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합방에 애먹이는 동물원 고양잇과 동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2)

야생동물은 가축이나 반려동물로 분류되지 않은 모든 동물을 이르며 두 부류로 나눈다.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free-living wild animal)과 동물원이나 보전연구기관, 구조센터에서 보호받는 야생동물(zoo animal 또는 captive wild animal)이다. 자연상태의 야생동물(이하 야생동물)과 보호받고 있는 야생동물(이하 동물원 동물)은 관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야생동물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국가기관에서 집단으로 관리하나 동물원 동물은 소속기관에서 상황에 따라 개체관리를 한다.

동물원 동물의 관리는 크게 보면 사육관리·안전관리 ·수의 업무 등으로 이루어진다. 각 부분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간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육관리 부분은 전문지식을 갖춘 사육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동물원 업무의 근간이고 해야 할 일의 범위도 넓다. 개개 동물의 특성을 파악하고 일상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활동과 보행의 이상 유무, 사료의 섭취는 정상적인가? 대소변의 색깔과 양, 점도는? 너무 마르거나 비만 상태는 아닌가? 체중의 변화는 없는가? 외모의 변화와 번식행동 등을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동물원수의사가 실제상황을 대비해 마취총으로 목표물을 맞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에버랜드]

동물원수의사가 실제상황을 대비해 마취총으로 목표물을 맞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에버랜드]

먹이는 건강과 밀접한 관계로 빈틈이 없어야 한다. 특히 육식 동물은 육류와 생선을 날것으로 먹기 때문에 신선도 검사를 엄격히 할 수밖에 없고 보관도 위생이 우선이다. 동물원에서는 동물 영양 전문가가 동물 상태에 따라 급여방법과 급여량을 조절해 건강을 유지토록 한다. 동물 우리의 위생관리를 위해 매일 바닥을 세척하고 소독을 한다.

동물의 번식은 동물원에서 가장 경사 같은 일이다. 동물 우리의 수용과 관리 능력에 맞춰 번식 계획을 세운다. 번식에 적합한 짝을 선별하고 그 짝이 같은 방에 없다면 동거를 하도록 합방을 시켜준다. 암수라도 합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고양잇과 동물은 더욱 그렇다. 몇 개월의 노력에도 실패한 경우가 많고 영영 합방을 못 할 수도 있다. 때로는 합방 과정에서 투쟁으로 심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동물원에서는 합방할 때 마취총, 고압 호스, 전기충격기, 소화기 등을 준비해 유사시를 대비한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임신하면 어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분만실의 환경을 안락하게 만들어 준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새끼를 잡아먹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노력 없이 얻는 먹이는 자칫 동물에게 무료함을 주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먹이 급여 방법과 환경의 변화, 놀이기구, 새로운 물체, 냄새, 소리 등을 이용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한다. 전문용어로는 ‘행동풍부화’ 또는 ‘환경풍부화’라 한다.

동물원에서 안전관리는 동물의 안전과 관리 인원의 안전, 그리고 관람객의 안전을 포함한다. 동물과 관리 인원, 관람객의 동선이 분리되도록 하고 동물 관찰에 사각을 없앤다. 동물의 힘과 도약 능력 행동 특성을 고려한 동물 우리와 시설물을 갖추어 관리를 용이하게 한다. 잠금장치는 이중으로 하고 함정이나 펜스 등을 이용해 탈출을 봉쇄한다.

코끼리는 평상시 트레이닝을 통하여 안정된 상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수의사는 편안하게 귀에서 채혈하고 있다. [사진 에버랜드]

코끼리는 평상시 트레이닝을 통하여 안정된 상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수의사는 편안하게 귀에서 채혈하고 있다. [사진 에버랜드]

몇 년 전 사육사가 호랑이에 물려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시설의 문제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방심한 탓이 크다. 코끼리, 코뿔소 등 대형 동물이나 호랑이와 사자 등 육식 동물만이 가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동물은 나름대로 공격과 방어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순한 사슴도 짝짓기 기간의 수컷은 날카로운 뿔을 내세워 사나운 폭군으로 돌변한다. 그러나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킨다면 동물원은 모두에게 안전지대다.

수의 업무는 동물원 동물의 질병 예방과 진단 치료를 담당한다. 동물원에서는 질병을 예방하는 방역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둔다. 최근에는 더욱 그렇다. 근래에 발생한 인수 공통 전염병이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과 우려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물원 동물은 자연상태의 야생동물과는 방역 차원에서 격이 다르다.

외국에서 새로운 동물이 들어올 때는 몇 단계 검역과정을 거친다. 한국에서 제시한 검역 위생 조건에 따라 수출국에서 검역과 검사를 한다. 현지 검역을 끝내고 허가받은 동물은 한국에 도착해 검역법에 따라 재차 검역과 검사를 받는다. 절차에 따라 검역이 완료된 동물은 동물원에서 일정 기간 관찰을 추가한다. 최근에 수입되는 동물은 야생에서 포획한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서 태어난 것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들여오는 동물도 같은 방법으로 질병 관련 검사를 한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연간 방역프로그램에 따라 정기적으로 백신 접종과 구충 예방 투약을 하고 상황에 따라 보강한다. 차단 방역 시설과 격리 장소를 확충하고 소독을 강화한다. 동물원은 전염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에서 새로운 동물이 들어올 때는 몇 단계 검역과정을 거친다. [사진 에버랜드]

외국에서 새로운 동물이 들어올 때는 몇 단계 검역과정을 거친다. [사진 에버랜드]

동물을 치료하는 데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안전하게 보정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접근이 어려우면 투약과 처치를 위해 마취총을 사용해야 한다. 마취해도 개체에 영향은 없는지 판단해야 한다. 치료하는 동안 마취를 유지하거나 안전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처치해야 하는 상황이면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마취는 연속적으로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도 한다. 간단한 치료에도 동원되는 인원은 4~5명이 되고 시간도 반나절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동물원 동물에서 예방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동물원의 사회적 역할은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고 동물의 각 분야를 연구하며 이에 관련된 것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의사와 사육사는 물론 모든 종사자가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동물과 함께 만든 최적의 공간이 동물원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