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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가겠다는 트럼프 "합법적 투표만 보면 내가 승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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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회견을 열고 대선 결과 불복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회견을 열고 대선 결과 불복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불복을 예고했다. 주요 경합주의 승부를 가른 우편투표에 부정이 있었다며 문제를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채우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과 법적 다툼으로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루 반만에 모습 드러내…우편투표 부정 거듭 주장 #"대기업·언론·금융자본, 민주당과 손잡고 재선 방해" #주요 방송사들 일제히 생중계 중단 "근거 없는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회견을 열고 "합법적인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면서 민주당이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표는 이 중요한 선거의 무결성을 지키는 것이고, 부정부패가 선거를 훔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이 매우 많을 것이며, 우리는 증거가 매우 많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다"면서 "아마도 이 나라 최고 법원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방대법관의 구성은 보수성향 6명, 진보성향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는 모든 주에서 법적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편투표는 재앙"이라면서 "공화당이 이기느냐 민주당이 이기느냐 문제가 아니리 미국의 문제이므로 빨리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우편투표는 선거일 이전에 들어와야 하는데,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자 우편투표를 들여와서 부정부패와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핵심 지역을 큰 차이로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숫자가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깎여 나갔다"면서 합법적인 참관인이 개표를 지켜보는 것을 제지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은 현장 투표를 개표했을 때 앞서다가 우편투표가 개봉되면서 민주당 표가 대거 쏟아져 나온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NN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확대된 우편투표와 집계 방식을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우편투표에 대규모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캠프측도 펜실베이니아주가 투표 사흘 뒤에 도착한 우편투표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한 결정에 반발해 연방대법원에 무효소송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민주당이 대기업과 미디어를 등에 업고 자신의 재선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월가의 금융자본이 바이든에게 거액을 기부했지만 자신은 경찰과 농부 등 소시민 기부로 선거를 이끌었다며 공화당이 서민을 위한 당이라고도 말했다. 여론조사 회사들이 바이든 후보가 엄청난 표 차이로 이길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 트럼프 지지자들이 투표소로 나갈 의욕을 꺾는 '억압적 여론조사'로 선거를 방해했다고 공격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일 다음 날인 4일 오전 2시께 긴급 회견을 한 이후 하루 반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16분간 준비해 온 서면을 읽은 뒤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떠났고, 평소와 달리 즉흥 발언도 하지 않았다. 이를 중계하던 ABC·CBS·NBC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회견이 끝나기 전 생중계를 일제히 중단했다. 부정투표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NBC 간판앵커 레스터 홀트는 "대통령이 부정투표를 포함해 여러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근거는 없다"며 중단 이유를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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