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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선 불복하면 아베가 설득한다고?…아베 복귀국면서 나온 ‘과장 발언’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치권에서 외교적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일부 자민당 의원들은 “미 대선에 불복 사태가 발생하면 아베 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적임자”라는 주장까지 펼치면서 그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1일 부인 아키에 씨와 함께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시에 있는 선친 묘소를 참배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1일 부인 아키에 씨와 함께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시에 있는 선친 묘소를 참배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1일) 퇴임 후 처음 선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의 묘소가 있는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시를 방문해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컨디션이 좋아졌다”며 “앞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지원하면서 지역 진흥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정치 행보 재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의 전면 복귀를 원하는 자민당 내 일부 인사의 최근 발언이다. 아베 전 총리의 외교력이 현시점에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과장된 얘기로 당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전 총리와 최근 대화를 나눴던 자민당 의원들이 ‘미 대선 개표 결과에 혼선이 빚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베 전 총리뿐’이라는 화제로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 관계자는 “스가 총리가 취임 후 각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종종 조언을 구했다”고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단 이 같은 분위기 조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속했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로 복귀해 중책을 맡을지에 대해선 “이미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면서 “당분간 1명의 의원으로서의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 스스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염두에 두고 최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25일 아베 전 총리가 보수계 의원 그룹 ‘창생일본’(創生日本) 위로회에 측근들과 참석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극우성향 단체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에 자리를 함께해 최고고문 취임을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 집권 후 정권의 보수색이 옅어지는 상황에서 이들 세력이 아베 전 총리를 내세워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전 총리가 개헌을 촉구하고 있는 점 역시 향후 행보를 놓고 볼 때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헌법 논의야말로 국회의원이 자신의 식견을 보여줄 기회”라며 “(야당이) 아베 정권에서는 개헌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제 현 스가 정권이 들어섰으니 그런 주장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개헌 논의의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나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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