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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성폭력 2차가해 징계"…학습기회 발언 파문엔 "사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전날 '보궐선거, 성인지 학습기회'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전날 '보궐선거, 성인지 학습기회'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여성가족부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잇따른 것과 관련해 ‘공공부문의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6일 발표했다.

이정옥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피해자분들께 상처…사과"

정부는 2018년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피해사실 고발로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 이후 공공부문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왔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더욱이 오 전 시장,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서 보듯 기관장이 성폭력을 저지를 경우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처벌 방안은 사실상 전무했다. 여가부는 현행 대응체계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공부문의 성희롱ㆍ성폭력 대응 방안’은 피해자 보호와 사건 처리의 실효성 제고 등에 초점을 맞췄다.
피해자가 조직 내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2차 피해를 방지하고 불이익 조치에 대해 제재하는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성희롱ㆍ성폭력 발생 시 휴가, 부서 재배치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즉각 취하고,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도 금지하도록 한다. 여가부는 이같은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담은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성폭력 관련 피해자는 성폭력방지법을 개정하고, 성희롱 관련 피해자는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법’ 제정을 통해 추진할 방침이다.

2차 가해행위, 앞으론 징계 가능 

피해자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도 징계가 가능해진다.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 악의적인 소문내기와 따돌림 등 조직 내 2차 가해 행위를 방지하고 이를 제재하기 위해 ‘2차 가해 관련 징계양정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징계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와 협의가 완료돼 빠른 시일 내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처리의 실효성을 위해 여가부장관의 ‘시정명령권’을 도입한다.
공공기관에서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이 발생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생 기관에 대해 피해 원상회복, 제도 개선 등의 시정권고를 한다. 하지만 이를 불이행시 제재 조치가 없어 피해자 고통이 길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불이행 시 여가부 장관이 직접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가부는 ‘성차별ㆍ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법(가칭)’을 제정할 예정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여가부는 또 공공기관 기관장 전담 신고창구도 개설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공기관의 장(이하 기관장)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여가부 내 ‘공공부문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전담창구’에 신고토록 하는 것이다. 이후 여가부는 피해자 의사 등을 듣고, 인권위에 조사 또는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
공공기관 내 성희롱·성폭력 고발 관련, 고충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내‧외부 위원이 동수로 참여하도록 하고, 광역자치단체는 여가부의 추천을 받아 위원을 구성토록 할 방침이다.특히 기관장 관련 사건이 고충상담원에게 접수된 경우 즉시 해당 사실을 여가부 신고센터에 통보토록 했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이날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공부문 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했지만, 미진한 부분과 사각지대가 발견됐다”며 “이번 방안은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의 권리구제에 중점을 두고 마련했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원들이 10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원들이 10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정옥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피해자분들께 상처…사과"

이 장관은 전날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중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피해자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특히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피해자분들께 당초 저의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상처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여가부는 여성의 권익 증진과 성폭력 방지를 추진함에 있어 항상 피해자 중심주의 하에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피해자들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전날 '보궐선거, 성인지 학습기회'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전날 '보궐선거, 성인지 학습기회'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 장관은 5일 국회 예결위에서 전임 시장들의 성범죄로 인해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오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피해자는 “그럼 나는 학습교재냐?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 따위 말은 절대 못한다. 저 소리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며 이 장관을 비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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