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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부 IT 행사에 ‘여성 연사 0명’…이게 정상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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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하선영 산업기획팀 기자

하선영 산업기획팀 기자

오는 6~7일 열리는 2020년 과학기술 미래인재 토크 콘서트에는 남성 전문가 8명이 연사로 참석한다. 여성 연사는 없다. 5일 열리는 과학기술 미래인재 포럼은 연사 13명 중 여성은 토론에 패널로 참석하는 2명뿐이다.

민간행사엔 여성 연사 많은데 #젠더 감성 부족한 정부만 몰라

이 두 행사를 포함해 총 사흘간 열리는 미래인재 콘퍼런스 2020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이 공동 개최하는 온라인 행사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란 변화 속에서 미래 인재와 정책을 논의한다는데, 여기서 여성 목소리의 비중은 10%에 그친다.

정부가 정보통신·과학기술 분야 행사를 남성 연사들로 채우는 관행은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다. ‘젠더(Gender·사회문화적 성별)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변화를 정부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주최 측은 “해당 분야에서 저명하신 분들을 모신 결과일 뿐”이라며 “남녀 균형 문제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정보통신·과학기술 분야에 대체로 남성 전문가가 많은 건 사실이다. 공대에 여학생이 한둘뿐이던 시절의 산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 과학기술 인재들이 급증하고 있다. 여성 전문가 단체도 있다.

정부가 여성 전문가를 배제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IRD는 지난달 7일 개최한 ‘과학자-국민 소통 온라인 포럼’에도 남성 패널 5명만 초빙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로보틱스·AI·통계학 등 미래 기술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인데, 이 분야에 여성 전문가는 정말 단 한 명도 없는지 의문이다.

같은 달 27일 부산시가 개최한 ‘부산 스타트업 위크(BSW) 바운스 2000’에도 14명 연사가 모두 남성이었다. 그 많은 여성 창업자들은 왜 이 무대에 초청받지 못했을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얼)가 지난 6월 ‘10억원 이상 벤처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을 조사한 결과 총 736곳 중 여성이 대표인 곳은 57곳이었다. 이기대 스얼 이사는 “여성 창업가가 크게 늘어난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하는 것은 젠더 감수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며 “여성 연사를 의도적으로라도 넣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의 IT 행사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2~3일 개최한 ‘삼성 AI 포럼’은 첫날 연사 6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는 지난해 6월 콘퍼런스 연사 9명을 모두 남성으로 채워 비판받은 이후부턴 거의 모든 행사에 여성 전문가를 절반 가까이 초청한다. 정부만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하선영 산업기획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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