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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흉기 '악플' 공세…연예인 일반인 안가린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직장인 이모(37ㆍ여)씨는 외모를 평가하는 등 악성 댓글로 정신적 고통을 받아야 했다. 이씨는 3일 “남성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폭력적 수준의 악플을 달아 힘들었다”며 “악플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잊힐만하면 계속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를 지키기 위해 채널을 닫을까도 생각 중”이라며 “고소를 결심했지만 생각보다 절차가 너무 복잡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악플, 일반인도 공격한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악플, 일반인도 공격한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악성 댓글에 공인은 물론 일반인의 피해 호소가 늘면서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상의 인권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회원이 45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 이용자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일반인 향해서도 도 넘은 ‘악플’  

온라인 게임에서 성희롱성 악플을 받았다는 직장인 박모(26ㆍ여)씨는 “여성 유저인 게 티가 나면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이 많아서 매우 불쾌했다"며 "악플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증거 수집도 쉽지 않아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중성적인 아이디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채모(31)씨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비난성 악플 댓글에 시달렸다고 한다. 채씨는 “유튜브에 내가 단 댓글에 내 정신 건강까지 거론하며 비난하는 악플성 재 댓글이 달린 걸 보고 너무 괴로웠다"며 "고소도 생각해봤지만 유튜브 자체가 해외 기업이고 절차도 복잡해 그만뒀다”고 했다.

악플러 이미지.

악플러 이미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울 모 여대 재학생이 지난달 8일 에브리타임의 악성 댓글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을 앓던 이 학생은 여러 차례 심경을 비관하는 글을 올렸지만 “티 내지 말고 조용히 XX” 등의 악성 댓글이 이어졌다. 숨진 학생 유족은 지난달 23일 악플을 남긴 이용자들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일반인 대상 악플은 처벌 더 어려워   

공인은 물론 일반인의 악성 댓글 피해가 증가하는 건 인터넷 공간의 개방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인터넷이 새로운 공론장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악성 댓글이 일반인에게까지 퍼질 만큼 만연해졌다”며 “네이버가 연예 댓글을 폐지했다고 하지만 다양한 SNS 유통 경로가 있기 때문에 ‘풍선 효과’에 따라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공인보다 일반인은 악성 댓글 작성자를 처벌하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악성 댓글로 고소하는 사례가 많지만 작성자를 특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 압수 수색을 나가야 하는 등 수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품이 많이 드는데 비해 처벌은 크지 않아 사회적 공분을 사거나 유명인 건이 아니면 수사가 잘 안 된다”며 “그래서 고소인이 마음고생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악성 댓글은 피해자를 낳는다는 걸 네티즌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악플을 써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한시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악플로 인해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공감 능력을 향상해주는 제도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게시판 관리자가 피해를 줄 수 있는 자극적 글을 걸러낼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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