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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는 손 잡았는데…기아차 노조는 “파업”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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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아차 현장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찬성으로 가결됐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난 3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73.3%가 찬성해 가결됐다고 4일 밝혔다. 조합원 2만9261명 중 2만6222명의 참여해 투표율은 89.6%였다.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은 15.8%였다.

영업익 30% 성과급, 정년 65세 요구 #임협 결렬 뒤 쟁의 투표 73% 찬성 #실제 파업 강행은 노조도 부담

이로써 기아차 노조는 실제 파업 돌입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올해 임금 단체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 측과 9차례 교섭 후 결렬을 선언한 이후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기아차 노조는 파업 등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 중노위 결정은 5일쯤 내려질 예정이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업이익 30%의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로 5년 연장,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 3분기 회사 측이 1조원가량의 품질 비용을 실적에 반영해 영업 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과 관련해 “무책임한 경영”이라며 이사회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기아차는 생산에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카니발·쏘렌토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내수·수출에서 순항 중인 상황에서 큰 장애물을 맞닥뜨리게 되는 셈이다.

기아차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도 파업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은 현장 근로자가 가장 꺼리는 부분이다. 올해 임단협 조건 중 ‘잔업 보장’이 들어있는 것도 노조가 실질 임금 인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현대차 노사가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며 임협을 끝낸 점도 기아차 노조로선 부담스럽다.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 여파 등을 고려해 교섭을 시작한 지 40일 만에 합의했고, 노조는 곧바로 조합원 투표를 거쳐 올해 임협을 마무리 지었다.

이런 점에서 기아차 노조의 쟁의권 확보는 파업 수순이라기보다는 교착 상태에 빠진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품질비용 충당금 반영으로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는 점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임단협이 재개되면 노조는 이런 점을 앞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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