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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아미노산이 듬뿍?…발효식품 아니면 믿지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0.11.03 08: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9)

일전 신문에 “필수 아미노산 최고급 단백질 식품, 3위 감자, 2위 계란, 1위는 우유 카세인”이라는 기사가 났다. 필수 아미노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했다. 자주 있는 일이다. 이처럼 세간에는 아미노산과 단백질에 관해 관심이 높다. 단백질이 마치 3대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한 성분인 것처럼 추켜세우고 반대로 탄수화물은 중독성 있는 마약처럼, 지방은 비만과 성인병의 원흉처럼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마저 있다. 틀린 말이다. 왜 그런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못살던 시절 ‘단백질=값비싼(육식 등)’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잠재해 있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당연히 단백질이 중요한 영양성분인 것은 맞다. 하지만 3대 영양소에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단백질의 칭송에 도가 지나칠 때가 적지 않다. “항체와 효소의 주체가 단백질이니 단백질을 많이 먹어줘야 한다”. 심지어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이 노화를 막고 피부건강에 좋으니 지속해서 섭취하라”는 것 등. 이는 사실이 아니며 혹세무민에 가깝다. 특히 아미노산에 대해서는 필수라는 단어를 내세워 신비할 정도로 상찬하는 풍조도 있다.

단백질은 마치 3대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한 성분인 것처럼 추켜세우고 반대로 탄수화물은 중독성 있는 마약처럼, 지방은 비만과 성인병의 원흉처럼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사진 pxfuel]

단백질은 마치 3대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한 성분인 것처럼 추켜세우고 반대로 탄수화물은 중독성 있는 마약처럼, 지방은 비만과 성인병의 원흉처럼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사진 pxfuel]

우선 아미노산에 대해서다. 일부에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마치 신비한 물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효능을 과대포장 하는 부류가 있다. 예로 ‘근육의 원료물질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활력을 돕는다’, ‘인체가 수행하는 수만 가지 신진대사를 활성화한다’, ‘인체 조직의 재생과 회복을 돕는다. 아미노산이 충분하지 못하면 상처와 염증이 쉽게 낫지 않는다’는 등 실로 그 과장은 침소봉대의 전형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미노산을 먹을 기회는 간장과 된장 속, MSG 정도인데도 어떤 아미노산이 그런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하기야 단백질을 먹는 것이 결국은 아미노산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우선 아미노산의 정의부터. 아미노산이란 예외는 있지만, 분자구조 중에 아미노기(-NH2)와 카복실기(-COOH)를 동시에 가진 유기화합물을 총칭한다. 자연계에는 수백 종류의 아미노산이 있고 각기 나름의 생리 기능을 가진다. 보통 200여 종류가 알려져 있으나 이 중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단 20종류뿐이다. 이 중 12종류는 포도당 등으로부터 합성되기 때문에 비필수라 하고 8종은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라 ‘필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린이에게는 하나가 더 추가되어 9종류를 필수 아미노산으로 친다. 한편 단백질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존재하면서 미량으로 여러 생리 기능을 담당하는 아미노산에는 가바(GABA), 타우린, 시트룰린(citrulline), 오르니틴(ornithine), 베타 알라닌(β-alanine) 등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대부분 우리 몸속에서 합성되는 것들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보통 자연계에 단독(free, 유리 형태)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아미노산끼리 펩타이드(peptide)결합이라는 비교적 단단한 고리 모양으로 수백 개가 연결돼 있으며 이를 단백질이라 부른다. 이 결합을 산이나 효소로 강제로 자르지 않고서는 아미노산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이들 20종의 아미노산이 각기 고유의 연결(배열)순서와 조성(구성 비율)비를 가지며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구성한다. 우리 몸의 대부분이 단백질이며, 효소, 근육, 콜라겐, 항체, 머리카락, 발톱 손톱 등 그 종류는 수만 종에 이른다. 너무 많아 종류와 기능을 다 알지 못할 정도로 그 수는 많다.

가장 질 좋은 것은 우유 단백질과 계란 단백질을 친다. 우유와 계란에는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과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서다. [사진 pixnio]

가장 질 좋은 것은 우유 단백질과 계란 단백질을 친다. 우유와 계란에는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과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서다. [사진 pixnio]

그러면 우리가 먹는 단백질은 어떤 종류를 좋다고 할까. 당연히 우리 몸에서 단백질을 합성할 때 필요한 8가지 필수아미노산을 두루 갖춘 단백질이다. 단백질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을 나타내는 수치를 단백가(蛋白價)라 하고 이를 단백질의 질을 비교하는 지표로 쓴다. 식물 단백질보다 동물단백질이 좋다는 것은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단백가가 높기 때문이다. 가장 질 좋은 것은 우유 단백질과 계란 단백질을 친다. 우유와 계란을 완전식품이라 하지 않던가. 이들은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과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서다.

시중에는 체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해당하는 단백질을 먹으라는 권유가 자주 눈에 띈다. 거짓이다. 단백질을 먹는다고 그대로 흡수되어 항체가 되고 효소가 되며 근육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에는 노화와 피부미용에 콜라겐을 먹으라고 사기성 선전을 하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1도 없는 주장이다. 우리 몸속에서 필요한 단백질은 필요에 따라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지고 분해된다. 이게 인체생리 현상의 기본이다.

