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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일본의 대표적 공간 기획자, "코로나 이후의 공간은 8가지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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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지 타니가와 JTQ 대표는 렉서스·나이키·긴자식스 등 유수의 브랜드와 협업해 온 일본 최고의 공간 경험 설계자입니다. 츠타야서점으로 유명한 CCC그룹에서 CCC크리에이티브 대표를 역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11월 24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리는 폴인의 프라이빗 컨퍼런스 〈오프라인 리테일의 미래 2021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맡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일어날 공간의 변화 8가지를 짚는 내용입니다.

타니가와 대표의 컨퍼런스 참석을 기념해, 최근 이원제 상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이메일과 화상연결을 통해 진행한 준지 타니가와 대표의 인터뷰 전문을 무료로 공개합니다. 

인터뷰·글 = 이원제 상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통역 = 이승민 한국리노베링 대표

올해는 가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는 한해도 빠짐없이 도쿄를 찾았습니다. 도쿄의 새로운 공간을 둘러보며 고객 경험 디자인을 고민하기 위해서죠. 도쿄에서의 하루는 늘 같은 곳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아자부주반과 롯폰기의 경계에 있는 롯폰기 츠타야서점입니다. 롯폰기점의 스타벅스에 앉아 건축ㆍ도시ㆍ패션ㆍ여행ㆍ디자인에 대한 잡지들을 쌓아놓고 핫초코를 마시곤 했습니다. 오가는 이들의 옷차림이나 행동을 구경하면서요.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제겐 롯폰기 츠타야서점이었습니다.

그런 롯폰기 츠타야서점이 올 3월 리뉴얼했습니다. 재개장한 매장을 직접 가보지 못해 아쉽던 제게 인스타그램의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츠타야서점을 운영하는 CCC(Culture Convenience Club) 계열사 중 하나인 CCC 크리에이티브의 준지 타니가와(谷川 じゅんじ) 대표의 계정이었죠. 그는 JTQ라는 공간 기획 회사를 운영하며 나이키ㆍ렉서스ㆍ긴자식스 등 유명 브랜드의 공간 프로젝트를 맡은 인물입니다. 그에게 불쑥 메시지를 보내 인터뷰를 제안했고, 그가 응해주었습니다. 이메일 교환과 화상연결을 통해 두 차례 아주 긴 대화를 나눴죠. 모니터를 통해 본 그는 흰머리가 성성했지만,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고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짓는 사람이었습니다.

준지 타니가와 JTQ 대표 겸 CCC크리에이티브 대표 [사진 JTQ]

준지 타니가와 JTQ 대표 겸 CCC크리에이티브 대표 [사진 JTQ]

새로 단장한 롯폰기 츠타야서점을 직접 가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제가 좀 설명해드릴 수 있겠네요. 롯폰기 츠타야서점은 롯폰기 지역의 특색과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반영해 리뉴얼했다고 생각합니다. 매장의 컨셉은 ‘세계 제일의 양서(洋書)점’입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롯폰기 지역의 특성을 고민하다가 ‘국제화’라는 키워드를 뽑아냈어요. 롯폰기에는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계 호텔, 대사관이 도쿄의 어느 곳보다도 많습니다. 실제로 오가는 이들 상당수가 외국인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다양한 해외 서적과 잡지를 비치했습니다. 외국인 손님들이 아이 손을 잡고 서점에 들렀다 모국어로 된 책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주말마다 가족들이 찾는 곳이 될 겁니다. 이렇게 세세한 지역적 차이를 인식하고 공간 기획에 반영해야 해요. 그래야 질리지 않는 가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CC 크리에이티브는 CCC 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CCC 마케팅 홀딩스에 소속된 계열사입니다.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데이터를 통해 지켜봅니다. 그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가치를 공간을 통해 구현합니다. CCC 그룹의 다양한 계열사가 맡고 있는 기능을 연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합니다.
사회의 변화를 데이터를 통해 지켜본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롯폰기 지역의 특색을 설명드린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CCC는 츠타야서점을 비롯해 일본 전역에 12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어요. CCC의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 T포인트를 이용하는 회원도 7000만명이 넘습니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적 특성을 분석합니다. CCC마케팅홀딩스에서는 ‘유니크 데이터, 스몰 해피(Unique Data, Small Happy)’ 라는 표현을 씁니다.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지역이나 개인의 특성을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세세한 만족감을 전달해야 한다는 겁니다.

강렬한 인상이 오래 가는 기억을 만든다

CCC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은 한국에서도 유명합니다. 그 책에서는 기획자의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CCC의 노하우라고 적혀있죠. 그런데 최근엔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건가요.
사람 중심의 큐레이션이 중요하다는 철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가 발전하고, 또 온라인ㆍ오프라인의 연계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죠. 사람 중심의 큐레이션, 이를 기반으로 한 기획을 유지하되 데이터로 근거를 보완하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직감에 의존한 사람의 기획력도 결국 그 사람의 머릿 속 데이터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재단장한 롯폰기 츠타야서점. 외국인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양서점'이라는 컨셉으로 개발되었다. [사진 CCC]

지난 3월 재단장한 롯폰기 츠타야서점. 외국인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양서점'이라는 컨셉으로 개발되었다. [사진 CCC]

