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왜 거기서 나와? 국립미술관 한 가운데 '네온 간판'

중앙일보

입력 2020.11.03 12:00

업데이트 2020.11.03 20:2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입점한 카페 테라로사. 전시동과 마당을 이어주던 공용 출입구가 카페 전용 출입구로 변모했다. 현재는 코로나19 방역때문에 이 문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입점한 카페 테라로사. 전시동과 마당을 이어주던 공용 출입구가 카페 전용 출입구로 변모했다. 현재는 코로나19 방역때문에 이 문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건물. 오른쪽에 카페 테라로사의 간판과 출입구가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건물. 오른쪽에 카페 테라로사의 간판과 출입구가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주변 문화재 공간을 존중해 몸을 최대한 낮춰 설계된 건물이다. 최근 이 건물의 중심부에 상업 카페 간판이 걸렸다.[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주변 문화재 공간을 존중해 몸을 최대한 낮춰 설계된 건물이다. 최근 이 건물의 중심부에 상업 카페 간판이 걸렸다.[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 경복궁이 양옆으로 자리한 서울 삼청로.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야트막한 건물에 유난히 빛을 밝힌 간판이 눈에 띈다. 'TERAROSA COFFEE(테라로사 커피)'. 국내 유명 카페 간판이다. 간판 아래엔 카페 전용 출입구도 보인다. 이것은 카페인가, 미술관인가. 처음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서울관 전면부 '테라로사 커피' 네온
공용 출입구도 카페 전용 출입구로
"공공미술관 특성 감안한 조율 필요"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국내 유명 카페 테라로사가 최근 입점해 영업을 시작했다. 2013년 서울관 개관 때부터 자리했던 다른 브랜드의 카페(그라노)가 있던 자리다. 그런데 현재 입점한 카페가 이전과 달리 경복궁을 마주하고 있는 미술관 전면에 카페 간판을 내걸어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미술관의 부속시설인 상업 카페 간판이 국가 대표 미술관 건물 전면부를 점령한 모양새라서다.

현재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카페 출입구를 쓰지 않고 미술관 출입구 하나만 이용해야 하는 상태지만, 미술관의 전시동 내부 공간과 마당을 이어주던 공용 출입구도 사실상 카페 전용 출입구로 변모한 상태다.

미술관 중심을 차지한 카페 간판

주변 경관을 고려해 설계된 건물에 상업 카페가 간판을 밖에 내걸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카페 건물로 오인될 소지가 생겼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주변 경관을 고려해 설계된 건물에 상업 카페가 간판을 밖에 내걸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카페 건물로 오인될 소지가 생겼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입점한 테라로사. [사진 이은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입점한 테라로사. [사진 이은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부의 테라로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부의 테라로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카페가 있는 자리는 본래 이런 모습이었다.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교수는 "이곳에 자리하는 부속 카페는 로비 한쪽에 자리하며 관람 전후에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창밖에 마당 풍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당을 면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이 통창이 가벽으로 가리워졌다. [사진작가 박영채]

카페가 있는 자리는 본래 이런 모습이었다.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교수는 "이곳에 자리하는 부속 카페는 로비 한쪽에 자리하며 관람 전후에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창밖에 마당 풍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당을 면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이 통창이 가벽으로 가리워졌다. [사진작가 박영채]

