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지지 돌풍, 트럼프 확진…이변 속출한 22개월 대장정

중앙일보

입력 2020.11.04 05:00

3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의 투표가 마무리되면서 미국 대선 레이스도 종착점을 맞았다. 22개월에 걸친 대선 과정은 예측하기 힘든 변수에 끊임없이 요동쳤다. 특히 대선의 해에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현직 대통령까지 희생자로 만들며 미국 전역에 확산, 막판까지 판세를 뒤흔들었다.

미국 대통령선거일(11월 3일)을 앞둔 29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는 경합주에서 선전하며 막판 역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EPA·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일(11월 3일)을 앞둔 29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는 경합주에서 선전하며 막판 역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EPA·AFP=연합뉴스]

46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대장정은 지난해 1월 민주당 후보들의 출마선언으로 시작됐다. 민주당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2월 엘리자베스 워런·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4월 바이든이 가세했다. 민주당에서만 20명이 넘는 후보가 나와 각축전을 벌였다.

초반 대부분 전문가는 중도성향인 바이든과 급진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에 엘리자베스 워런을 더한 3강 구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하위권의 대반란이 일어났다. 해리스 의원이 인종차별 의혹으로 바이든 후보 때리기에 나서더니 신예 피트 부티지지가 돌풍을 일으키며 3강 구도를 깼다.

신예들의 공세에 '노정객' 바이든은 힘없이 흔들렸다. 2월 아이오와주에서 치른 첫 예비경선에서 부티지지가 1위로 주목을 받은 반면 바이든은 4위에 머물렀고,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서는 5위까지 추락했다. 그 사이 샌더스 후보는 3차 예비경선에서 46.8% 득표율을 얻으며 한때 대세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중도성향 후보들의 단일화에 흩어진 표심이 결집했고, 흑인 지지층을 확보하며 뒷심을 발휘했다. 3월 사우스캐롤라이나 4차 예비경선에서 압승으로 판세를 뒤집더니 ‘슈퍼 화요일’ 경선 땐 14개 주 중 10개 주에서 승리하며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경선 돌입 전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민주당 경선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4차 경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으며 대권 주자로 선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경선 돌입 전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민주당 경선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4차 경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으며 대권 주자로 선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워런, 블룸버그, 샌더스 후보가 차례로 하차 선언을 한 뒤 바이든은 6월 초 대선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 수 2000명을 확보했고, 이어 8월 1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연초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현직 프리미엄에다 경제성과도 탄탄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등장하며 구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6월부터는 또 다른 악재도 연이어 터졌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하며 곳곳에서 폭동사태로 발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강경 대응 노선을 고집하며 성난 민심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주변인들의 잇따른 폭로서 출간에 곤욕도 치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10월 2일 대선을 코앞에 뒤고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72시간 만에 조기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10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와 마스크를 벗고 건강을 과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10월 2일 대선을 코앞에 뒤고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72시간 만에 조기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10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와 마스크를 벗고 건강을 과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흔들리는 사이 바이든 후보는 차곡차곡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급기야 7월 26일 선거를 100일 앞둔 시점의 전국 단위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게 두 자릿수로 밀리기 시작했다.

9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역전의 기회를 엿봤다. 이념대결 구도를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9월 27일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세상을 떠나자 곧바로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닛 배럿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하기도 했다. 같은 달 29일 열린 첫 TV토론에서도 현직 대통령으로선 유례없는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했던 '옥토버 서프라이즈' 대신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통령 자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병원에서 입원치료 후 사흘 만에 퇴원하고, 열흘 만에 다시 유세장에 나서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부실 방역 논란을 피해갈 순 없었다.

선거 막판에는 두 후보간 치열한 경합주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전국 지지율 격차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두 후보는 승패를 좌우할 북부 러스트벨트 3개 주(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남부 선벨트 3개 주(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공략에 집중했다. 이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역전극을 벌일 수 있을지, 바이든의 방어에 성공할지에 따라 이번 대선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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