐름에 무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외환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도 관심사다. 한국 수출과 경제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문이라서다.

미 대선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외환시장은 바이든 당선 쪽으로 기울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기대가 반영되며 미 달러는 전방위 약세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달러 풀기’로 대표되는 경기 부양책이 한층 강도 높게 시행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달러가 약세로 이어가는 이유는 또 있다. 시장의 안도감이다. 임지훈 NH선물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노골적 미국 우선주의와 보복 관세 정책 등을 탈피하며 트럼프 행정부보다 미ㆍ중 관계가 다소 유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달러는 기축통화로 안전자산 위상을 갖고 있다. 미ㆍ중 무역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확산하는 위기가 닥쳤을 때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고, 달러 환율도 따라 치솟았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가치는 바이든 후보 당선 기대감에 전날보다 9.5원 오른 112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스1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가치는 바이든 후보 당선 기대감에 전날보다 9.5원 오른 112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스1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바이든 당선, 상원 공화당’이 유력해지면서 5차 부양책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공급이 시장을 지지해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5일 ‘제로 금리’ 유지를 발표하면서 “경제 전망이 이례적으로 불확실한 만큼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상 달러화 약세는 한국 수출에 부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달러 약세→원화 강세→수출품 가격 상승→수출 경쟁력 약화’ 구도에 따라서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ㆍ중 무역 갈등 국면 변화, 사회책임경영(ESG) 강화 기조, 외교적 지형 변화 등 달러 약세 외에도 한국 수출에 영향을 끼칠 다른 많은 변수가 자리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 가능성 등 아직 불확실한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트럼프가 우편 투표에 대해 부정 선거 등을 이유로 연방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한다면 관련 불확실성이 시장의 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선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에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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