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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8000명 뒤져서 찾았다, 산속 백골시신 한 푼 '검은 반지'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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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의 집단생활)을 탈퇴한 미성년자를 보복 목적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20대 남성 2명에 대해 징역 30년과 25년형이 각각 확정됐다. 이들은 20년간 위치추적 전자 장치를 부착하고 있어야 한다는 명령도 함께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ㆍ피유인자살해ㆍ사체은닉 혐의로 재판받은 A씨와 B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들의 형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가출팸' 탈퇴 후 경찰에 진술했다고 살해

사건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이스북에서 숙소 등을 제공한다며 가출 청소년에게 접근하던 A씨는 C군(당시 16세)을 만나게 된다. A씨는 가출팸을 찾은 청소년들을 범죄에 동원하거나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이를 못 견뎌 가출팸을 빠져나오려는 청소년들에게는 욕설과 협박, 감금이 돌아왔다. C군도 A씨의 가출팸에 들어갔다 범죄에 동원되자 가출팸을 도망쳐 나오며 숙소에 있던 돈 등을 들고 달아났다.

C군의 행방을 찾던 A씨는 C군이 가출팸 관련 다른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경찰에 자신에 대해 진술을 했다는 걸 알게 된다. A씨는 격분했다. 그리고는 C군 살해 계획을 세운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 자신을 돕던 B에게 A씨는 “C가 나를 배신했으니 응징해야 한다”며 C의 지인들을 수소문해 C를 유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8년 9월 A씨와 B씨는 C군을 속여 범행 현장으로 데려온 뒤 무자비하게 폭행해 결국 숨지게 했다. A씨 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C군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고, 그렇게 9개월이 흘렀다.

백골시신 ‘반지’ 덕에 신원 특정

[경기남부경찰청제공]

[경기남부경찰청제공]

숨진 C군은 지난해 6월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산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된 건데 당시엔 그 누구도 시신이 C군이란 걸 몰랐다. 부검으로 시신이 남성이란 점과 15세~17세의 청소년인 점, 심한 충치가 있다는 점이 나왔지만 그 외에 특별한 신체적 특징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시신과 함께 발견된 검은색 반지와 귀걸이 정도였다. 경찰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그 일대에 사는 비슷한 연령대의 장기결석자ㆍ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등 3만8000여명을 추렸다.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던 중 연락이 닿지 않는 4명의 SNS를 살피던 경찰은 그중 1명의 SNS에서 검은색 반지를 발견하게 된다. C군의 SNS였다. 그는 백골 시신에서 나온 반지와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끼고 있었다. 경찰은 C군의 가족과 시신 DNA 결과를 대조해 C군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고 주변 행적을 뒤져 A씨 등을 지난해 8월 붙잡았다. 범행 11개월 만의 일이었다.

1년 가까이 반성 없는 삶…사체 사진 찍어 자랑도

C군을 살해하고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붙잡힌 A씨와 B씨는 체포 당시 다른 죄로 이미 수감 중이었다. 또 다른 주범은 군 생활 중 체포돼 군사법원에서 따로 재판을 받았다. A씨 등은 C군을 살해한 뒤 시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은 계획적·조직적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범행이 발각되기까지 별다른 죄책감 없이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생명 경시 태도를 비판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0년, B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심은 "1심이 선고한 징역 30년과 25년의 형은 합리적"이라며 두 사람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를 옳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n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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