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결제 환자 돈 따로 모아 부동산 매입…성형외과 의사 탈세

중앙일보

입력 2020.11.04 12:00

성형수술 환자를 유치하려는 병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연합뉴스.

성형수술 환자를 유치하려는 병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개인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씨는 결제 방식에 따라 환자를 차별했다. 이 병원 상담실장은 현금 결제 환자에게 더 싼 수술비를 제시했다. 환자가 현금으로 입금한 병원비는 별도 계좌에 모았다. 국세청에 수입금액을 신고하지 않는 비사업용 계좌다. 이 계좌로 모은 돈으로 고가 부동산을 사들였다. 의사가 개인적으로 골프장·유흥업소에서 쓴 돈도 병원 운영비로 쓴 것처럼 꾸몄다. 한경선 국세청 조사2과장은 "입소문을 타고 급격한 매출 성장세에 있는 개인 병원인데도 탈세 행위가 만연했다"며 "A씨에게는 종합소득세 탈루액은 물론 현금영수증 과태료로 수억원을 추징했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의사 A씨는 현금 결제 환자에 할인혜택을 제시해 별도 통장에 입금하도록 하고, 이 돈으로 고가 부동산을 사들였다. 현금으로 받은 수익은 누락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

성형외과 의사 A씨는 현금 결제 환자에 할인혜택을 제시해 별도 통장에 입금하도록 하고, 이 돈으로 고가 부동산을 사들였다. 현금으로 받은 수익은 누락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

자녀에 편법으로 증여하기 위해 유령회사(자본금 10억원짜리서류상회사)를 세운 한 사주일가는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사주 B씨는 그동안 본인 지배 제조업체 일감을 자녀의 도매업체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여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이 같은 거래에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규정이 생기면서 자녀 회사 산하에 유령회사를 세웠다. 아버지 회사가 유령회사에 일감을 주고, 이 유령회사가 다시 자녀 회사에 일감을 주는 형태로 거래했다. 윤창복 국세청 조사1과장은 "이들 사주일가는 현행 규정상 50% 이상 지배하는 자회사에서 받은 일감으로 번 이익은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규정을 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자 B씨는 자녀들이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형식으로 재산을 증여하기 위해 자녀 회사 산하에 유령회사(서류상회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했다. [국세청]

경영자 B씨는 자녀들이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형식으로 재산을 증여하기 위해 자녀 회사 산하에 유령회사(서류상회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했다. [국세청]

탈세 기업인·전문직 38명 세무조사 

국세청이 기업이나 법인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불공정 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인·전문직 38명을 세무조사한다고 4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 관련 세무조사 부담을 줄였지만, 이를 틈타 횡령, 일감 몰아주기 등 탈법 행위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적발한 사례 중에선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수요가 급증한 골프장 사업자도 있었다. 이용객으로부터 현금으로 요금(그린피)을 받고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실제 일하지도 않는 사람을 근로자로 등록해 인건비를 사업자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 회사 명의로 고급 골프빌리지(골프장 주변 숙박시설)를 사들인 뒤 사주일가가 독점 사용토록 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에 법인 대금을 빌려준 형식을 취해 자녀 유학비로 댄 기업인도 있었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전체 재산은 개인(6명)은 112억원, 법인(32곳)은 1886억원이었다. 주로는 주식 재산 비중이 컸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세금 증빙 자료를 조작하거나,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고의로 탈세한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 고발 등으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탈세 혐의자뿐만 아니라 사주 가족과 관련 기업까지 검증키로 했다.

최근 2년간 시중자금 잠김 심화 

국세청은 최근 2년간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고 잠기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거액 자산 보유 계층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음성적 거래 수단을 찾는 비중이 늘어서다. 5만원권 현금 회수율은 2018년 67.4%로 정점을 찍었다가 올해 8월 현재 29.6%로 떨어졌다. 반면 금 거래량은 2018년 4709㎏에서 올해 8월 1만7995㎏으로 급격히 늘었다. 탈세한 돈을 5만원권이나 금으로 바꿔 보관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5만원권 환수율과 금 거래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만원권 환수율과 금 거래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공직 경력이 있는 전문직 사업자의 탈세 혐의도 파악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코로나 확산 이후 수입이 급증한 골프장 사업자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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