단백질 합성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성장기에는 질 좋은 단백질이 필수적이다. 필수 아미노산의 공급을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이 8종류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체내의 단백질합성은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한 종류라도 필요 최소량이 부족하면 단백질 합성은 거기서 멈춘다. 이런 부족현상을 전문용어로 ‘아미노산 임밸런스(imbalance)’라 한다. 그러나 이런 임밸런스는 음식끼리 서로 보완이 된다. 즉 쌀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이 콩으로 보충이 된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는 이유다. 지금 우리같이 풍요의 시대에 사는 사람은 이런 필수 아미노산의 부족현상이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음식으로 먹은 단백질은 그 종류를 불문하고 단백질분해 효소(protease)에 의해 아미노산의 형태로 소화돼야 흡수된다. 단백질분해 효소는 위장과 췌장에서 분비된다. 소장에서 흡수된 아미노산은 혈액을 타고 필요한 곳에 운반되어 용도에 맞게 쓰인다. 단백질은 종류에 따라 소화율이 다르며 조리방법에 따라 차이가 난다.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백질도 있는데 이를 지표로 나타낸 것이 ‘생물가(生物價)’라는 용어다. 비슷한 것에 DIAAS(Digestible Indispensable Amino Acid Score)라는 것도 있다. 체내 소화·흡수되는 아미노산의 양을 나타내는 수치다.

그럼 단백질이 소화되어 흡수된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어떻게 쓰일까. 일단 간으로 이동한 다음 각 조직과 기관에 필요한 양만큼 공급되어 먼저 단백질 합성의 재료로 사용된다. 우리 몸의 단백질은 각기 수명이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교체된다. 단백질마다 교체 시기는 다른데 이를 전문용어로 턴오버 타임(turnover time. 단백질이 합성됐다가 분해될 때까지의 시간)이라 한다. 성장기의 어린이는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많은 양의 필수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성장이 끝난 성인은 체중 1kg당 1g 정도만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단백질의 소화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미리 산이나 효소로 가수분해하여 만든 아미노산 수액을 혈관에 넣어주기도 한다.

어떤 종류의 아미노산은 신경전달물질로 또는 다른 기능성 물질을 만드는 전구체로도 사용된다. 또 혈액 속의 당(혈당)이 부족할 시에는 포도당으로도 전환된다. 그러고도 남으면 에너지원으로 대사되어 열량을 낸다. 이때는 아미노산의 중요한 부분인 아미노기(-NH2)가 필요 없어 이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미노기(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간의 요소회로에서 무독한 요소로 바꾸어 오줌으로 배설한다. 오줌 속 요소는 전적으로 아미노산의 에너지대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때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값비싼 아미노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 가성비가 낮은 비효율적인 반응에 속한다. 오줌에 요소가 많이 나오면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는 증거다.

그래도 남아도는 아미노산은 지방의 형태로 전환되어 비상시의 에너지원으로 저장된다. 이때도 아미노기는 배설된다. 요즘같이 에너지(영양)공급이 지나친 시절에는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비만으로 연결되어 성인병의 요인이 되는 불필요한 과정이다.

단백질 합성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성장기에는 질 좋은 단백질이 필수적이다. 필수 아미노산의 공급을 위해서다. 한 종류라도 필요 최소량이 부족하면 단백질 합성은 거기서 멈춘다. [사진 pixabay]

단백질 합성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성장기에는 질 좋은 단백질이 필수적이다. 필수 아미노산의 공급을 위해서다. 한 종류라도 필요 최소량이 부족하면 단백질 합성은 거기서 멈춘다. [사진 pixabay]

단백질로부터 아미노산을 인위적으로 유리시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발효라는 과정이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 콩 단백질을 메주 속 미생물 효소로 가수분해해 아미노산을 용출시키는 작업이 그 대표적 예다. 단백질에서 아미노산을 녹여내 감칠맛 나는 조미액으로 만들어 먹는 게 간장이고 된장이고 청국장이다. 또 숙성이라는 게 있다. 동물이나 어류를 적당한 온도에 저장하면 스스로 자가분해(소화)가 일어나 단백질이 잘리고 아미노산이 녹아 나와 연해지고 감칠맛을 낸다.

단백질은 맛이 없지만, 아미노산은 독특한 맛을 띈다. 20종류 중 가장 맛좋게 느끼는 것이 글루탐산이다. 몸에 나쁘다고 매도당해 온 화학조미료 MSG와 똑같은 거다. 다시마, 간장, 된장, 토마토, 멸치다시 등의 맛좋은 성분의 주체가 바로 MSG이라면 놀랄까. 발효액에 녹아 나온 다른 아미노산의 대부분은 맛이 없거나 오히려 고약한 맛을 내기도 한다. 시중에 나오는 MSG는 설탕을 먹이로 하여 미생물로 만든 그야말로 순수한 발효 조미료이다.

어떤 식품에 아미노산이 많아 좋다는 말은 틀렸다. 발효식품을 빼고는 천연식품에 유리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은 없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구성성분으로만 천연에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이 소화되지 않으면 전혀 흡수되지도 않고 그냥 대변으로 직행한다. 우리는 좀처럼 단백질의 부족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포식의 시대에 사니까 말이다. 꼭 찾아서 먹을 필요도 없다. 쌀에도 6%나 들어있고 콩이나 두부는 단백질의 보고다. 모든 식재료에도 양적 차이는 있지만 다 들어 있다. 앞으로는 단백질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엉터리 말에는 귀를 닫자. 쇼닥터들이 쏟아내는 이설(요설?)을 믿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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