현재 테라로사가 입점한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물 중에서도 가장 야트막한 부분이다. 이른바 통경축(조망권 확보 공간)으로 불리는 곳이다. 주변 문화재 공간을 최대한 고려해 앞뒤로 경관의 흐름을 연결하기 위해 건물의 높이를 최대한 낮춰 설계됐다. 실제로 이곳의 마당 맞은편으로 경복궁이 있고, 뒤로는 종친부(宗親府·조선시대 왕실의 어보와 어진을 보관하고 의복을 관리하던 곳) 옛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건축가 민현준 홍익대 교수는 "중앙의 입구를 통해 진입하는 과천관과 다르게 서울관은 그 중심을 문화재에 양보하고 마당을 낸 곳"이라며 "설계 당시 뒤편의 종친부를 부각하기 위해 미술관 입구조차 그곳으로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이어 "현재 카페 자리는 미술관 마당과 전시 공간을 연결해주던 곳인데, 카페가 폐쇄된 벽을 설치해 그 연결이 차단됐다. 여기에 상업 간판이 밖에 내걸면서 결과적으로 미술관 입구가 카페 부속시설처럼 보이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2013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 자리에 있었던 '그라노'의 경우 내부 로비 공간에 작은 표지판이 있었을 뿐, 건물 외부에 간판을 내걸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라노가 떠난 후, 두 차례의 단독 입찰 끝에 테라로사가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과 5년 임대 계약을 맺고 들어왔다. 테라로사는 연간 약 1억원의 임대료를 낸다.

미술계 "과하다"  

현재 미술계의 인사들은 일단 테라로사의 간판이 "과하다"는 의견이다. 본래 채광이 특색이던 통창을 가벽으로 거의 다 가린 내부 인테리어도 미술관과의 조화를 깨뜨린다는 의견도 적잖다. 미술계의 한 원로 인사는 "새로 생긴 카페가 간판도 너무 눈에 띄고, 내부 디자인도 미술관의 전체 분위기를 너무 압도한다"면서 "이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미술관 특성을 고려해 전제 조화를 고려한 섬세한 조율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며 아쉬워했다.

독립큐레이터 변현주(더플로어플랜 대표)씨는 "해외의 경우 미술관 등에 입점한 상업 공간이 독립적인 공간처럼 전면에 부각된 경우는 보지 못했다"면서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미술관 전면에 마치 미술관을 대표하는 것처럼 상업 시설 간판이 걸린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변씨는 "건물이 미술관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정도로 카페 공간이 강조된 게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는 의견이다.

"문화경관 지배해선 안돼"  

윤지희라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역시 "대부분의 미술관 관람객들은 내부에 카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카페의 간판 등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서 미술관의 문화 경관을 지배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은 공공 공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장용순 홍익대 건축학교 교수는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카즈오 세지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리켜 주변 지역과 잘 어울리도록 겸손하게 설계된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극찬했다. 주변 문화재와 지역을 존중하면서 최대한 자신을 낮춘 건물 정면을 이렇게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부끄러운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것은 균형의 문제"  

임대 수익을 고려한 미술관 측과 어떻게든 매출을 올려야 하는 카페 측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큐레이터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장)씨는 "국가를 대표하는 미술관에 입점한 커피숍이라면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입점한 기관 즉 국립현대미술관의 격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면서 "미술관도 그런 점을 설득하고 최선의 방안을 함께 찾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장언 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2팀장도 영국의 테이트, 프랑스의 루브르 등 유럽 각국의 대표 미술관에도 카페가 있지만, 외부에 프랜차이즈 간판을 내건 곳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업 공간이 미술관 자체의 네임밸류를 넘어서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것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감수성의 문제"라며 "한 사회가 문화의 격을 어떻게 설정하고 균형을 함께 맞추느냐를 드러내 보이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술관의 공간이 다양한 행사(이벤트)가 일어나는 곳"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공간과 달리 미술관 내외부 공간에선 작품 설치든 공연이든 다양한 행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그래서 가급적 간판은 줄이고 공간은 비워두고 쓰는 게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 강희경 사무국장은 "테라로사의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는 미술관 내부에서도 논의를 거쳐 합의한 것"이라며 "그나마 해외 프랜차이즈 카페 대신 국내 대표 카페가 들어온 게 다행 아닌가. 관람객들은 새로 들어선 카페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는 "미술관 카페 간판이 과하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오히려 과한 것"이라며 "카페 있는 자리가 남서향이라 점심때부터 해질 때까지 직사광선이 심하다. 가벽으로 빛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설계자인 민 교수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물은 주변 문화재청 문체부 등 많은 관계자의 합의에 의해 만든 시설"이라며 "건축 당시 공유된 장소의 정체성과 관련 내용을 체계화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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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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