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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전국 시도 통합 논의, 대한민국 행정지도 바뀔까

중앙일보

입력

지방 광역자치단체들이 수도권에 맞서는 생존전략으로 ‘통합’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경제·사회·문화가 집적화되는 수도권과 달리 소멸위기를 걱정하는 처지의 지방자치단체들끼리 살아남으려면 몸집부터 불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배경이다.

광주광역시·전남도 2일 ‘행정통합 합의문’ 발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명시…공론화 예정 #대구·경북은 공론화위원회 출범해 3차례 회의 #부산·울산·경남은 실현가능성 높은 ‘연합 형태’

광주광역시와 전남도는 2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을 내놓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란 목표를 공식화했다. 대구·경북은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구성까지 마친 상태고, 부산·울산·경남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연합 형태의 ‘동남권 메가시티’ 구성을 논의 중이다.

이용섭-김영록, 광주·전남 통합 시동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일 오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일 오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이날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발표한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에는 ▶민간 중심 추진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행정통합 용역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 ▶현재의 시청·도청 기능 유지 ▶주요 현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 통합 추진 등 6개 조항이 담겼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정치·경제·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행정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광주와 전남은 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가까운 지역이지만, 최근 군 공항과 민간공항 이전,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 시기, 혁신도시 SRF(생활폐기물 에너지 연료화 시설) 재가동 등 주요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그런데도 행정통합을 선택한 이유는 얻을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합 성공하면 수도권과도 경쟁 체급

지난 9월 21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지난 9월 21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광주·전남에 앞서 행정통합에 적극적인 광역자치단체는 대구와 경북이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이 뭉치면 인구 510만명에 지역내총생산(GRDP) 165조원에 달하는 경제권이 이뤄지는데 이는 경기(1324만명, 473조원)와 서울(973만명, 422조원)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했다.

광주와 전남도 행정통합에 성공하면 인구 328만, 지역내총생산(GRDP) 115조2300억원의 대형 지자체가 된다. 양측 시·도지사가 합의문에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명시한 이유도 통합시 불어날 몸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또 인구 소멸에 대한 우려를 행정통합으로 풀어내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광양·여수·순천·목포를 제외한 18개 시군이 인구소멸 위험 지역이고 곡성·고흥·보성·함평 등 4곳은 고위험지역이다. 행정통합에 적극적인 경북은 지역 내 인구소멸 위험지역 비중이 82.6%로 전국 2위이고 이번에 행정통합에 뛰어든 전남이 81.8%로 전국 3위다.

행정통합? 연합체? 단계별 통합?…가는 길 제각각

지난 8월 5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제1회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에 참석한 영남권 5개 지역 시장과 도 지사가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권영진 대구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는 수도권에 대응하는 '영남권 통합 그랜드 메가시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5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제1회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에 참석한 영남권 5개 지역 시장과 도 지사가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권영진 대구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는 수도권에 대응하는 '영남권 통합 그랜드 메가시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통합을 약속한 광역지자체는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등이지만, 해법은 각자 다르다. 대구·경북은 지자체의 경계를 허무는 행정통합 방안을 선택해 2022년 7월 ‘대구·경북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는 게 목표다. 2개 광역시·도가 한곳으로 통합되고 산하 지자체도 특별자치도 아래 배속되는 방식이다.

대구와 경북은 현재까지 가장 구체적인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대구와 경북은 지난 9월 21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데 이어 약 한달 동안 공론화위원회 회의가 3차례 열렸다.

부산·울산·경남은 행정구역 통합은 지역과 주민의 이해관계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해 인구 800만명 연합 형태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만들 계획이다. 연합 형태의 통합은 기존 자치단체는 그대로 두고 특정사무만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특별자치단체’를 둘 수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연합 형태가 행정통합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장점도 있다.

광주·전남은 대구·경북과 유사한 연방제 수준의 행정통합을 선택했지만, 단계적 접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일 합의문 발표와 함께 “단계적 접근이 (행정통합)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양 시·도가 함께할 수 있는 초광역권 사업을 발굴해서 추진하고 경제협력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경제협력공동체를 꾸려서 최종 목표인 행정통합까지 이르는 단계적 접근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산·대구·광주광역시=황선윤·김윤호·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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