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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식 날,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승리 선언 안 했지만 사실상 당선인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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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 바이든 후보 측이 4일 밤(현지시간) 개설한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연합뉴스]

조 바이든 후보 측이 4일 밤(현지시간) 개설한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에서 대국민 연설에 나서 “밤샘 개표 결과 우리는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에 도달할 만큼 충분한 주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리 선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이 승리하는 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 승복을 요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위터엔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날”이라며 “정확히 77일 후에 바이든 행정부가 협정에 재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당선인 행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270명 될 만큼 충분한 주에서 승리” #두 번째 대국민 연설로 트럼프 압박 #트럼프, 주변서 개표대책 요청하자 #“그래 봤자 무슨 소용 있나” 자조

바이든 후보는 대국민 연설에서 민주당이 이긴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득표 차와 남은 표 등을 자세히 언급했다. 특히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눌렀을 당시와의 득표 차가 사실상 같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우리는 위스콘신주에서 2만 표 차로 승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이곳을 이긴 득표 차와 사실상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시간에서 우리는 3만5000표 이상 앞서고 있고,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6년 미시간주에서 승리했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미국에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는 국민이 통치한다. 권력은 빼앗거나 주장할 수 없다.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이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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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막판 역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가운데 동시다발 소송전에 나섰다. 주요 경합주에서 투표 절차와 개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내며 바이든 후보의 승리 선언을 막고, 애리조나 등에서 끝까지 역전의 희망을 걸어 보겠다는 것이다. 4일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와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 등이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에 있는 캠프 본부에 모여 앞으로의 대응 방향과 소송 전략을 준비했다고 NBC뉴스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가 전날 오후 11시쯤 가장 먼저 바이든이 애리조나를 가져갔다고 발표하자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2시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사실상 우리가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채 공화당 소속 주지사 등과 통화하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논의했다. 그러면서 간간이 트위터를 통해 ‘나를 찍은 표가 갑자기 사라졌다’ 등 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미시간·조지아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우편투표를 개봉하고 집계하는 과정에 트럼프 선거캠프 측 참관인들의 접근이 제한됐다며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개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과 관련해 이날 트위터에 “우리 변호사들이 (개표 과정에) ‘의미 있는 접근’을 요구했지만, 그래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미 시스템의 무결성과 대통령 선거 자체가 피해를 봤다. 이건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고 썼다.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강조했지만 한편으론 자조적인 뉘앙스라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직감한 것 같다”(영국 가디언)는 해석도 나왔다.

워싱턴·델라웨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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