2002년부터 공간 기획 컨설팅사 JTQ를 운영하셨습니다. 자신을 ‘공간 지휘자(Space Composer)’로 정의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은 기억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기억도 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죠. 저는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기억의 지속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은, 공간에 들어선 이들이 어떤 인상을 받을지를 지휘해나는 과정입니다. 어떻게 공간의 구조를 풀어가면 더 힘차고 상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합니다.
이런 공간 기획의 철학을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을 전공하셨나요.
아닙니다.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책을 아주 좋아했죠. 첫 직장이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였는데, 여기에서 호스피털리티(hospitalityㆍ접객)를 배웠습니다. 사람들이 공간에 모여서 어떤 방식으로 즐거움을 나누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3년 동안 일하면서 공간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건설사로 옮겨 12년 동안 컨벤션홀이나 이벤트 공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 공간 기획의 하드웨어를 배웠습니다.
JTQ에서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왔는데 어떤 경쟁력으로 이런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었나요.
처음 JTQ를 만들 때의 접근은 지금 하는 일과 좀 달랐습니다. 밖에서 보니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그리고 건설사 사이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더라구요. 공간을 기획하다보면 디자이너는 늘 최고의 디자인을 위해 계속 비용이 오르는 제안을 하게 되고, 건설사는 적절한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주안점을 두죠. 그리고 클라이언트는 이 사이에서 어떻게 최적의 답을 찾아낼지 갈팡질팡하구요. 그래서 처음엔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함께 하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점차 의뢰인의 입장에서 공간의 비전과 컨셉, 그리고 사업 모델 설계를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공간을 기반으로 사업 전체를 기획하고 제안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랜드에서 공간 기획의 컨셉을 배우다

공간의 컨셉을 기획하는 것이 JTQ의 핵심 역량이겠군요.
제가 디즈니랜드에서 배운 것이 그것입니다. 공간 기획에서는 큰 컨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죠. 테마파크 같은 집객 비즈니스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일하고 있잖아요. 이들이 같은 철학으로 서비스에 임해야만 공간은 하나의 컨셉으로 돌아갑니다. 유명한 사례지만, 리츠칼튼 호텔이 고객을 대하는 세 가지 원칙을 명시한 크레도(Credoㆍ신조)와 같은 것입니다. 큰 공간에서 많은 직원들이 균질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려면 철학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직원들이 분명히 인지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원칙을 전달하며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사회 초년생 때 디즈니랜드에서 매우 높은 수준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공간 기획자로서 감각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저는 반드시 현장에 갑니다. 현장에 지금은 아무 것도 없더라도, 과거에 간 적이 있는 곳이어도 반드시 갑니다. 공간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돌아다녀요. 그러면서 그 현장의 에너지를 느끼고, 제가 창조해내야 할 공간을 상상합니다. 제가 떠올린 아이디어가 어떻게 구현될지를 머릿 속에서 검증해보기도 하구요. 하늘을 보거나 공기를 마시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제게는 일종의 의식입니다.
JTQ가 공간 기획을 맡은 칸세이-일본 디자인 전시회. 일불 수교 150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사진 JTQ]

JTQ가 공간 기획을 맡은 칸세이-일본 디자인 전시회. 일불 수교 150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사진 JTQ]

5월에 코로나 이전과 이후 사회의 변화를 설명한 마인드맵을 제작하셨죠.
제가 주목한 가장 큰 트렌드는 자유에서 안전으로의 변화입니다. 지금까지는 넓은 장소를 만들어 많은 고객을 모으는 것이 공간 비즈니스의 성장 방식이었습니다. 향후에는 공간을 시간에 따라 쪼개 쓰면서 위험을 회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객의 안전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공간 비즈니스의 축이 천천히 바뀌게 될 겁니다. 이런 식으로 8가지의 변화를 짚어보았습니다.

코로나에도 오프라인의 가치는 지속된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간에서 만나고 가치를 나누는 일은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는 따로 있습니다. 츠타야서점을 예로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언제나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 산 책과 똑같죠. 하지만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는 경험은 다른 가치를 줍니다. 사람이 사는 것은 물건이 아닙니다. 서점을 들어가고 둘러보는 과정을 포함한 경험,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사는 겁니다. 기술이 진화해도 변함없이 사람들은 이 경험과 스토리텔링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가게에서 산 야채와 직접 길러 수확한 야채를 먹을 때의 경험과 가치가 다른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타니가와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험과 감각 중심이던 공간 기획의 세계에 데이터화의 물결이 찾아올 겁니다. 현실의 생생한 체험을 디지털과 연결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화상회의로 만난 우리는 “머지 않아 롯폰기 츠타야서점에서 만나고 싶다”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그와의 다음 만남은 어떤 방식이 될까요. 코로나 시대에 예측이란 불가능한 것이지만, 한가지 확신은 들었습니다. 그는 고객의 경험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고, 공간 비즈니스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나갈 거란 믿음 말입니다.

11월 24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폴인컨퍼런스 〈오프라인 리테일의 미래 2021〉이 열린다. 준지 타니가와 JTQ 대표 외에 이케아코리아의 니콜라스 욘슨 대표, 김정은 코오롱스포츠 비쥬얼/마케팅팀장이 참석한다. [사진 폴인]

11월 24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폴인컨퍼런스 〈오프라인 리테일의 미래 2021〉이 열린다. 준지 타니가와 JTQ 대표 외에 이케아코리아의 니콜라스 욘슨 대표, 김정은 코오롱스포츠 비쥬얼/마케팅팀장이 참석한다. [사진 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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