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윤의 퍼스펙티브

다가오는 트윈데믹의 겨울에 미리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0.11.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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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K방역, 더 진화해야 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올겨울 코로나19가 독감과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는 트윈데믹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며칠 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K방역 전략을 내놓았다. 지난 10개월 동안의 코로나19 방역의 경험을 반영한 한층 발전된 방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K방역은 올겨울 트윈데믹을 자신 있게 맞이할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

미국·유럽 기준으론 하루 500명 이상 확진돼야 거리두기 1단계
우린 500명 넘으면 2.5단계 적용해 클럽·식당·카페 영업 제한
코로나 대응 예산 300조원의 0.1%만 의료체계에 투입했다면
병상·인력 늘려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피해 크게 줄일 수 있어

우리는 외국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훨씬 적었지만,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응했다. 감염 확산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갔고, 코로나19 뉴스를 접하면 분노를 느낀다고 응답한 국민이 4명 중 1명을 넘어섰다.

의료 역량 강화하면 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는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뉴스1]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는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뉴스1]

이제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병상과 인력을 늘려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피로감을 줄여야 한다.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환자 수가 많아지면 확진자가 좀 늘어난다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 여력이 있으면 식당과 카페·운동시설이 문을 닫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인구 10만명 당 확진자 수가 1명 이하이면 가장 안전한 단계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하루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지 않으면 가장 안전한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 전에는 하루 확진자 수 100명을 넘으면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해 클럽과 노래방뿐만 아니라 식당과 카페도 문을 닫아야 했다. 바뀐 기준에서도 하루 확진자 500명 이하는 2.5단계에 해당해 식당은 9시 이후부터, 카페는 온종일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처럼 하루 50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상과 인력을 준비해 놓으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아니라 1단계를 유지하면서도 감염을 통제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와 국민의 피로감을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와 장기전에도 대비할 수도 있다. 물론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 숫자에 관계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12일 고위험 시설 운영이 재개되며 문을 연 경기 수원의 노래방. [뉴시스]

지난 12일 고위험 시설 운영이 재개되며 문을 연 경기 수원의 노래방. [뉴시스]

실제로 지난 8월 코로나19 재유행 당시 환자를 진료할 병상과 인력이 준비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한 달 일찍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복귀할 수 있었다. 8월 중순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유행은 한 달이 지난 9월 13일 이미 2주째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평균 하루 321명까지 치솟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35명까지 감소했다. 병상과 인력이 충분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0월 12일에야 1단계로 하향 조정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한 달 지속되는 동안 우리 사회가 지불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정부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약 300조원을 투입했다.

만약 정부가 이 돈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3000억원 정도만 병상과 인력을 동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데 투입했다면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한 달 일찍 복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소상공인과 국민을 지원하는 데 돈을 쓰는 것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지 않아도 되는 감염병 대응체계를 갖추는 데 돈을 쓰는 것이 더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이제까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고위험 시설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없는 것도 아쉽다. 많은 사람이 집단 감염이 많이 발생한 곳으로 방역 당국이 고위험 시설로 분류한 클럽 같은 유흥주점이나 노래방을 꼽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10개월 동안 코로나19 감염은 교회를 포함한 종교시설과 요양병원·요양원 같은 의료복지시설, 방문판매시설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신천지교회 관련 집단 감염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4명 중 1명이 이들 3개 고위험 시설에서 발생했다.

집단 감염 발생 시설엔 맞춤형 대책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서울의 한 교회. [뉴스1]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서울의 한 교회. [뉴스1]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 이들 3개 고위험 시설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주간 보호센터와 의료복지시설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과 함께 강력한 감염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간병인을 포함한 종사자에 대해 감염 관리 교육을 하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을 초기에 찾아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보험 등에서 감염 관리 비용을 지급하고 간호사 같은 전문인력을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 시설에서 감염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겨울 의료복지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종교시설에 대한 집단 감염을 줄이기 위한 전향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예배와 소모임에서 집단 감염이 계속되는 이유는 지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회와 신도들이 지침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지침만 손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침을 지키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종교계를 설득해서 자발적으로 지침을 더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 작은 교회들이 대면 예배에 의존하지 않고도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끝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단시켰던 돌봄과 같이 필수적인 서비스를 다시 안전하게 재개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최우선에 둔 탓에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돌봄서비스, 노숙자를 위한 급식서비스, 취약계층 아동과 임산부를 위한 가정방문을 중단시켰다. 그사이 돌봄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장애인처럼 코로나19 방역의 이면에서 고통받는 취약계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다.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 돌봄을 중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돌봄을 지속하면서도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요양보호사와 같은 돌봄 인력에 감염 관리 방법을 교육하고 마스크·장갑 등 보호 장구를 지급하는 등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새로운 돌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어디서 발생했나 보니…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어디서 주로 발생했을까?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은 종교시설과 의료시설, 방문판매 순이었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3명 중 1명이 이 3가지 유형의 시설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때문이었다.

집단감염 시설 유형별 확진자 수

집단감염 시설 유형별 확진자 수

반면 방역 당국이 고위험 시설로 분류한 클럽 등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유통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확진자 비중은 높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고위험 시설에서 집단 감염을 효과적으로 관리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이들 시설의 위험도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종교시설과 의료시설에 대한 보다 강력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키워드
트윈데믹(twindemic)

쌍둥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트윈(twin)’과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 ‘팬데믹(pandemic)’이 합쳐진 말이다. 비슷한 2개의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예컨대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독감의 유행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트윈데믹이 발생하면 증상만으로는 환자를 구별하기가 어려워 방역체계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또 감염자가 뒤섞이거나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된 사람도 생겨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2020년에는 독감 예방 접종의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독감 백신은 통상 접종 2주 후부터 예방 효과가 나타나며 6개월간 면역이 유지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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