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우편투표 연방대법 가져간다” 배럿 효과 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불복 사태가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 3곳을 대상으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소송 대상은 막판 우편투표 개봉과 함께 역전당했거나 역전 위기에 몰린 러스트벨트 3개 주와 선벨트의 조지아다.

트럼프 “선거일 지난 우편투표 무효” #대선 전에 낸 소송선 4대 4 기각 #개표 부정, 참관인 접근 제한 이유 #미시간·조지아는 개표중단 요구 #내달 8일이 선거인단 확정 기일 #법원 판단 늦어지면 하원서 선출

4일(현지시간) 트럼프 선거캠프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조지아주 정부를 상대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고, 위스콘신주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각 지역의 개표 과정에서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되고, 트럼프 선거캠프 측 참관인들의 접근이 제한됐다는 이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새벽 연설을 통해 “우편투표 문제를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미 대선 개표 결과 지연 시나리오.

미 대선 개표 결과 지연 시나리오.

관련기사

펜실베이니아주는 개표 후반 우편투표함이 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판세가 불리해지자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주 정부의 우편투표 접수 기간 사흘 연장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펜실베이니아주가 선거일 당일 소인이 찍힌 경우 6일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해 접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펜실베니아 주 대법원은 지난 9월 공화당 주 의원들이 주 정부의 우편투표 접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공화당은 연방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으나 연방대법원도 지난달 21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화당은 유사한 소송을 연달아 제기하며 신속심리(패스트트랙)를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하지 않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우편투표 접수 연장 취소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주 대법원 판단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엔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과 뜻을 같이하면서 4대4 동수로 갈려 공화당 요청이 기각됐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전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지난달 27일 합류하면서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선거캠프가 또다시 제기한 우편투표 접수 기간 취소 소송을 현재 연방대법원이 받아들일 여지가 생긴 셈이다.

트럼프, 4년 전엔 위스콘신 재검표 반대

미국 연방대법관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연방대법관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트럼프 캠프는 또 공화당 측 개표 참관인들이 투표용지 개표 과정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며 일시적 개표 중단 소송을 낸 상태다. 미시간 주에서도 공화당 측 개표 참관인의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선거캠프 측은 공화당 측 참관인이 개표 과정에서 제외되고, 일부 개표소에서 영상 촬영을 하지 않는 등 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주 공화당은 주내 12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우편투표 무효표가 유효표에 포함되지 않도록 분리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채텀 카운티의 한 개표소에서 개표원이 투표 마감 시한인 3일 오후 7시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53개(무효표)가 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유효표 무더기에 넣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위스콘신에선 0.7%포인트(2만 표) 차로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되자 트럼프 캠프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다수 지역 개표소에서 부정이 의심된다는 보고가 잇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위스콘신 주법에 따르면 득표 격차가 1% 이내일 때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 “우편투표 불법 근거 약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소송을 연방대법원이 인정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관련 수백 건의 소송이 이미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며 “다시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법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우편투표의 불법성을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제시된다면 트럼프 선거캠프의 심리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소송을 제기해도 주 법원을 거치지 않고 연방대법원이 직접 심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티브 블라덱 텍사스대 법대 교수는 “연방대법원에 앞서 각 주 법원에서 심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통상적인 법적 절차를 무시하려 할 경우 법원은 이를 기각할 것”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압박에 연방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 기한 연장 무효 소송을 수용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선거법에 따르면 모든 주는 12월 8일까지 개표와 관련한 법적 분쟁을 마무리짓고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주 법원이나 연방대법원이 소송을 받아들여 심리할 경우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주요 경합주에서 선거인단 명단을 확정하지 못해 12월 14일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 투표가 무산될 수 있다. 대선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다. 그럴 경우 내년 1월에 새로 출범하는 미 상원이 부통령을,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