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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臟器)부터 우주선까지 고친다…현실로 들어온 미래기술 혼합현실(Mixed Reality)

중앙일보

입력

미국 항공우주기업인 록히드마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달 착륙 프로젝트를 수행할 우주선을 제작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MR) 글래스인 ‘홀로렌즈2’를 활용했다. 엔지니어는 눈앞의 현실 장비 위에 덧씌워진 가이드라인과 각종 파일, 영상 등을 보면서 작업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일일이 서류와 대조해 5만개가 넘는 부품의 고정 위치를 찾아야 했던 작업량이 획기적으로 줄면서 8시간 걸리던 작업 시간이 45분으로 단축됐다. 노동 비용 역시 개당 약 38달러(4만3000원)를 절감하는 효과를 낳았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선을 제작하면서 MS의 홀로렌즈2를 활용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록히드마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선을 제작하면서 MS의 홀로렌즈2를 활용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손가락과 눈동자로 화면 조작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넘어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일 “혼합현실을 3차원 홀로그램으로 구현하고 이를 사용자의 동작이나 음성으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홀로렌즈2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VR 기기가 현실을 차단한 완전한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AR기기는 현실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형태였다. MR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오가는 단계를 의미한다. 홀로렌즈2를 사용하면 손가락이나 눈동자로 화면을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가락을 통해 화면 속의 3차원 물체를 만지거나 돌려보는 등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2일 국내에 출시된 홀로렌즈2.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2일 국내에 출시된 홀로렌즈2.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500만원 이상 고가로 기업용에 적합 

기존의 홀로렌즈가 게임 등을 위한 기업-개인간 거래(B2C)에 중점을 뒀다면 홀로렌즈2는 기업용 디바이스에 초점을 맞췄다. 가격 역시 500만원 이상의 고가다. 인공지능(AI)이 내장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를 통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작업 내용을 팀원들과 공유할 수 있다. 덕분에 원거리 협업이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유용하다. 이건복 마이크로소프트 아태지역 사물인터넷ㆍ혼합현실 솔루션 테크니컬 팀장은 “원격 지원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협업할 수 있고, 교육ㆍ과제 지침을 3D 홀로그램으로 제공함으로써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하게 돕는다”며 “디지털 정보를 물리적 현실 위에 구현해 실제 모델 구축 전 제품 설계나 배치를 시뮬레이션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의 MR 기술을 활용한 영상유도하 치료 장면.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필립스의 MR 기술을 활용한 영상유도하 치료 장면.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국내선 충북테크노파크, 버넥트 등이 적용  

 실제로 소프트웨어 회사인 벤틀리 시스템즈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홀로렌즈2를 활용했다. 건축 설계와 같은 모양의 4D 모델을 시각화하는 애플리케이션인 ‘싱크로XR’을 개발해 시공 진행 상황과 현장 위험, 안전 요구 사항을 관리하고 있다. 필립스는 홀로렌즈2를 최근 의료현장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수술의 경우 환자에게 마취한 뒤 개복 수술을 통해 치료하지만, 홀로렌즈를 이용한 치료는 국소 부위만을 절개한 뒤 장치를 삽입해 심장ㆍ혈관ㆍ뇌ㆍ간을 포함한 주요 기관을 시술하는 방식이다. 석유업체 쉐브론은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이 눈에 보이는 화면을 재택근무 중인 전문가와 공유하면, 해당 전문가가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에게 단계별 지시 사항을 전달해 문제를 해결한다. 국내에선 충북테크노파크가 가스안전 설비 제어와 시뮬레이션을 위해 홀로렌즈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산업용 AR 솔루션 기업 버넥트는 홀로렌즈2를 기반으로 차량 수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미국 메르세데스 벤츠 직원이 홀로렌즈2를 이용해 원격으로 전문가의 지침을 받아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메르세데스 벤츠 직원이 홀로렌즈2를 이용해 원격으로 전문가의 지침을 받아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PwC(2019)에 따르면 10년 내 가상ㆍ증강현실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18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날아가서 고치면 됐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동이 제한되고 대면 접촉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홀로렌즈2를 통해 원활한 업무와 교육을 지원하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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