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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野 "뉴딜예산 보니 文 충성예산"···21조 중 15조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2일 인천 연수구 송도 G타워에서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를 통해 "17개 뉴딜사업에서만 2조 50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추진 뉴딜사업은 총 500여개에 달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2일 인천 연수구 송도 G타워에서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를 통해 "17개 뉴딜사업에서만 2조 50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추진 뉴딜사업은 총 500여개에 달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56조 ‘슈퍼 예산’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여야는 ‘지키느냐 깎느냐’를 놓고 예산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21조 3000억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디지털 그린 뉴딜)’에 대해 야당은 “15조원을 삭감하겠다”(추경호 국회 예결위 간사)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2021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

중앙일보가 입수한 455쪽 분량의 ‘국민의힘 2021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에는 뉴딜 사업에 대한 야당의 반대 논리가 상세히 명시돼있다. 보고서가 꼽은 100대 문제사업 중 17개가 뉴딜 사업(5조 813억원 규모)이다. 국민의힘은 보고서에서 “문재인 청와대를 위한 전시성 부실 예산 약 2조5000억원을 당장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관계자는 “총 600여개의 뉴딜 사업 중 17개 만 따로 보고서에 추린 것으로, 나머지 뉴딜 사업을 합치면 총 삭감 요구액은 15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야당이 꼽은 ’부실 뉴딜“ 17개 사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야당이 꼽은 ’부실 뉴딜“ 17개 사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고서에 나온 ‘문제 뉴딜 사업’ 중 중소벤처기업부의 ‘ICT융합스마트 공장 등 6개 사업’의 규모가 가장 컸다. 총 1조 9199억원으로, 로봇을 활용한 제조혁신 지원 사업과 중소기업 기술 개발(R&D)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보고서에서 “올해 3차 추경으로 추진된 일부 신규사업 가운데 집행 금액이 0원인 사업이 있을 정도로 집행률이 저조하다”며 “쓰지도 못할 예산을 뉴딜 명목으로 과다 편성했다. 5623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6610억원 규모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해선 “태양광의 수익성 저하와 농지ㆍ환경 훼손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농가 대출이 이미 과도한데, 금융 지원을 늘리면 국민 전체가 부실을 떠안을 수 있다”며 총 4472억원 삭감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가 신규 편성한 ‘6000억원 뉴딜펀드’에 대해선 “금융위가 최근 3년간 조성한 8조 펀드의 투자 실적이 2조 5000억원에 불과한데, 6000억원을 또 투입하겠다는 건데, 세금으로 투자 운용사의 여유 자금만 키우는 꼴”이라고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발간한 '2021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 45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국민의힘은 ″17개 뉴딜 사업 예산 5조원 중 2조 500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당 관계자는 ″이 보고서에는 약 500여개의 뉴딜 사업 중 17개 사업만 추려서 지적했고, 실제 21조 3000억원 규모의 뉴딜사업으로 넓히면 중 15조 가량을 삭감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정책위 제공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발간한 '2021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 45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국민의힘은 ″17개 뉴딜 사업 예산 5조원 중 2조 500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당 관계자는 ″이 보고서에는 약 500여개의 뉴딜 사업 중 17개 사업만 추려서 지적했고, 실제 21조 3000억원 규모의 뉴딜사업으로 넓히면 중 15조 가량을 삭감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정책위 제공

이외에도 국토교통부의 ‘첨단도로 교통체계 사업’(5785억원)에 대해 “국제표준도 안 정해졌는데, 무리하게 예산부터 짰다”며 3050억원 삭감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2276억원)은 “온실가스의 99%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 예산은 삭감해놓고 보여주기식으로 잡은 예산”이라며 1138억원 삭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꼽은 17개 뉴딜 사업(5조813억원) 중 야당이 삭감을 요구한 예산만 2조 4595억원에 달한다. 국회 예결위원인 황보승희 의원은 “관계 부처가 뉴딜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식으로 예산을 짜느라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디지털 뉴딜은 비효율적이고, 그린 뉴딜은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성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오종택 기자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오종택 기자

반면 민주당은 ‘뉴딜 사수’를 내걸었다. 내년 보궐 선거를 앞두고 예산 싸움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지 정부 역점 사업이라는 이유로 야당이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예산안 공청회를 연 국회는 4~5일 종합정책질의, 9~12일 부별 심사에 이어 16일 예산조정소위에서 사업별 감액과 증액을 심사한다.

손국희ㆍ김홍범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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