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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의 운명, 내년부터 은행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암호화폐 거래소의 운명이 내년부터 사실상 은행 판단에 맡겨진다.

2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3월 가상자산 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특금법이 개정된 데 이은 후속조치다. 개정된 법과 시행령은 내년 3월 25일 시행된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시세표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시세표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특금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엔 실명계정을 통한 금융거래가 의무화됐다.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하는데 핵심인 실명입출금계정 발급 기준을 5가지로 규정한 것이 골자다. 5가지는 아래와 같다.

①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②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할 것
③신고 불수리 요건(벌금이상 형 선고 등)에 해당하지 않을 것
④고객 거래내역을 분리 관리할 것
⑤금융회사(은행)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행위 방지를 위해 구축한 절차·업무지침을 확인해 금융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함

1~4번의 요건을 갖춘 암호화폐 거래소라고 해도 결국 은행의 분석과 평가에 따라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구조다. 은행이 자체 판단에 따라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는 경우 그 거래소는 미신고 업체가 돼 법에 따라 폐업이 불가피하다. 현재 은행과 실명입출금계정 계약을 맺고 있는 거래소는 4곳(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밖에 없다. 은행이 추가로 계정을 발급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거래소는 계속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FIU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으로 걸리면 해당 사업자와 거래한 은행도 천문학적인 벌금을 얻어맞게 된다”며 “시행령의 1~4번 기준을 만족했더라도 은행이 거래를 모니터링할 자신이 있을 때 실명계좌를 열어주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FIU는 특금법 시행 이후 더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암호화폐 거래소가 ‘기획 파산’을 해서 고객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 관계부처는 특금법 시행과 관련해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FIU 관계자는 “내년 3월 특금법이 시행된 뒤 9월까지 6개월 간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수리를 접수하고, 석 달 간 심사기간을 거친다”며 “만약 (신고업체가 될) 자신이 없는 사업자라면 미리 고객자산 정리절차를 투명하게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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