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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공장소 흡연 금지법 제정"…'애연가' 김정은도 지킬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금연법을 제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전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4일 '금연법' 제정 #공공시설서 흡연 금지·처벌 규정 담아 #"관영매체들 흡연 사진 걸러낼 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연장에서 담배를 들고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연장에서 담배를 들고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회로 4일 진행된 회의에서 북한은 31개 조문으로 구성된 금연법을 만들었다. 법은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 극장이나 영화관 등 공공장소, 어린이 보육기관, 교육기관, 의료ㆍ보건시설, 상업ㆍ금양 봉사시설, 공공 운수수단 등에 흡연금지장소를 지정하고 흡연질서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던 중 중국 남부 난닝의 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우자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던 중 중국 남부 난닝의 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우자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2005년 ‘금연통제법’을 제정하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통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이를 한층 강화한 법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을 끄는 점은 평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 피우는 모습을 노출했던 김 위원장이 금연법을 따를지 여부다. 북한 매체들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그가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지난해 2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가던 중 중국 난닝역 구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 위원장에게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가져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보육원이나 학교를 방문해서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번에 제정된 법에 따르면 모두 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 신(神)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금연법에서도 예외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최근 펴낸 『격노』에도 담배와 관련된 김 위원장의 일화가 나온다.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당시 김 위원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하자 미국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앤드루 김 당시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센터장이 “담배는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김여정을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북한 당국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긴장 속에 김 위원장의 반응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누구도 김 위원장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어려운 북한 내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북한이 금연법을 제정한 만큼 관영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흡연 장면을 최대한 걸러내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북한의 매체들은 선전선동부의 사전 심의를 거친다”며 “김 위원장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흡연하는 모습을 걸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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