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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은혜 3조 역점사업, 심사받을 업체 출신이 심사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프리랜서 김성태]

3조원 규모의 교육부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특정 업체가 독식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업체의 전·현직 이사 중에는 교육부·교육청 등의 전직 관료가 최소 11명에 달해 이른바 '교피아('교육'과 '마피아'의 합성어)가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 체결된 사업 65% 이미 따내 #경쟁입찰 아닌 수의·협상계약 #업체 전·현 이사 30%가 전 공무원 #‘유은혜 친분’ 직원 등 유착 조사 중

지난해 교육부가 추진한 학교공간혁신 사업은 2023년까지 3조5000억원을 들여 전국의 노후 학교를 개선하는 사업이다. 올해 7월에는 정부 역점 과제인 '한국판 뉴딜'에 포함돼 18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사업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규모가 대폭 커질 전망이다.

A업체, 연달아 사업 수주…교육부 간부에 법인카드 제공

그런데 대규모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비영리법인인 A업체가 잇달아 따내고 있다.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이 발주해 올해 계약이 체결된 12억원 규모 사업 중 약 8억원(64.9%)을 A업체가 수주했다. 건수로는 40건 중 15건으로, 이 사업에 참여한 업체 중 3건 이상을 수주한 곳은 A업체 뿐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A업체는 교육부가 발주한 학교구조개선 사업 31건 중 절반(45.2%)에 가까운 14건도 따냈다. 총 수주 규모는 약 8억원이다. 교육부는 A업체에 학교공간혁신 사전기획 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2억원을 따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업체가 사업비 대부분을 따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공간혁신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사업에 관련된 교육부 정책보좌관실 소속 교육연구사 B씨와 사업 담당 C팀장이 A업체와 가깝게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B연구사는 유은혜 부총리의 관사를 1년 넘게 사용해 논란이 됐다. C팀장은 A업체가 제공한 태블릿 PC와 법인카드를 사용해 교육부 감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심의위원이 A업체 전임이사…전현직 이사진에 공무원 출신 11명

지난 9월 변경된 교육부 미래학교조성심의위원회 명단. A업체 전임이사 2명이 위원에 선임됐다. [사진 교육부]

지난 9월 변경된 교육부 미래학교조성심의위원회 명단. A업체 전임이사 2명이 위원에 선임됐다. [사진 교육부]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심의하는 '미래학교 조성 심의위원회'에도 A업체의 입김이 닿았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 9월 이 위원회 위원 6명 가운데 2명이 A업체의 전임 이사로 교체됐다. 심의 대상인 업체 관계자가 심의 위원에 포함된 것이다.

A업체는 전직 공무원들이 이사진에 포함돼왔다. 취재 결과 A업체 전·현직 이사 36명 가운데 최소 11명이 전직 공무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0명은 교육부, 시도교육청 출신이다. 현직 이사 14명 가운데도 전직 공무원이 3명 포함됐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 사업 여러 건을 따낸 업체 임원진에 전직 공무원이 여럿 포함된 건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쟁입찰 없이 따낸 수의·협상계약…교육부 감사 착수

사업의 계약 방식도 의문이 제기된다. A업체는 올해 공고된 5000만원 이상 대규모 학교단위 공간혁신사업 7건 가운데 5건을 따냈다. 이 가운데 수의계약은 2건, 협상에 의한 계약은 3건이다. 다른 업체가 낙찰받은 사업 2건은 경쟁입찰이었다. 일반적으로 5000만원 이상의 공공기관 조달 사업은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각 교육청에 제시한 사업 평가 기준도 A업체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기준에 따라 공고를 냈더니 지원 업체가 한 곳뿐이었다"며 "입찰자가 없어서 어쩔수없이 A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정한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해서 입찰을 진행했다"면서 "원칙대로 경쟁입찰을 거쳤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A업체 관계자는 "관련된 내용은 교육부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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