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 조카 "트럼프 당선? 그럼 해외로 도망가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0.11.03 05:00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메리 트럼프. [영상 캠처]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메리 트럼프. [영상 캠처]

'민주당 지지자 82%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면 미국을 독재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 90%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미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 버지니아대 '암흑시대의 민주주의' 조사)

트럼프 대통령 조카 메리 트럼프 인터뷰
"민주주의 후퇴…재선될까 잠 못 이뤄"
"트럼프, '터프가이'되고 싶다는 생각만 있어"
"인종차별 등에 허락 신호, 미국 위험 빠뜨려"

대선을 앞둔 미국은 쩍 갈라져 있다. 내 편이 지면 나라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트럼프 대통령 조카 메리 트럼프(55) 박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옆이 아닌 반대편에 서 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기면 미국이 독재국가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어떨 것 같냐고 묻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내놓은 답이다.

그는 트럼프의 친형인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의 딸이다.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 증상을 보이다 42세이던 1981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메리는 아버지의 추락, 그리고 비극적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할아버지와 트럼프 대통령 등 가족의 방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가업을 이어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형을 반면교사 삼아 이기심과 고집, 잔인함을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오늘날의 모습이 됐다고 말한다. 얼마 전 이런 범상치 않은 가족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성장 과정을 담은 책『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을 펴내기도 했다.

18세에 민주당원이 된 그는 흔히 '평생 민주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부류다. 인터뷰는 지난달 20일 보스턴 근처 해안가 케이프코드 집에 있는 그와 화상으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2016년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난 뒤로 예측이란 걸 안 하려고 한다. 4년 전과 달리 그의 실력이 드러나 불리해졌지만, 현직 대통령의 이점을 누릴 수 있으니 유리해진 면도 있다. 바이든 상황이 좋아 보이지만, 우리는 20%포인트쯤 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트럼프가 지지율 격차를 좁히며 바이든을 바짝 따라붙고 있다. 만약 그가 당선되면, 어떨 것 같은가.
해외로 도망가야 하나. 흠 (…)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할 것 같다. 이 나라가 모든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주의를 복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은 달라질까, 서방 동맹은 난파선 수준으로 약화할까, 미국이 독재국가가 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내내 40% 정도 지지율을 유지했다. 골수 지지층을 어떻게 분석하나.
따지지 않고 무조건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이 한 부류일 것이다. 인구 22~28%로 추정되는 권위주의 성향 사람들이 다른 부류일 것이다. 이들은 '스트롱맨'을 따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대개 나약한 사람들인데, 도널드의 나약함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도널드는 극도로 약한 사람이다. 지지자들은 그가 백악관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데 열광한다. 거짓말과 부정행위를 통해 거기까지 갔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종종 문제가 되는데.
골수 지지자는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 여성혐오, 타인에 대한 증오를 허락하는 신호에 열광한다. 이런 성향 사람을 억누르고 권력 수단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없게끔 하는 게 자유민주주의 목적 중 하나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줬고, 제도를 약화시켰다. 많은 사람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했다.
인종차별은 이번 대선에서 이슈로 떠올랐는데. 
인종 문제에 관한 위험한 발언들, 인종차별주의적 시각은 흑인들을 매일 위험에 빠뜨린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러 중국인, 나아가 아시아인 전체를 위험하게 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미국인들은 너무 게을러 일본인과 한국인, 중국인, 베트남인을 구별하지 못한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남성의 '마이너리티 감성'을 잘 이해해준다. 백인이 다수 인종인 미국에서 백인 남성이 소수자로 전락했다고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공화당은 저소득층도 이용할 수 있는 건강보험, 수준 높은 공교육 등 이 계층을 위한 정책을 모두 위기로 몰아넣었다. 피부색 외에는 자랑스러워할 게 없는 일정한 백인 계층이 탄생했다. 이들은 흑인과 아시아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을 희생양으로 생각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이런 감성을 도널드가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방송인 출신이어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나 TV 등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잘 포장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그는 어떤 자리에서도 똑같다. 가족과 있을 때나 유세 청중 앞에서나 말과 행동이 같다. 개인적 페르소나와 대중적 페르소나가 구분되지 않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코로나19에 걸린 직후 주춤하다가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줄여 접전인 곳이 많다.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고개를 저으며) 트럼프가 코로나19에 약하게 걸린 뒤 빠르게 회복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했다. 자신을 초인적인 존재로 그리면서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강하면 이겨낸다' 같은 거짓말을 하고 다닐 테니까. 코로나19로 숨진 미국인 22만여 명의 가족에게 야비한 짓이다.
트럼프 쪽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약하다'고 공격하는데.
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를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춘 안전한 선택이었다. 바이든은 나이 지긋한 백인 남성이다. 미국은 여성혐오, 인종차별이 있는 곳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2016년 대승을 거뒀을 것이다. 트럼프를 이겨야 하는 이번 대선에서 여성이나 유색 인종 후보를 내기 어려웠다. 격동의 시대에 사람들은 안전과 정상을 추구한다.
인종차별, 여성혐오를 얘기하면 트럼프 쪽에서는 민주당이 미국을 모욕한다고 비판하는데.
트럼프의 선거 부정행위(cheating)를 막는 방법은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하는 방법밖에 없다. 흑인이나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은 5시간, 10시간, 12시간씩 기다려 투표한다는 기사가 나온다. 투표소 수나 투표 기계가 적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투표소에서 2분 이상 기다려본 적이 없다. 이게 인종 차별이다. '투표 억압' 행위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같은 '폭력배'와 '독재자'와 어울린다고 비판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나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힘을 추구하고 스트롱맨을 열망한다. 그래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에르도안 터키 총리,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김 위원장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한다. 그는 내 할아버지처럼 타협과 협상, 협력은 자신을 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타협 대신 100% 자신의 길을 추구하고자 하기 때문에 서구 동맹 일원이 되는 데 관심이 없고 지구 상 최악의 사람들을 모방하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반도 정책을 지속할까.
트럼프만 놓고 보면 그는 '터프 가이'가 되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도 그가 나를 좋아한다, 그가 나를 칭찬한다, 우리는 사람에 빠졌다 정도일 것이다.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란 없는 사람이다. 한국은 그와 무관하다. 한국이 미국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동맹의 중요성이나 미군이 그곳에 주둔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재선하면 더욱 노골적으로 김정은 같은 사람과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선까지 되면 누가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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